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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렁덩덩신선비
다음 날 사람들은 구렁이가 선비로 변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으나 구렁덩덩신선비는 놀라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 신선비가 떠난 뒤 막내딸은 구렁이 허물을 품속에 깊이 간직한 채 남편이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두 언니가 동생이 몸을 씻는 사이 재빨리 구렁이 허물을 훔쳐다가 태워버렸다. 그때 신선비가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 쪽에서 풍겨 오는 냄새를 맡고는 단번에 제 허물이 타는 냄새인 줄 알아차리고 훌쩍 뒤돌아서서 오던 길로 사라져 갔다.
목욕을 마치고 허물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각시는 신랑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고 그 길로 신랑을 찾아 나섰다. 몸에 먹물 옷을 걸치고 머리에 고깔을 써서 중의 행색을 차린 다음 등에다 바랑 하나를 걸머지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각시가 길을 가다 농부를 만나 구렁덩덩신선비가 가는 걸 보지 못했느냐고 묻자 그는 논을 다 갈아주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각시가 죽을힘을 다해 너른 논을 다 갈아 주자 고개 너머 까치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각시가 고개를 넘어 까치에게 물어보니 새끼들 먹이를 구해 주면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각시는 사방을 헤집고 다니면서 벌레를 한 움큼 주워 까치집에 넣어 주었다.
각시가 다시 까치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높은 고개를 넘으니 조그마한 옹달샘에서 웬 할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각시가 할머니에게 다시 신선비의 행방을 묻자 검은 빨래를 희게 빨고 흰 빨래를 검게 빨아 주면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각시가 있는 힘을 다해 검은 빨래를 희게 빨고 흰 빨래를 검게 빨아주자 할머니는 옹달샘에 은으로 된 복주깨를 띄우고는 올라서라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 하자 몸이 어디로 쑥 빠져 들어가서 발이 땅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고 눈을 뜨니 어느 새 별세계에 와 있었다.
각시가 다시 길을 따라 걷는데 논에서 웬 계집아이가 새를 쫓으며 구렁덩덩신선비가 내일모레 장가를 가니 거기 가서 얻어먹으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각시는 아이를 간신히 설득하여 다시 한 번 노래를 청하여 들은 후 신선비의 집을 물어 그의 집으로 갔다. 각시가 염불을 외며 시주를 청하자 하인이 나와 바랑에 쌀 한 됫박을 퍼 주었으나 바랑 밑이 터져 쌀이 바닥에 쏟아졌다.
하인이 빗자루로 쓸어 담으려 하자 각시가 부처님께 올릴 귀한 쌀이라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며 자신이 주울 테니 대나무 젓가락을 갖다 달라고 했다.
그렇게 각시는 날이 저물 때까지 젓가락으로 쌀을 한 톨 한 톨 주워 담았다. 그런 후 하루만 자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방이 없다고 하였다.
마루도, 뒷간도 안 된다 하자 외양간에라도 재워 달라고 했고 결국 하인은 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각시는 소가 묶여 있는 외양간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각시 옷으로 갈아입고 몸단장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