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 Miss Brill, 중년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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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 Miss Brill, 중년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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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인생의 어느 때를 가리키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 책 에서는 20대의 청년에게는 30대가 넘어가면 이미 늙었다고 할 것이고, 30대의 사람들은 4,50대가 늙은 것이라고 말할 것이기에 '늙은'이란 개념은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요즈음은 각종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과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10대 이하의 어린아이들의 기대 수명은 120살이 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120살까지 살아가기 위해 그 시대의 중년 이후의 나이에 대비해 경제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더 많은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는 부담도 된다.

  '위기의 중년'을 잘 지내는 법, 또는 잘 늙어 가는 법 등에 대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의 문턱을 넘어 노년으로 향해 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음 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녀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각기 제 짝을 찾아 엄마의 품을 떠나고 각기 너무 바쁘거나 혹은 서로 달려온 길이 너무 멀어진 남편만 곁에 남은 여성에게나,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젊은 시절부터 독신으로 살아온 중년을 넘어선 여성들에게, '외로움'이란 단어는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자식보다 더 가까운 느낌을 주는 말이다.

  Katherine Mansfield는 그녀의 단편 소설 'Miss Brill'에서 주인공 Miss Brill의 어느 일요일 하루를 통해 '중년 여성의 외로움'을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잔인한 슬픔으로 표현해 낸다. 단편 소설 'Miss Brill'의 여주인공 Miss Brill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독신 중년여성이다. 그녀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이 영어를 가르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지만 '그 일요일'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은 세상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오래된 여우 목도리를 꺼내 목에 두르고 그녀는 다른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매주 가던 공원으로 향한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부드럽고 상큼한 기분을 마음껏 느끼며 '일요일의 공원'이란 연극 무대 위에 있는, 자신이 늘 가서 앉는 벤치에 앉는다. 그녀는 자신을 마치 지금 공연되고 있는 연극의 등장인물로 생각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즐긴다.

  그녀가 공원에서 가장 즐기는 일은 공원에 온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엿듣는 것이다. 자신은 그 대화에 전혀 끼어 들 수 없지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으며 자신도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인물이란 환상을 갖는다. 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느껴야 할 갈등과 고통은 생략되어있어 좋고, 기분 좋은 주일날 어깨너머로 그들의 즐거운 이야기들을 듣는 즐거움을 누리는, 무대 위의 한 등장인물의 역할이 지금까지 그녀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 일요일, 그 무대 위에서 그녀는 환상 속의 삶을 모두 깨뜨려 버리는,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아픈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 Just at that moment a boy and a girl came and sat down where the old couple had been.(바로 그 순간 한 소년과 소녀가 와서 늙은 한 쌍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Miss Brill prepared to listen. (Miss Brill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No, not now," said the girl.("아니, 지금은 안돼." 소녀가 말했다.) "Not here, I can't." ("여기서는 할 수 없어.") "But why? Because of that stupid old thing at the end there?"  asked the boy. ("그런데 왜? 저 끝에 있는 멍청한 늙은 것 때문에?" 사내아이가 물었다.) "Why does she come here at all – who wants her? Why doesn't she keep her silly old mug at home?"("도대체 왜 저 여자는 여기에 오는 것이지? – 누가 자기를 원한다고? 왜 그 쭈그렁 얼굴을 집에 처박아 두지 않는거야?") "It is her fu-ur which is so funny," giggled the girl.("저 여자의 털 목도리가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계집아이가 낄낄거렸다.) "It's exactly like a fried whiting."("그건 꼭 튀긴 생선 같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늘 들르던 케익 가게에 들르지도 않았다. 기어오르듯 계단을 올라가 어두운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여우 목도리를 상자에 넣을 때 그녀는 어디선가 울음 소리를 들었다. 대화할 대상이 아무도 없는 그녀의 삶 속에 밀려오는 외로움으로 상처받은 중년 여성의 모습을 Katherine Mansfield는 무섭도록 잔인하게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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