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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운룡
왼손이 오른손을 잡고 속삭였다. 사랑은 이원적 동일
성을 지향한다고. 손과 손, 그 사이 뜨거운 세상이 행복
이다. 손은 둘이지만 하나의 사랑을 지향한다. 산이 지상
의 말을 다 품고 살듯 손은 말 못할 말 하나 가지고 산다.
너와 나의 관계로 손과 손이 틈을 좁히지 못해 애
간장 타지만, 들숨 날숨이기에 두 손이 밀어 올린 분수의
합장한 손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손이며, 그래서
어깨에 기대어 신열을 앓는다. 사랑은 그 열병으로 녹아
내리고 온몸 핏줄을 샅샅이 훑고 다닌다.
양팔은 잡지 않았어도 얼굴 쪽으로 늘 굽어져 있다.
두 팔을 내저어야 이승의 먼끝에 가 닿을 수 있듯, 깊은
사랑만이 세상길을 열어 가는 법. 숨 멈추고 손목 묶이는
날은 슬픔과 입 맞추고 어둠에 묻힐 때이려니 아픈
사랑이여! 손이 또 다른 손을 사랑함은 한 몸으로 생의
절정에서 무지개를 띄운 너와 내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 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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