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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제목인 ‘영어가 안되니 학년을 반복하는 것이 좋을 까요?’라는 질문은 이미 학년을 반복하기로 결정하고 등록한 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담을 올 때마다 왜 미리 물어보지 않아 어려움을 겪나 싶은 안타까운 마음에 꼭 전문가들에게 이 질문을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미 결정하고 난 후에는 힘들어도 일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이 생기기 싶기 때문이다.
학년을 반복하는 경우는 보통 13학년까지 마치고도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새로운 영어환경에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 가운데도 다시 학년을 반복하면 작년에 못 따라 갔던 부분이 이해가 되고 그 동안 영어실력도 더 늘지 않을 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같은 학년을 반복한다.
학년을 반복하는 경우는 어렵지는 않아서 학년 딘과 의논해서 딘이 학생의 의견을 수용한 경우 교장의 허가를 구해서 하게 된다. 13학년을 한 학생들 중에서도 한 해 더해도 나이가 20세를 넘어가기 전에 학년을 마치게 되는 지 계산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허락을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학년을 반복해서 잘 해보겠다는 의지는 잠깐이고 학기가 시작되고 막상 학교를 다니면 의지보다는 정서적인 어려움들을 겪게 되면서 점차 힘들어지고 학교에 오기 싫어하게 되면서 필자가 만나본 학생들 중 거의 대부분이 좌절을 겪고 그러다 보니 실제적으로 학업에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시간을 낭비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학교생활이라는 것이 공부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학년을 반복하다 보면 어제는 후배였던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친구들은 졸업했거나 위의 학년을 다니므로 자연스럽게 친했던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학교가 갑자기 낯설게 되고 자신의 위치가 다른 친구들이 보기에 우스워 보일까 하는 염려 등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기가 쉽다. 특히 13학년을 반복하는 시니어들은 자유시간이 있고 학교를 나갔다 들어와도 통제를 안 하므로 마음을 잡지 못하면 흐트러지기 쉽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경우들만을 들고 있으므로 성공적으로 해나가는 학생들도 간혹 있겠지만 이런 어려움을 겪다 보니 별 소득 없이 일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만일 미리 필자에게 상담을 통해 이 질문을 한다면 반대하고 싶다 (영어공부를 학업과 어떻게 병행하는 지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것이 있으므로 참고 바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성적이 오르지 않게 되면 그 다음 해에 학년을 올라갈 때 이미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되도록이면 학년을 올라가고 성적이 모자라서 대학을 바로 못 가는 경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해당하는 전문학교들을 찾아서 일년을 등록해서 다니면서 실제적인 지식과 경험들을 쌓아나가다 보면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명확한 길이 보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 오히려 더 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꼭 대학을 가야 한다면 해당하는 학과과 관련된 하위코스들 예를 들어 Certificate 나 Diploma를 이수하는 pathway를 선택하면 관련된 학과의 지식과 대학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미리 경험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학생들은 대학과정 내내 실패가 적다. 파운데이션을 한 학생들의 졸업까지의 기간이 그냥 대학을 들어간 학생들보다 짧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학년의 반복보다는 하고 싶어하는 미래의 커리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