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0 개 4,159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날아왔다. 새가 집을 짓고 있었다. 아니, 작년에 산 새 집에 새 집이라니? 문틀 밑에 패티오(patio). 패티오 위에 찍찍찍 새똥.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빗자루를 들고 문 틀 위에 쌓인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싹싹 쓸어 버렸다.

문 틀 위 빗자루 질은 다음 날도 계속되었고 드디어 녀석은 사라졌다. 그런데 녀석은 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ㄱ자로 꺾어진 다른 쪽 방 위 문틀로 장소를 옮겨 또 부지런히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고 있었다. 단호하게 빗자루 질 한 후, 뜰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는 데 또 녀석이 날아왔다. 그런데 녀석의 배가 불룩해 보인다. 새끼를 낳으려고 하나?

다음 날 아침 러닝 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면서도 유리 문 밖으로 보이는 새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가 않다. 우리가 양보 해야 하나? 새 집에 새집! 제 3의 길은 없는가? 집으로 오는 길에 킹스 플랜트 반(King's Plant Barn)에 들렀다. 정원 저 쪽 담장 옆에 새집을 달아 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곳 직원 말이 우리가 새집을 달아줘도 소용없단다. 새는 우리가 달아 주는 새집이 아니라 기어코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둥지를 틀려고 할 것이고, 데크나 패티오는 찍찍찍찍 될 것이니, 아예, 초장에, 매몰차게 쫓아 버리란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뉴질랜드 토박이 키위 직원이 그렇게 말하니 내 빗자루 질에 정당성은 부여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집에 와 보니 새는 꽤 수북이 둥지를 틀 재료를 방 문틀 위에 또 모아 놓았다. 그래! 한 방 빗자루 질에 싹 쓸어 버리곤, 골판지를 잘라 새가 앉지 못하게 문틀 위의 공간을 없애 버렸다.

그 다음 며칠 동안 녀석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실 문 밖에도 방 문틀 위에서도. 그런데 타카푸나 체육관 유리 문 밖에서 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먹고 있는 모습 위에 녀석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20여년 전 집 없던 우리 부부의 모습도.

1985년 아내와 결혼 할 때, 우리는 양가 부모님들에게서 아무런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고 단 칸 월셋방에서 시작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8만원. 서울 종로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였던 나의 월급 27만원을 쪼개서 살림을 하고 곗돈을 붓고 나면 돈이 바닥났고, 상여금을 타면 겨우 적자를 메꾸어 나갔다. 1987년 아내는 서울 변두리 도시에 있는 8평형 아파트에서 월세로라도 살아 보고 싶다고 있다. 어느 날 막내 처제에게 '집에 좀 놀러 오라고'하자, 처제가 말했다. "형부, 언니네 놀러 가고 싶어도 언니넨 방이 하나여서 나 잘 방이 없잖아요. 빨리 방 2개짜리로 옮겨요."

1992년, 양가 부모님 도움 하나 없이 우리만의 노력으로 서울 주변 도시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을 때, 다 짓지도 않은 공사 터를 주말이면 가 보곤 했다. 드디어 우리 집을 처음 갖게 되자, 재직하고 있던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토요일 오후에 집들 이하니 놀러 오라고 자랑스럽게 널리 알렸다. 정확히 28명이 집들이에 왔다. 28평형 아파트였으니, 한 평에 한 명씩 대접 한 꼴이었다. 다행히 손이 큰 아내 덕에 손님을 다 치르고도 자취하는 총각 선생 세 명에게 나머지 음식까지 싸 주었다.

참 미안했다. 집 한 칸 더부살고자 했다가 쫓겨난 새에게, 기쁜 우리 젊은 날에게! 그런데 지난 주 월요일 날, 집 앞 정원을 손보고 있었는데 앞쪽 담장을 타고 올라간 자스민 넝쿨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 올랐다. 녀석이었다. 아, 그 자스민 넝쿨 속에 녀석은 고맙게도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알을 품고 있는지 어미는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 빠꼼히 까만 눈 망울로 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녀석과 인사를 나누는게 우리 부부의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녀석의 이름을 모르겠다. www.yahoo.co.nz에서 검색하여 보고 디카로 찍어 킹스 플랜트 반에 가서 할머니 직원에게도 확인하여 녀석이 개똥지빠귀(song thrush)라는 것을 알아냈다.

