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파격의 미

0 개 1,379 김지향

나는 수필가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했던 과목 중의 한 과목이 국어였으며, 특히 작문시간이면 고역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디 작문뿐이었던가? 고전은 어땠으며 시를 써야하는 순간이면 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형편없다. 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잘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근 20년 가까이 영어권에서 살면서도 아직도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서부터 내 관심사는 오직 그림이었다.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대놓고 가족들에게 내 꿈을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저 좋아하기에 미술경연대회에 나가면 입상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며, 포스터를 그려서 입상했을 때도 담임선생님한테서 소방차를 너무 길게 그려서 이상하다는 말만 들었다.

 

대가족 생활을 하면서 내 생각을 표출하는 건 무조건 나한테 불리하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포기하면서 살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에서 예술경연대회가 있었는데, 문학과 미술을 총괄해서 내가 그린 그림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아주 단순하고 그 누가 봐도 미술공부를 제대로 한 흔적이 없는 파스텔로 그린 그림이었다. 성실한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술선생님은 내 그림이 영 못마땅했지만, 교감선생님이 반해서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시니, 내 그림을 대상을 준 것도 같다. 교내 미술부의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의 그림에 비교할 수 없는 생뚱맞은 그림이었으나, 교감 선생님의 눈에는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매일 지각에 수업시간이면 졸기만 하여, 수업 도중에 분필이 내 안경에 꽂혔던 적도 있었다. 사실 그때 난 졸고 있지 않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학시간이었기에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내가 수업 시간에 졸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했었나 보다. 그렇게 매일 졸기만 하던 나에게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엄마의 목표는 6명의 자식들을 모두 다 대학에 보내는 것이었지만, 나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지겨운 공부를 왜 해야만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내가 미술을 전공한다고 하면 펄쩍 뛸 엄마가 안 봐도 훤하게 보이기에, 아예 대학을 안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교감선생님의 착각이 내 그림을 대상으로 찍었더라도 난 그때부터 미술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 

 

엄마와의 전쟁이 그때부터 시작을 한 것이었다. 빌어먹기 딱 좋다는 미술을, 그것도 돈을 쏟아 부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미대를 들어가겠다니.......

 

엄마의 반대는 하늘을 찔렀고, 그러면서도 대학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엄마 뜻에 따라 입시를 쳤다. 국어 영어 수학 시험 중 국어와 영어는 바닥점수였다. 완전 주관식이었으니 당연했던 일. 헌데 수학은 빰빠라~~빰. 세 과목의 평균이 턱거리이건 말건 대학문턱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억세게 운이 좋았다.

 

그래서 엄마의 소원은 이뤄졌고, 나는 그때부터 대학이란 곳에 들어가서 전공이 아닌 연극동아리에 몸을 담고 지냈다. 부모님과의 약속대로 대학 4년 동안만의 호사였지만. 난 그 호사를 마음껏 누렸다.

 

신기하게도 난 보스들의 눈에 들어오는 행운이 따랐다. 특별히 한 것도 없다. 낙하산도 아닌데 낙하산을 탄 것처럼 느껴졌었다. 믿는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고, 잘하는 것도 없었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왜 그들의 눈에 내가 띄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수필가로 등단하게 된 것도 신기하기 짝이 없다. 수필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파격에 대한 말이 있다. 

 

“덕수궁 박물관에 청자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꽃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중에 꽃잎 하나 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은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내가 그 옆으로 꼬부라져있는 꽃잎이었다면 난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못하기에 내 나름대로 고충이 많고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그만큼 커다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거다.

 

이 모든 혜택은 아마도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인생의 단 하가지 의무인 ‘행복 하라’를 실행하려 노력했기에 그에 대한 하늘의 선물일 수도 있겠다.

 

‘따라하기’ 시대는 강 건너 갔다고 생각한다. 그저 소신껏 자신의 생각대로 느긋하게 자신의 색깔을 잘 다듬어 가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인 남을 배려하여, 과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할 것이다. 

 

d352272d5f6ce1b0dfc5f0db37026e54_1568082559_2233.jpg
 

우리는 말 한마디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착각일 때가 많다. 약간 옆으로 꼬부라져 있는 한 개의 꽃잎을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야말로 성숙한 미의 세계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화롭게 해주는 우주의 섭리에 따르는 길일 것이다.

 

우주의 전체이면서도 부분인 나 자신과 ‘파격의 미’를 연계해 보면서 궁극적으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폐암(肺癌)

댓글 0 | 조회 564 | 2024.02.23
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南宮遠(본명 洪京日)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께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81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변기에서 물이 계속 흘러요

댓글 0 | 조회 1,112 | 2024.02.14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잠자리에 들어 주변이 고요할 때, 갑자기 들려오는 똑똑똑 소리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동시에, 아까운 물과 돈을 하수구로 … 더보기

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금 계획

댓글 0 | 조회 911 | 2024.02.14
세금 계획은 비즈니스 재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법적으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 미리 계획을 세워 세금을 지불해야 할… 더보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59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빈 시간에

댓글 0 | 조회 386 | 2024.02.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으며아름다움이 넘쳐나슬픔 되어 옵니다쇼생크감옥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이중창을 들으며나도 자유한 존재가 되고파혹시 내게 … 더보기

리커넥트 2024 정신건강 프로젝트 소개

댓글 0 | 조회 417 | 2024.02.14
리커넥트 사회단체란?Reconnect는 무관심에 도전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비영리 자선 단체입니다. 2016년에 설립되었고 사회적인 이슈인… 더보기

자신을 위한 용서

댓글 0 | 조회 287 | 2024.02.14
요즘 SNS를 통해 보여지는 개개인이나 가정들은 늘 행복하고 부족함없고 삶을 즐기고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과거보다 더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 더보기

헛 수고? 첫 수고!

