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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 영 남
만약 어느 여자에게 이처럼
아름다운 숲속 길이 있다면
난 그녀와 살림을, 다시 차리겠네.
개울이 오묘한 그녀에게
소리가 나는 자갈길을 깔아주고
군데군데 돌무덤을 예쁘게 쌓겠네.
아침이면 노란 새소리로 풀꽃들을 깨우고
낮에는 이깔나무 잎으로 하늘을 경작하다가
천마봉 노을로 저녁밥을 짓겠네.
가을이 되면 물론 나는
삽살개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며
쓸쓸한 상상을 나뭇가지 끝까지 뜨겁게 펼치겠지만
모두 떠나버린 겨울에는 그녀를 더 쓸쓸하게 하겠지?
그러나 난 그녀를 끝까지 지키는 장사송(長沙松)으로 눈을 얹고
진흥굴 앞에서 한겨울을 품위 있게 나겠네.
설혹 그녀에게 가파른 절벽이 나타난다 할지라도
나는 그 위에 저렇게 귀여운 암자를
옥동자처럼 낳고 살 것이네.
김 영남 시인
■ 오클랜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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