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쇼스타코비치와 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57] 쇼스타코비치와 벼

0 개 2,752 KoreaTimes
  파리의 택시운전사였던 홍세화씨가 요즈음 즐겨 전파하는 말이 있다. 똘레랑스, 영어로는 tolerance, 한자어로는 관용이라는 말이다. 서로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참아 주고 받아 준다는 똘레랑스의 소중함을, 오늘 2007년 5월 17일, 환갑에 다다른 세월동안 그토록 달리고 싶다고 울부짖던 철마가 남에서 북으로 임진강을 건너 서서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새삼 느끼 게 된다. 새가 드디어 좌우 양쪽 날개로 남북 하늘과 땅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까지 자유롭게 날게 될 것인가?

  광주에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식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가해자의 진정한 회개가 없기에 죽은 이들의 영혼은 관용을 베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대를 통과 하며 20대를 보낸 업보 때문인지 해마다 5월이 되면 그 때 입은 영혼의 상처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퍼덕인다.

  The golden mean is an uninteresting doctrine. (중용은 흥미 없는 교리이다.) I can remember when I was young rejecting it with scorn and indignation. (젊은 날 나는 중도를 지키는 것을 멸시와 분노를 가지고 거부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Since in those days it was heroic extreme that I admired. (왜냐하면 그 당시 내가 높이 평가했던 것은 영웅적인 극단이었기 때문이다.) 음악도 문학도 미술도 모두 그랬다. 젊음의 본질이 그런 것인지, 80년대가 선택을 강요했던 시대였기 때문이 었는지 중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요즘에 와서야 모짜르트의 음악이 주는 조화의 아름 다움과 평온함을 깨닫고 있다.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들으면 내 영혼이 깨어나는 것 같았고, 그 당시는 ‘금지 곡’ 이어서 명동에 있는 필하모니아 음악 감상실에 가서야 운 좋으면 몇 달에 한 번 들을 수 있었던 쇼스타 코비치의 교향곡 5번에 열광했던 나의 귀에 모짜르트는 정말 지루하고 귀족에게 아부했던 과대 포장된 천재 음악가에 불과했었다. 시인 천상병과, 김용택과 오규원의 시집을 뒤적이다가도 심지어 네루다와 엘뤼아르와 김수영 시인의 시를 읽다가도, 타는 목마름으로 박노해시인 이 두 눈 부릅뜨고 본 노동의 새벽 바다로 달려가곤 했다. 루오 그림이 주는 질박한 종교적 분위기와 우수에 찬 자신의 삶을 긴 얼굴들과 목선으로 멋드러지게 표현했던 모딜리아니의 그림의 매력에 빠지다가도, 수화 김환기 화백의 전시회를 보다가도, 오윤 화백의 칼로 깎은 판화의 형상이 겹쳐 보이곤 했다.

  20대의 눈에는 서른이 넘은 사람들은 부패해 보이고, 서른 줄에 접어들면 20대는 너무 건방지고 마흔이 넘은 사람들은 썩어 보이고, 마흔 고개를 넘은 이들의 눈에는 40대 이전의 세대가 철없어 보인다고 했던가. Why is it that when I hear a young man talking arrogant nonsense with assurance, I am angry and point out to him his foolishness and ignorance? (왜 나는 젊은 친구가 확신감에 차서 교만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걸 들을 때, 화를 내며 그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을 지적하게 되는가?) Do I forget that at his age I was just as silly, dogmatic, and conceited? (나도 그의 나이 때는 그와 똑같이 어리석고, 독단적 이고, 자부심이 강했던 것을 이제는 잊었단 말인가?)

  사회학개론 강의 시간에 체제 옹호적인 발언으로 무장한 교수님과 설전을 벌이다 무장 해제 당한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던졌던 말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는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었다. 수업 끝 종으로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나의 생각은 멈추지 않고 글 한 줄을 남겼다.

                                                              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익은 벼는 쌀이 되고 밥이 되고 거름이 되고/ 내일의 씨앗이 되지만/ 고개 숙일 만큼 벼가 익으려면/ 바람에 꺾이지 않고 별을 향해/ 꼿꼿이 서서/ 시간과 싸우고 하늘과도 싸우고/ 싸우는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한다.//

벼가 익으려면 아직도 먼 이 계절에 예예 허리가 굽은 이 벼들은/ 계속되는 이상 기후 때문이냐/ 겸손의 전통 때문이냐/ 식곤증 무골증에 걸린 때문이냐/ 아니면 평화만을 사랑한다는 아름다운 미신 때문이냐//

농부여, 나이 많은 농부여/ 두 손 비비며 고개 숙인 이 벼들은/ 익은 것인가/ 썩은 것인가/ 죽은 것인가

(김재석) 그 때 나는 20대 초반, 인생의 초여름이었다.

