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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0/2010. 17:15 NZ코리아포스트 (125.♡.241.223)
뉴질랜드 여행
허 PD가 온 후로 살맛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큰한 된장찌개가 끓고 밥공기를 손에 들고 먹어야 할 정도로 반찬이 가득하다. 밥상의 수준 차이를 말하자면 자취생 밥상에서 한정식 식당 밥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침 식사 후에 시작된 여행에서 마주한 웨스트 코스트의 경이로운 풍경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쪽에는 해가 떠 있는데, 우리가 있는 곳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하지만 웨스트 코스트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것에 대해서 투덜거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선물만 좋아하고 선물 주는 사람은 싫어하는 것’과 같다. 웨스트 코스트의 강한 비바람이야말로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의 자연을 조각하고 다듬은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거친 폭우로 대지를 쓸어버리는가 하면 때론 촉촉한 비로 어루만진다. 고산에는 눈을 뿌리고 사방의 바위를 깎는다. 이런 독특한 기후 조건 때문에 웨스트 코스트를 여행하려면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비옷을 준비하라.(한국의 지하철이나 슈퍼마켓에서 사는 간이 비옷도 괜찮다.) 시도 때도 없이 퍼붓는 웨스트 코스트의 비를 피하다 보면 여행을 할 수도 여행의 재미도 느낄 수 없다. 강한 바람에 우산을 쓰고 다니는 것도 이곳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얇은 비닐이라도 비옷을 입고 그 비를 몸으로 맞아보라. 연인의 작은 속삭임으로 시작한 빗방울이 머리와 어깨를 마구 두드려대는 박장대소로까지 들린다면 웨스트 코스트의 비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주관하는 창조주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장난스러운 친구의 차가운 손길처럼 목덜미로 흘러들어오는 빗물을 즐기며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보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진정한 삶의 생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
둘째, 리펄런트(Repellent 벌레 기피제)를 준비하라.(8~9달러 정도) 남섬, 특히 서해안에 사는 샌드플라이(Sand Fly)는 뉴질랜드의 순수한 풍경에 뿌려지는 매운 양념 같은 것이다. 길이 2~3밀리미터의 날개가 달린 검은색 작은 벌레로 무척이나 느리고 작은 녀석들이 몸에 붙어 모기처럼 피를 빤다. 다행히 아무런 병을 옮기지도 않고 덩치가 작은 관계로 피를 많이 훔쳐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며칠 동안 괴로울 정도로 가렵기 때문에 물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몸에 특유의 냄새가 나는 리펄런트를 발라야 하는데 뉴질랜드의 슈퍼마켓이나 약국 등 어디에서나 판다. 리펄런트를 바르면 그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샌드플라이가 주위에 오지 않거나 물려고 피부에 앉더라도 다시 날아오른다. 저기압의 후텁지근한 날이면 샌드 플라이들은 극도로 왕성한 식욕과 대담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리펄런트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물린 곳은 ‘절대로, 절대로’ 손대지 말 것. 한번 긁기 시작하면 며칠 동안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렵기 때문에 물린 곳을 만져서는 안 된다. 가려운데 어떻게 긁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긁기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려워지기 때문에 최악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땀 냄새와 높은 온도를 좋아하기 땜누에 트레킹이 끝난 직후의 사람이 샌드플라이에게는 이상적인 먹잇감이나 다름없다.
또 하나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주 많이 물려 면역성을 가지는 것이다. 실제로 현지인들이나 나같이 수도 없이 물린 사람들은 면역성이 생겨서 물린 자리가 별로 가렵지 않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쓴맛’을 즐기고 싶으면 맨발로 샌들을 신고 저녁에 웨스트 코스트를 산책해보라. 발가락 사이에 붙은 샌드플라이들이 뉴질랜드의 특별함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샌드플라이는 병을 옮기거나 더러운 벌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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