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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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ld Rush

1 2,652 코리아포스트
입안에서 딱딱하고 까슬까슬한 것이 씹혔다. 꺼내보니 금붙이였다. 이게 어디서 나왔지? 나는 입을 벌리고 거울을 보았다. 금으로 때웠던 어금니가 뻥 뚫려 있었다.

7월은 뉴질랜드 국제 영화제(제 41회)가 시작되어 행복지수가 높아진 달이다. 나는 팜플렛이 나오기가 무섭게 스틸과 영화평들을 훑어본다. 상영되는 영화를 다 볼 수는 없는 노릇, 영화들의 면면들을 요모조모 떠올리고 상상해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영화를 두 가지로 나누면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 집에서 봐도 되는 영화다. 그 중 찰리 채플린의 'The Gold Rush'는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1순위. 'The Gold Rush'의 상영 시간은 88분. 'The Auckland Philharmonia Orchestra'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live로 연주한다는 것. 예매 첫 날 나는 서둘렀다. 단 한 번 상영, 오케스트라 연주, 기회는 흔치 않다.

26일 저녁, 인터넷 영화표를 챙겨서 CIVIC 극장 앞으로 갔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측은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표 팔 거니?(표 좀 파세요, 플리즈!)”

표는 이미 일주일 전에 매진 되었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표를 구걸하고 있었다. 매표소 앞에 도착했을 때, ‘매진’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 오히려 그 영화가 더 강하게 당긴다. 날 버리고 떠난 연인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 없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언제 다시 채플린을 볼 수 있으려나---’

티켓 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초로의 신사는 그런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에게 행운이 있기를! 나는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기를 조율하느라고 분주했고, 관객들은 자리를 찾느라 부산스러웠다. 그런데 중년과 노년의 많은 관객들이 와인잔을 들고, 더러는 홀짝거리면서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속삭였다.

“채플린 영화 상영 기념으로 와인 주나봐. 나도 한 잔 받아올까?”

“(그럴리가)극장 옆 카페에서 산 거 같은데요.”

카페에 다녀올 시간이 없었다. 와인 잔을 기울이며 영화를 감상하다니, 부러웠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금을 캐기 위해 알래스카로 몰려드는 개미떼 같은 사람들의 행렬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1925년, 까마득한 옛날에 채플린은 저런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 시대 몇 안 되는 천재이면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담은 그에게 잔을 들어 축배를! 그래서 사람들은 와인잔을 들고 객석에 앉은 것인가. 어느새 와인향은 영화관 가득 떠돌고, 나는 코를 찡긋거리며 와인 향기를 깊게 들여 마셨다.

채플린(극중 이름은 찰리)이 화면에 등장하기만 해도 사람들은 웃었다. 채플린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이들의 애정이 담긴 두런거리는 웃음소리다. 85년 전, 우리 할머니 세대에 만들어진 영화가 조금도 촌스럽지 않다. 명 장면 중 하나는 눈 쌓인 벌판 오두막집에서의 진수성찬.

 
배가 너무 고픈 채플린은 자신의 워커를 삶는다. 워커 밑창은 스테이크, 밑창에서 길게 솟아 나온 대못은 뼈다. 뼈(?)를 뽑아 들고 발라먹는 장면, 접시에 놓인 워커 끈을 포크로 돌돌 말아 스파게티인양 먹는 장면은 어찌나 섬세하고 리얼한지, 입맛을 다시게 만들 정도. 의심할 여지없이 채플린은 위대한 배우다. 진한 페이소스와 웃음, 게다가 식욕까지 주다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채플린의 천재성과 광대 기질은 빵도 춤추게 만든다. 바에서 만난 여자 조지아와 그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설핏 잠든 채플린. 재미있는 볼거리를 보여 달라는 여자들의 청에 채플린은 식탁 위에 있는 갸름한 빵 두 개에 포크를 꽂는다. 빵은 발이고 포크는 다리가 되었다. 식탁 위에서 멋지게 스텝을 밟는 빵 신사(지나친 천재성에 질리는 장면 중 하나).

코믹함은 물론 만화 같은 상상력과 기분 좋은 긴장감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 밤사이에 몰아친 폭풍우로 오두막집이 미끄럼을 타며 달리다가 낭떠러지 끝에 걸린다. 찰리와 맥케이는 우왕좌왕. 몸무게 차이로 오두막집이 시소처럼 기우뚱기우뚱. 채플린이 간신히 탈출하는 순간, 오두막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관객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채플린과 환상 호흡으로 관객을 충분히 웃기면서 자신은 stone face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맥 스웨인(극중 이름 맥케이)의 연기도 일품.

개도 사람을 웃긴다. 조지아와 춤 출 기회를 얻은 채플린. 근데 바지는 왜 자꾸 흘러내리는지---. 채플린은 트레이드 마크인 지팡이로 바지 뒷춤을 잡아 끌어 올린다. 조지아와 채플린의 팔, 지팡이가 함께 하늘로 쭈욱! 그 자세가 불편하자 채플린은 테이블에 있는 끈을 잽싸게 집어 허리춤을 묶는데---, 그 끈은 알래스카 썰매 견의 목줄이었다. 탁자 아래서 쉬고 있던 개는 영문도 모른 체 함께 찍고 돌고, 돌고, 채플린의 발에 채이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을 찾아 헤매는 인간들의 짐꾼 노릇을 하느라 피곤하고 지친 늑대 만한 개의 ‘영문도 모르는 표정’이 클로즈업 되는데---. 금 한덩어리 발견한 어떤 남자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몰려든 ‘Gold Rush’의 주역들. 그 욕망의 허무함과 덧없음을 개의 얼굴이 말해주는데, 그 비극이 희극이 되어 웃긴다.

나는 입 안에서 나온, 무심결에 넘겼으면 별 저항없이 넘어갈, 밥풀떼기 만한 금조각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다행이었다! 나는 그것을 랩으로 말아 책상 위에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금을 보면 당분간은 못내 행복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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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엠
좋은 영화, 좋은 글, 아름다운 시..

이들의 공통점은 길다는 거죠.

요즘 젊은이들은 오래 참지 못하고

툭하면 질려하고

변화가 없으면 마치 죽은것으로 생각합니다.

짧음의 미학 보다 한수위인

오램을 깨워주시는 글 잘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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