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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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2 3,988 NZ코리아포스트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 3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호감을 받아 왔던 일본이 추락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의 리콜에 이어 스즈키, 닛산도 줄줄이 리콜 대열에 합류한 것. 육지의 자동차 뿐 아니라, 바다의 고래와 참다랑어도 깔끔한 일본 이미지에 먹칠을 더하고 있다.

1972년 유엔에서는 '상업 포경 일시 정지안'이, 1986년에는 '상업 포경 중단 법'이 제정되었다. 일본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와 함께 대표적 포경 국가다. 상업적 포경은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은 단지 '연구용'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지만, 어부들이 고래를 잡아 해체시키는 모습이 인터넷상에 폭로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멸종 위기의 고래들도 남획되고 있다는 것. 위기종 중 하나인 혹등 고래(Hump Back Whale)는 매혹적인 포유류다. 번식기에 수컷들은 세레나데를 부르는데, 암컷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매년 새 곡을 만든다. 심지어 각운(rhyme)까지 맞춘다. 영리한 녀석들은 다른 수컷의 노래가 더 좋다고 생각되면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암컷을 잘 꼬실 수 있는(?) 곡이 빌보드 차트 상위곡인 셈이다. 혹등 고래가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은 youtube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큰 몸을 벌러덩 뒤집으면 짙푸른색 등과는 달리 배와 지느러미 안쪽은 흰색이어서, 배영 모습으로 누운 고래는 천사의 날개를 펼친 듯 사랑스럽다. 노래는 코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중국 경극 배우의 목소리처럼 높고 가늘며, 음역의 파고가 크다. 내가 암 고래라면 충분히 반할만한 노래며 몸짓이다. 우직하고 점잖고, 관대하고, 세레나데를 부르는 낭만과 센스까지!

더욱 중요한 사실은 혹등 고래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것. 12미터나 되는 혹등 고래의 지느러미는 사람을 한 방에 훅 가게 만들 수도 있지만 조심스레 다가가 그들의 노래와 삶을 연구한 이들이 있다. BBC 방송의 Planet Earth 프로그램에서 Dr. Roger Payne (President Ocean Alliance)는 이렇게 말한다(그는 1960년대, 최초로 혹등 고래의 노래를 녹음해서 고래 보호 캠페인을 벌였다).

“1960년도쯤에 포경금지 캠페인으로 혹등 고래 노래를 사용했죠. 그 캠페인을 시발점으로 열대 우림의 위기와 살충제 문제 등 환경에 관한 이슈가 불거져 나왔어요.”

혹등 고래의 노래는 그렇게 가슴을 두근두근거리게 만들면서 ‘인류의 문화 속으로 자연스레 편입되어 왔다(And this is why we were able to get whales into the culture of humanity).’ 하지만, 경외스런 혹등 고래는 40여년 동안 항상 멸종 위기 상태다.

포경 찬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포경 반대 단체인 'Sea Shepherd'의 'Ady Gil' 호가 1월 6일, 남극해역에서 일본 포경선과 충돌 끝에 좌초됐다. 뉴질랜드와 호주 당국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2월 8일에도 남극해에서 '시 셰퍼드'의 '밥바커호'가 일본의 포경선 '유신마루 3호'와 충돌했다.

호주는 포경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제 사법 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일본에 경고했다. 뉴질랜드도 호주와 연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일본은 단호하다. 고래잡이는 중단할 수 없다, 허용 범위내에서 잡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라고 맞서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가 연타를 맞은 것처럼, 고래에 이어 참다랑어(혼 마구로, Bluefin Tuna)에 대한 제재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서양에서 잡히는 참다랑어의 80%는 일본인 식탁에 오른다. 유럽 연합은 2월, 2011년까지 회원국의 조업 금지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3월 13일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인 워싱턴 조약 체결국 회의가 열린다. 170여개의 회원국 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참다랑어는 안전을 보장받는다.

WWF(World Wildlife Fund)의 다랑어 전문가 Dr. Sergi Tudela는 “참다랑어의 어획량이 기존의 15%에 불과하다. 수산업과 물고기 둘다 구제하려면, 법안 통과가 지체되어 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전에 홍콩에 갔을 때 '하버 시티' 쇼핑몰 안 초밥집에 손님들이 줄 서 있었다. 그 집의 생선과 식재료는 일본에서 공수해 오는 것으로 반할 만한 맛이었다. 프랑스의 일류 요리사들은 메뉴에서 참다랑어 요리를 삭제시켰다. 일본 요리사들은 참다랑어가 최고의 횟감이자 스시 재료라고 고집한다.

                               <JANUARY /2010/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 >

올 1월 WWF는 National Geographic에 이런 광고를 실었다.
<Take bluefin tuna off the menu now, or it will be off the menu forever.>

WWF는 팬더 곰 퍼포먼스로도 유명하다. 에펠탑 광장에 종이 팬더 곰 1600마리를 설치했다. 1600은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팬더의 개체수인데, 광장에 겨우 들어차는 정도.

머지않아 고래나 참다랑어가 에펠탑 광장을 채우기에도 모자라게 되지 않을까? 물론 환경 운동가들의 지탄이 아시아 쪽으로만 향해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이 포경 산업의 맥을 끊고 싶지 않다는 심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지금 일본은 획기적 패러다임을 마련해서 환경보호국으로 탈바꿈할 때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세레나데를 부르는 혹등 고래나 최고의 횟감 참다랑어는 '리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ni
.

재미있게 쓰신 글을 잘 읽었습니다

endangered species는 육지에서나 바다에서나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마구 포획하는 것은 곤란하지요.

.

"Research,연구용" 이라며 잡는 모습을 잡지매체에서 본 일이

있는데 국적이 일본분들이시지요 그분들, 참 대단하신 분들 같더군요

한때는 일본여행 갔다오면 느낌이 좋고 즐거워했던 때도 있었는데,....

.
김영나
Toni님!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다른 생명들을 멸종위기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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