개똥지빠귀는 숲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시 안 인가 정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뒷 목, 몸통의 깃털 은 계피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목 부분부터 배의 앞 중앙 부분으로는 흰색 바탕에 황갈색 얼룩점 들로 덮여 있다.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 나무 높이 올라가 우짖는 새소리는 실구름마저도 귀 기울이게 할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개똥지빠귀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앞에는 'song thrush'라고 'song' 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사람들은 개똥지빠귀가 새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음악가에 속한다고 말한다. (People say that the song thrush is among the finest of the bird world's musicians.) 어떤 이들은 이 새들이 음악적 능력에 있어서 사람들과 필적할 만 하다고도 한다.(There are even those who say that this bird can compete with the human species in its musical ability.)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개똥지빠귀를 음악의 진정한 대가라고 했다.(The composer Antonic Dvorak called this bird the true master of music.)

앞 뜰을 거닐다가 먹이를 찾아 다니는 녀석을 보면 지렁이라도 잡아 주던가, 먹이를 사다 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꾹 참는다. 아무리 우리가 그 새를 사랑해도 그것은 녀석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가 우리 인생의 몫을 마땅히, 감사히 감당해 온 것처럼.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주권과 유학후 이민의 새로운 얼굴

댓글 0 | 조회 647 | 16시간전
최근 뉴질랜드 이민부(Immigration New Zealand)는 새로운 Short-term Graduate Work Visa(SGWV) 제도의 도입과 Post… 더보기

대장부와 졸장부

댓글 0 | 조회 162 | 16시간전
구글의 CEO를 했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1976년에 컴퓨터공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UC 버클리에서 1979년에 컴퓨… 더보기

도스또옙프스키

댓글 0 | 조회 143 | 16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죄와 벌 첫 장을 펼치는데첫사랑을 우연히 만난듯 설렌다교과서 사이에 넣고 다닌책가방속 삼중당 문고그때도 오늘도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한 법대생이… 더보기

댓글 0 | 조회 129 | 19시간전
내려쬐는 태양 아래 논물은 끓는 듯 뜨겁고, 심겨져 있는 벼 포기들이 설익은 낱알들을 감아 안고, 한여름을 견디어 내고 있다. 농부의 하루는 바쁘기만 한데, 긴낮… 더보기

하늘에서 사라진 전설

댓글 0 | 조회 118 | 19시간전
아멜리아 에어하트 실종 사건의 진실 - 태평양 위에서 멈춰버린 목소리1937년 7월 2일.태평양은 평소와 다름없이 광활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그날 하늘에서는 인류… 더보기

내 공은 어디로 갔나? – 방향을 잃었을 때

댓글 0 | 조회 146 | 19시간전
드라이버를 힘껏 휘둘렀을 때의 그 타격감. 손끝에 전해지는 짜릿함과 함께 공이 시원하게 날아간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본다.어디로 간 거지? 오른쪽? 왼쪽? 아니…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CHEM190 신규과목 어떻게 달라졌나

댓글 0 | 조회 532 | 3일전
지난 달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가 대대적으로 변화를 예고하고 몇 주 간 학생 및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리고 대학교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졌다… 더보기

대상포진(帶狀疱疹)

댓글 0 | 조회 638 | 4일전
대전에 거주하는 고교 동창생 K씨가 최근에 대상포진이 얼굴 부위에 발생하여 처음에는 눈 주위에 통증이 심하여 안과(眼科)에 갔으나 치료가 되지 않아 피부과(皮膚科… 더보기

CASPer 의대입시 새시험 준비방법 (모든 메디컬시험 총정리)

댓글 0 | 조회 532 | 2026.05.28
지난 칼럼에 이어 오클랜드 의대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CASPer 시험 도입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사실 CASPer시험 칼럼은 추후 다룰 … 더보기