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댓글 0 | 조회 3,628 | 2009.04.15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를 발달시켜 나간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교육을 통해, 독서를 통해, 즉, 언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다. 물… 더보기

기도는 두 손 모아 한다

댓글 0 | 조회 3,404 | 2009.03.24
What do Leonardo da Vinci, Paul McCartney, and Napoleon have in common?(레오나르도 다 빈치, 폴 맥카트니… 더보기

뉴질랜드 학교 영어 정복하기(I)-Poetry

댓글 0 | 조회 3,799 | 2009.03.10
처음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을 때 교육에 관련된 두 가 지 사실에 놀랐다. 첫 번째는 뉴질랜드에는 교과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교육이 획일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더보기

갈매기 조나단과 김수환 추기경

댓글 1 | 조회 3,805 | 2009.02.25
먼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은빛 조각들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바다 저편 한 가운데에서 터져 오르는 은빛 향연은 낚시대를 바라보던 아내와 나의 시선을 동시에 잡… 더보기

왜 뉴질랜드 영어 공부에서 정독(intensive reading)이 필요한가

댓글 0 | 조회 3,811 | 2009.02.11
한국 학생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아마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에세이일 것이다. 영어로 '읽기'와 '쓰기' 능력이 상… 더보기

제 8요일, 지상의 방 한 칸

댓글 0 | 조회 4,143 | 2009.01.29
어떤 이에게 벽(wall)은 세상과 나를 차단시켜주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a barrier between two areas)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 더보기

영미 문학산책 - George Orwell의 Animal Farm

댓글 0 | 조회 3,515 | 2009.01.16
George Orwell(조지 오웰)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그의 저서로는 'Animal Farm'과 '1984년' 그리고 '카탈로니아 찬가' 등이 우리들… 더보기

1 인칭, 2 인칭, 3인칭, 그 사랑의 역설법

댓글 1 | 조회 3,631 | 2008.12.23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초등학생은 "엄마요!"라고 말한다. 좀 자란 아이는 "남자 친구요, 여자 친구요!"라고 대답하고, 한국의 부… 더보기

긴 여름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기

댓글 0 | 조회 3,726 | 2008.12.10
한국에서는 방학이 다가오면 어머니들은 근심 걱정을 시작한다. 자녀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나 하고 방안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는 것처럼 힘든 일이 … 더보기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오바마; 그들의 꿈

댓글 0 | 조회 4,722 | 2008.11.25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해 냈다. 우리에게 말콤 엑스(Malcolm X)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 더보기

질투의 비극 - Othello

댓글 0 | 조회 3,484 | 2008.11.12
질투(jealousy)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다. 인간의 질투라는 감정은 때로는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릴 정도'로 파괴적이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 더보기

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3,523 | 2008.10.30
You say you care about the poor, but you walk past them in the street; you hypocrite!(당신은 … 더보기

문화적 언어의 차이

댓글 0 | 조회 5,062 | 2008.10.30
뉴질랜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탁월한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기에 영어권 국가에 와서 영어로 진행되… 더보기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댓글 0 | 조회 3,714 | 2008.09.24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더보기

Shakespeare 산책 (Ⅲ) - King Lear (분별력의 비극)

댓글 0 | 조회 3,509 | 2008.09.10
예전에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던 '우직함'이란 단어가 요즈음은 흥미 없는 단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련해서 사회에서는 성공 할 수 없는 사람' 이란… 더보기

비 내리는 영문법

댓글 2 | 조회 3,777 | 2008.08.27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한국에서와는 다른 '교육 문화적 충격'을 겪게 될 때가 많다. 고 1(Form 5) 이상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에세이가 잘 안… 더보기

Hamlet - 지식인의 비극 - Shakespeare 산책 (Ⅱ)

댓글 0 | 조회 3,534 | 2008.08.13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은 Shakespeare의 희곡 'Hamle… 더보기

제 3의 물결 속에서

댓글 0 | 조회 3,052 | 2008.08.01
삼팔선, 사오정과 더불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고 하는 '이태백'도 이제는 중국 당나라 시절의 시선 '이백'(701-762) 만큼이나 옛 시절의 단어로 밀려나는가… 더보기

[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R…

댓글 0 | 조회 13,341 | 2008.07.08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더보기

[383] '어린쥐'의 착각

댓글 0 | 조회 3,247 | 2008.06.25
어떤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그 일의 목표가 합당하고 올바르게 섰는지, 일의 과실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을지, 일의 추진 방… 더보기

[382] 영어교육 유감

댓글 0 | 조회 3,056 | 2008.06.10
며칠 전 영국의 Cambridge대학에서 전세계 20개 국가 학생들의 영어시험성적 순위를 발표했다. 물론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보니 한국의 학생들이 주로 응시… 더보기

[381] Does Money Make the Mare Go?

댓글 0 | 조회 3,225 | 2008.05.28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고 비굴해 지기도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머리 조아 림을 받기도 하고 살인을 하기도하고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 더보기

[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댓글 0 | 조회 9,626 | 2008.05.13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삶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치게 될 … 더보기

[379] 영원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댓글 0 | 조회 3,474 | 2008.04.23
단 하나 뿐인 삶을 받아,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극점에 올라서도 그는 더 높이 오르기를 원했다. 그러나 날은 이미 저물었고, 그는 크레타의 흙으로 돌아가기 전 … 더보기

[378] Love Poems (Ⅱ) - Annabel Lee

댓글 0 | 조회 3,441 | 2008.04.08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ge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낭만주의 운동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미쳐서 Wi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