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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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5 6,385 NZ코리아포스트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낯선 마오리 한사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으로 가족이 사고를 당해서 급히 가야하는데 비행기 삯이 없다고 돈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있던 아들은 거짓말일 것 같아 못준다고 하였더니 먹고 있는 음식이라도 아이들 주게 달라고 하여 할 수없이 음식을 주었는데 그릇까지 가져가 버려 쫓아가서 겨우 그릇을 찾아 왔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건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한편에선 그것을 이용해 먹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민족이 불행을 당했어도 그 틈을 타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한국에서 IMF가 터졌을 때 내방으로 중년의 신사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잘나가는 중소기업을 사장이었는데 IMF로 인해 망했다고 울먹거리면서 처자식 굶기지 않으려고 자신이 직접 만든 상품을 팔러 나왔다고 말하였다. 물건 값이 좀 비싸긴 하였지만 멀끔하게 생긴 사람이 너무 딱해 보여 그냥 하나 사주었는데 아래층에 있는 직원들도 하나씩 샀다고 하였다.

“사장님도 사셨어요? 그 사람 얼마나 질질 짜는지... 그래서 팍 깎았더니 그래도 판다기에 저희들도 그냥 샀어요.”

나는 8만원에 샀는데 직원들은 3만원에 샀다는 것이었다. 돈 문제를 떠나서 기분이 팍 잡치고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벌컥 치밀어 올랐다. 정말 중소기업 사장이 열심히 일하다 망했다면 그런 장난을 쳤겠는가,

IMF가 왔더라도 그 당시 나는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평상시 안정적으로 유지 해 왔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일들이 없었다. 그해 송년회 때 재미난 일도 있었다. 보통 술친구들이 기자나 공무원들이 많았는데 IMF에 사업하느라 고생 많다고 기자들이 저녁사고 공무원들이 2차 술사고 하는 게 아닌가, 그해 송년회는 술맛이 너무 감개무량하였다.

평소에 준비가 잘되어 있다면 무슨 일이 생겨도 웬만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지진과 같은 엄청난 자연재해는 피해 갈 도리가 없으니 그저 안타깝고 침울할 뿐이다. 왕가레이 한인회장 BK는 크라이스트쳐치 한인회장에게 위로전화도 하고 모금을 하기위해 열심히 돌아다닌다. 이렇게 어렵고 참담하고 힘든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일이다.

내가 뉴질랜드에서 7년째 살아가면서 아직도 꾸준히 연락이 오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이 어려울 때 내가 조금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사업하는 친구가 너무 어려워 상황을 파악해보면 가망이 없는데, 돈을 빌려주면 분명히 떼이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잘나가던 친구도 어느 날 갑자기 물거품처럼 쓰러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훗날 그들은 대부분 재기에 성공하였고 내가 뉴질랜드로 온 후 필요한 것들을 자주 보내주기도 한다. 어떤 친구는 내가 투자해준 금액에 몇 배를 불려서 보내준 친구도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보면 진정한 친구들을 알 수가 있는 것 같다. 나한테 술 꽤나 얻어먹었던 친구들, 승진할 때 내가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 이런 친구들은 이미 입을 닦아 버린지 오래다. 끗발 있는 직업일수록 그렇고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위만 볼 줄 알지 자신을 뒤돌아 볼 줄 모른다. 그러다 떨어져서 묵사발 나는 친구도 더러 있는데 오죽하면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겠는가,

나는 아들이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볼 때 공부를 못하게 말렸다. 시험걱정 잊고 새로나온 비디오나 보라고 빌려주곤 했는데 아들이 시험보기 전날 비디오 빌려주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네 아빠밖에 없을 거라고 말하며 아내는 깔깔거리곤 하였다.

“시험이란 것은 평상시 공부한 것을 평가하려는 것이니 시험 보기 전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 안 되지, 그리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다보면 반대로 평상시에 공부를 안 하게 되거든, 또한 벼락치기 공부는 시험이 끝나면 다 잊어버리게 된단 말이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가, 출세한 자식이 부모의 은공을 잊고 찾아온 노모를 문전박대하는가하면 어떤 법관은 저울질하는 것을 잊고 윗분들 눈치만 살피고, 어떤 정치인은 시민과의 약속을 까먹고 이권만 챙기고, 이런 현상이 다 벼락치기 공부를 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지도 정말 모를 일이다. 요즘 중동에서는 권좌에 오른 군주가 백성을 잊고 살아가다가 박살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쪽도 아마 벼락치기 선수였지 않았나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벼락치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돈도 벼락치기로 벌라고 하고, 이게 잘 된다고 하면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저게 잘 된다고 하면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오늘은 모처럼 단비가 내린다. 아, 하늘의 구름들도 우르르 몰려가고 있구나.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eekers
감사합니다. 좋은 글.
왕하지
요즘 댓글 달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seekers님 너무 감사합니다.
물냉면
왕선생님!!  전, 가끔 코리아포스트 들어오면 왕선생님 글 일부러 찾아보곤 합니다. 재미도 있고, 교훈적이기도 하고.. 뉴질랜드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저같은 사람이 배울점도 있고... 조금은 팬이라면 팬이랍니다 ^^
쌔엠
크라이스쳐치 지진으로 타우랑가에서도 교회 및 학원등에서

모금활동이 있었다 하네요.

기쁠땐 함께 못하더라도 슬퍼하는 자리엔 빠지면 않되는데..

후원하는 모임들이 대부분 클로징이되서

저녁 한시간을 정해 뉴질랜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 가졌습니다.

하루 속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라이스쳐치가 다시

만들어지길 기도합니다.
왕하지
물냉면님 재밋게 보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쌔엠님도 타우랑가에서 열심이시군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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