‘엘리나’의 베이비

댓글 0 | 조회 358 | 2026.05.27
정차했던 버스가 막 떠나려고 시동을 거는 순간이다. 저만치 앞에서 한 여인이 손을 흔들며 느리게 걸어오고 있다. 바쁜사람 어쩌라고 저리도 여유로우신가?아이를 돌려… 더보기

부동산 판매자 (vendor)의 정보제공 의무, 그리고 정보를 숨기고 팔았을 때 …

댓글 0 | 조회 528 | 2026.05.27
기존에 언급한 것처럼, 내 집 마련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인생의 목표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내 집 마련에 한 두푼 드는 것이 아니라 수십만달러 … 더보기

이제는

댓글 0 | 조회 218 | 2026.05.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겠습니다보여주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교양 있는 말을 하겠습니다가벼운 말도 싫지만 젊은이들 흉내 내는… 더보기

10편 – 제로데이의 밤: 은행 시스템 붕괴

댓글 0 | 조회 289 | 2026.05.27
“지구는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것이 아니다. 의식을 가진 존재에게 ‘접속’당한 것이다.”프롤로그 - 2031년 2월 19일, 세계 금융시장 개장 2분 전뉴욕. 홍콩… 더보기

요목조목 살펴보자, 학비면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386 | 2026.05.27
뉴질랜드 취업비자(work visa)를 고려하는 부모들이 가장 관심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할 비자가 바로 취학자녀의 학생비자(student visa)입니다… 더보기

로즈웰 사건 (1947)

댓글 0 | 조회 267 | 2026.05.27
미국이 하늘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 여름서론: 사막, 폭풍, 그리고 역사를 바꾼 한 문장역사에는 처음에는 아주 작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거대한 의… 더보기

“좋은 의사”를 뽑겠다는 오클랜드대학교

댓글 0 | 조회 431 | 2026.05.27
- 새롭게 등장한 CASPer 시험은 무엇인가?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뉴질랜드 의… 더보기

쪽물들이기

댓글 0 | 조회 161 | 2026.05.27
무슨 글인지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며 설명을 해 달라고 SNS에 사진이 올라왔다. 글을 가까이하는 내가 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가끔 서각 작품을 읽으려면 한… 더보기

취업비자 없이 이루어진 근무

댓글 0 | 조회 630 | 2026.05.26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뉴질랜드에서 취업비자 없이 일하는 경우 벌금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형사 기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더보기

29. 바다 위의 이별 – 픽톤의 영혼 길 전설

댓글 0 | 조회 192 | 2026.05.26
픽톤(Picton)은 뉴질랜드 남섬의 북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말버러 사운드(Marlborough Sounds)의 중심이며, 마오리어로는 와이투히(W… 더보기

어디에서 왔는가? 뿌리를 돌아볼 시간

댓글 0 | 조회 172 | 2026.05.26
장수 영월암겨울은 척박한 계절이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생명을이어가기 위해 먹어야 한다. 먹고 마시고 버텨서 새로 오는봄을 기다리는 게 겨울을 지내는 존재의… 더보기

가족은 왜 더 아플까

댓글 0 | 조회 360 | 2026.05.26
도박 문제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한 사람의 중독만 떠올린다. 돈을 잃고, 거짓말을 하고, 삶이 무너지는 개인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더 오래, 더… 더보기

사랑한다는 말은

댓글 0 | 조회 227 | 2026.05.26
시인 정 일근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나 마지막 인사여야 하느니사랑하고 있을 때 그런 말은 불어가는 바람이거나그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민들레 꽃 한 송이면 족하리당신이… 더보기

18홀, 인생의 축소판

댓글 0 | 조회 214 | 2026.05.26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공을 멀리 치는 스포츠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골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더보기

운동으로 힐링

댓글 0 | 조회 408 | 2026.05.22
사람은 두 발로 걷고(walking), 달리기(running)를 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때 최고의 건강상식처럼 통하던 ‘하루 만… 더보기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놓치기 시작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645 | 2026.05.21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이 정도는 이미 다 안다”고 말하는 학생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학부모 상담 중에도 “아이가 집에서는 다 안다고 이야기한다”는 말을 듣…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