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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마 종기
그 여름철 혼자 미주의 서북쪽을 여행하면서
다코다 주에 들어선 것을 알자마자 길을 잃었다.
길은 있었지만 사람이나 집이 보이지 않았다.
대낮의 하늘 아래 메밀밭만 천지를 덮고 있었다.
메밀밭 시야의 마지막에 잘 익은 뭉게구름이 있었다.
구름이 메밀을 키우고 있었던 건지, 그냥 동거를 했던 것인지,
사방이 너무 조용해 몸도 자동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내 생의 전말같이 무엇에 홀려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소리 없이 나를 친 바람 한 줄을 사람인 줄 착각했었다.
오랫동안 침묵한 공기는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아무도 없이 무게만 쌓인 드넓은 곳은 무서움이라는 것,
그래도 모든 풍경은 떠나는 나그네의 발걸음이라는 것,
그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무슨 남자냐고 메밀이 물었다.
그날 간신히 말없는 벌판을 아무렇게나 헤집고 떠나온 후
구름은 다음 날 밤에도 메밀밭을 껴안고 잠들었던 것인지,
잠자는 한여름의 극진한 사랑은 침묵만 지켜내는 것인지,
나중에 여러 곳에서 늙어버린 메밀을 만나 공손히 물어도
그 여름의 황홀한 뭉게구름도,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면벽한 고행 속에 그 흔한 약속만 매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