댓글 0 | 조회 232 | 2024.02.14
자.. 이제 마지막... 이거 하나만 더하면....휴우.. 조심 조심.. 이제... 완성... 완성이다!! 완성이다!! 드디어 해냈다!!‘리샤르 플로’씨는 가늘게… 더보기

허벅지가 날씬하고 유연해지는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33 | 2024.02.14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골반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선천적으로 하체가 상체보다 좀더 발달한 체형 등 다양한 이유로 하체 비만을 걱정하고 고민하시는… 더보기

핵심만 파고드는 파트너쉽 영주권 가이드

댓글 0 | 조회 1,163 | 2024.02.13
애초에 영주권을 목적으로 교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사랑하고 영원을 약속한 사이에서 파트너쉽을 통한 영주권 신청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 더보기

사건의 지평선 그 너머

댓글 0 | 조회 381 | 2024.02.13
충주 석종사 참선 템플스테이‘5분만 바라봐’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어쩌면 우리 삶의 곳곳에 놓인 블랙홀들과경계 언저리에서 아슬아슬 살아가는 삶그러나 언제고 꼭 … 더보기

사랑은 싸우는 것

댓글 0 | 조회 451 | 2024.02.13
시인 안 도현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이 세상 어디에선가나와 같이 후회하… 더보기

씨줄과 날줄

댓글 0 | 조회 490 | 2024.02.13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 더보기

단전호흡의 요령

댓글 0 | 조회 479 | 2024.02.13
단전호흡 할 때의 요령은 `단전 외의 부분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직 단전만 있는데 `단전이 중심이다’라고 생각하세요.◆ 호흡을 하면서 어떤 의념을 같… 더보기

평양문화어와 한류

댓글 0 | 조회 367 | 2024.02.13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아무리 돌풍이… 더보기

골절(骨折, Bone Fracture)

댓글 0 | 조회 386 | 2024.02.10
필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재까지 두 번 골절(骨折) 사고를 당했다. 지난 1997년 봄에 왼쪽 다리에 골절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왼쪽 손가락에 골절을… 더보기

비자카드 말고, 비자 그게 궁금하다

댓글 0 | 조회 633 | 2024.01.31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타국가에 체류하고자 하는 한국여권 소지자라면 뉴질랜드가 되었든, 호주가 되었든 간에 체류기간 동안에는 그 어떤 비자(VISA)라도 소지하고 … 더보기

관료주의의 무능, 권력자의 광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 - <서울의 봄>이 상기시키…

댓글 0 | 조회 364 | 2024.01.31
공허한 권력의 실체이 영화 후반부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로 시작하고 싶다. 반란 성공이 확실해지고 수괴 전두광 장군(황정민)은 일행과 함께 본부로 돌아가려다 혼자… 더보기

청룡의 기상으로 카이로스를 잡자

댓글 0 | 조회 308 | 2024.01.31
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 더보기

월경불순

댓글 0 | 조회 476 | 2024.01.31
여성에게 순조로운 월경은 건강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표시다. 가임기의 여성은 정상적인 경우 24~35일 간격… 더보기

재시행된 Trial Period이 고용주에게 미치는 영향

댓글 0 | 조회 740 | 2024.01.31
2023년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신규 규정을 시행했으며, 이에는 고용 법률 개정도 포함되었습니다. 12월 23일, 대부분의 뉴질랜드인들이 해변으로 향하고 몇 잔의… 더보기

지혜의 숲에서 꿈꾸는 바다

댓글 0 | 조회 243 | 2024.01.31
유학생 두 사람이 찾은 오대산 숲과 월정사 템플스테이월정사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품 너른 나무 같다.절 앞에 즐비한 전나무에 기대어 쉬기도 하고 그 나무들이… 더보기

한강철교를 지나며

댓글 0 | 조회 325 | 2024.01.3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저녁 무렵전철 차장 밖으로해가 넘어갑니다아내가 물어옵니다‘당신 첫사랑가끔 생각 나?’아내는 저녁 여의도가 보이면그 남자가 궁금하답니다나는 그… 더보기

지워지지않는 이름, 그녀 ‘레베카’

댓글 0 | 조회 988 | 2024.01.30
내게 북유럽 패키지 여행은 아무래도 ‘러시아’가 핵심이었다.동행하자는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내 귓전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정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여기는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