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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에서는 저번 칼럼에 이어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 Dynamic Range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3. Dynamic Range
Dynamic Range는 한국말로 계조라고 부르기도 하고 가장 흔하게는 ‘DR’이라고 영어를 줄여 부르기도 한다. 쉽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한국말로 노출의 관용도라고 하는 것이 좋고 이해하기도 편하다. Dynamic Range는 순수한 검은색부터 순수한 하얀색까지를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특정 필름이나 디지털 카메라가 그것을 몇 단계까지 구분 할 수 있게 사진을 만들어 내는가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순수한 검은색부터 순수한 하얀색까지 11개의 단계로 나누고 순수한 검은색을 0 그리고 순수한 하얀색을 10이라고 하기로 하자. 그리고 어떠한 특정 필름을 사용하였을 때 노출이 정확히 맞았다는 가정 하에 그 필름이 3단계부터 8단계까지의 계조가 표현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 필름의 관용도는 6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뜻은 0부터 2까지의 3 단계는 구분 할 수 없이 모두 순수한 검은색으로 표현이 될 것이며 9부터 10까지의 2 단계는 구분 할 수 없이 순수한 하얀색으로 표현이 된다는 것이다. 필름의 경우 이 노출의 관용도가 넓은 필름일 수록 노출이 정확하지 않아도 촬영 후 인화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암부와 명부의 정보를 살릴 수 있다. 필름의 경우와 비슷하게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도 센서와 화상처리 방법의 차이에 따라 노출의 관용도가 상당히 달라지고는 한다.
최근 온라인 사진 포럼들에서 화자 되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니가 개발한 센서를 사용하는 니콘 카메라에 비해 독자 개발하는 센서를 사용하는 캐논의 카메라가 계조가 엉망이라고 한다. 이 차이는 카메라에서 바로 만들어 내는 JPEG 이미지에서도 상당부분 티가 나기도 하지만 정확한 비교를 하자면 RAW로 촬영한 이미지로 비교를 하여야 한다. 노출이 부족하여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하게 나온 사진과 노출이 과도해서 너무 밝은 사진을 후보정 과정에서 노출을 바로 잡으려고 시도 할 때 암부와 명부에서 각각 얼마만큼의 정보를 다시 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디지털 카메라에서 흔히 계조가 넓다던가 좁다던가를 논하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노출의 관용도와 같은 개념이다. DSLR이 나오기 전의 디지털 카메라 세계에서는 RAW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보급형 기종은 JPEG으로밖에 촬영 할 수 없었으며 그나마 고급형 기종은 비압축 형식인 TIFF를 지원하였다.
이 당시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의 관용도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디지털 카메라 센서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루게 되고 DSLR의 출현으로 RAW 촬영이 가능해지자 곧 금방 필름의 관용도를 따라잡게 되었다. 조금 더 상세하게 들어가자면 필름의 경우 흑백 필름, 컬러 네거티브 필름, 컬러 슬라이드 필름이 가장 보편적인 필름의 종류인데 컬러 슬라이드가 가장 관용도가 좁고 그 다음이 컬러 네거티브이고 가장 관용도가 넓은 것은 흑백 필름이다. 가장 최신 기술이 집약된 DSLR도 어떤 이들은 흑백 필름의 관용도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하는데 최근에 Leica에서 발표한 흑백 사진 전용 디지털 카메라는 흑백 필름의 관용도에 근접한 관용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체감상으로 현재 사용되는 DSLR들은 컬러 네거티브에 근접한 관용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사람들이 궁금해 할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 하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이 되지는 못하였겠지만 지난 호 칼럼과 이번 칼럼의 내용을 모두 이해한다면 자기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나갔던 칼럼들에서도 이야기하고는 하였지만 결국 모든 것은 특정 상황과 용도에 맞는 최적의 도구를 사용하고자 해야지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좋다 하며 비교만 하는 탁상공론을 해봤자 좋은 사진을 만들 수는 없다.
마무리를 하며 필름에 대하여 필자가 요즘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요즘 사진학과 학생들을 보면 점점 필름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경우 중형판 필름을 사용하는 사진학과 학생들이 현저히 급증하였는데 일단 크기가 큰 필름에서 얻을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사진과 필름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에 매료되어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촬영 후 인화하기 전 스캐너로 스캔을 하여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야 하는 어딘가 아이러니한 상황도 같이 따라 다니고는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많은 사진가들이 디지털 사진을 후보정 하며 일명 “필름 효과”를 주려고 노력 하였고 현재 여러 가지의 상용 플러그인들이 “필름 효과”를 한 번의 클릭으로 낼 수 있게끔 나오고 있다. 필자도 가끔 필름으로 작업을 하면서 느끼지만 말로 절대 설명 할 수 없는 아날로그가 선사하는 따스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마치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소리의 음악보다 오래된 레코드 판이 만들어내는 잡음 섞인 아날로그의 소리가 항상 더 끌리는 부분이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