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
3,743
26/01/2011. 09:38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자유기고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정확히 70년대의 아주 옛날 노래를 요즈음 새삼스럽게 웅얼거리는 입버릇이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별로 노래란걸 입에 달고 살아본 적이 없는 무미건조한 내가 언제부터 이 노래를 시작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것...”
인생을 절규하는 그 어떤 노래보다 공감대가 확실한 노랫말이며 차분한 곡이 마음에 와 닿았음인가? 활활 타 보지도 못한 아쉬운 내 불꽃이 그나마 다 사위어 소복한 재만 남기고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지금의 내 인생. 그것은 바로 내 노래이기 때문이리라,
서울 친구가 다니러와서 부산스럽던 한달여의 시간을 정리하고 물속같이 가라앉은 오랫만의 휴식속에서 문득 집어들은 한 권의 책.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잘 맞은. 바로 “모닥불”을 불렀던 가수 ‘박인희 마음의 글’이었다.
그는 한 조각의 빵이 다급해서가 아니고. 더구나 스타가 되고 싶은 허영도 아닌. 그냥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불렀다는 순수한 가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나 갈채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원히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다음에 어느 먼 훗날에 누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문득 쓸쓸해질때. 그 어둑어둑한 삶의 저녁길을 걸어가며 어쩐지 혼자라는 생각이 들때. 가슴에 살며시 떠 오르는 노래... 자신도 모르게 샘솟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아!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구였더라. 모습과 이름은 아물아물 잊혀졌어도 그 노래의 멜로디만은 끊어질듯 이어질듯 멈추며 맴도는... ‘그는 그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단다. 하지만 생머리를 곱게 빗어 묶은 얌전한 모습으로 통기타를 치며 그 특별한 음색으로 조용히 노래하던 ‘박인희’를 어찌 기억 못할까?
마누라가 주부라는 사실조차 착각하고 파마머리가 촌스럽다고 불평하던 우리 남편님. 처녀때처럼 길게 느린 생머리의 자연미에 취해서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 사알짝 질투도 했었는데, 사실 그 때는 노랫말의 깊은 의미는 깨닫지 못했다 팔팔한 오기로 살아가는 삼십대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사십년. 그가 바랐던 먼 훗날의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 지나간 삶을 뒤돌아보며 쓸쓸함 속에서 새삼스럽게 “모닥불”을 부른다. 이제 작은 불씨 하나 남겨놓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는데 같이 이야기 할 누군가도 없질 않은가.
밤마다 잠자리 내 머리맡에서 더 이야기 하자고 보채던 옛 친구와 함께 ‘코로만델’ 해변 어디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이라도 하면서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살아온 이야기 밤새껏 나누며 고적할 때 씹고 넘어갈 낭만이라도 장만해 둘걸. 떠나간 사람 뒤에서 후회의 마음 사무친들 무슨 소용이람. (이제 세상 살아가는데 그만한 자신감도 없어졌구나) 생각이 드니 마냥 쓸쓸해진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새 해에는 활활 타 오르는 불꽃으로 살고 싶다. 매 순간순간을 몸과 마음을 던져 눈부시게 연소시키며 가져야 할 가치가 있는 한가지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몰라줘도 내가 아는 세상만큼만 차지하며 모양새 좋게 살고 싶다. 들에 핀 풀꽃들. 조그만 새 한마리와도 이야기 하련다. 번거로운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마음껏 큰 숨을 쉬면서 살고싶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그의 내면에서 샘솟는 맑은 석간수 한 모금같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드는 노래. 가슴을 떨며 마음속에 지피는 불씨하나로 작지만 오래오래 지키면서 살아가련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