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한 후의 기분은 매우 좋아한다. 끈적하거나 덥다거나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성취감. 뭔가를 해냈다는 그 고양감.
그 묘한 해방감이 운동으로 인해 받는 고통과 괴로움 (과장 없이)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건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허리가 아파서 좋던 싫던 반강제적으로 운동을 해야 했었고, 가뜩이나 허리도 아팠던 터에 환부의 근육까지 혹사시켜야 하니 더더욱 하기 싫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같은 찜통 더위에서야 더더욱 죽을 맛이란 건 운동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찐득하다는 말론 모자랄 그 쩌덕쩌덕함! 한여름에 갓 쪄진 찐빵이 된 기분이다.
워낙 움직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탓이다. 그건 인정하겠다. 오죽하면 나 스스로가 제일 잘 어울리는 동물은 나무늘보라고 생각할까. 실제로도 나무늘보는 매우 부러운 짐승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느릿느릿해도 괜찮고- 아니, 살기 위해 느려야 하고, 먹는 것도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으니 귀찮게 이것저것 찾아먹지 않아도 괜찮고. 천적들이야 나무 위에서 높이 사니 별로 볼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성가신 점이라면 빗물 정도일까.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지만, 그만큼 난 운동을 무척 싫어한다.
그러나 동물은 문자 그대로 ‘움직이는 존재’라고 누가 말했던가. 살기 위해, 아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운동은 필수이고, 그래서 뉴질랜드에 돌아온 이후로 꾸준히 걷기 운동을 했고, 오늘부터는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기로 했다.
생각보단 꽤 괜찮았다. 먼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온갖 운동 기구가 사방에 정렬되어 있고, 마음대로 골라서 운동할 수 있다는 그 자유로움이 무척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조깅보다 땀을 덜 흘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유산소 운동만 하지 않고, 근력 운동 또한 골고루 할 수 있었기에 훨씬 개운했다. 산속 길을 한 바퀴 뛰고 왔을 때의 텁텁함이 아닌, 묘한 산뜻함. 운동을 하고선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기에 헬스 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에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다못해 스트레칭을 위한 공간까지도 따로 있다는 게 가장 신기했다. 같은 곳에 다같이 모여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엔 좀 주눅이 들었지만 곧 모두 같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떠올리자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 목적이야 물론 분명하다. ‘건강’.
그러고 보면, 옛날엔 훨씬 더 자발적으로, 즐겁게 움직였던 것 같다. 점심 시간이면 반드시 바깥에 나가 놀이터에서 뛰어 놀았고, 철봉에서 매달리고 흔들리고 뛰어내리며 신나게 놀았다. 몸이 가볍고 날래서 원숭이라고까지 불렸던 내가, 어느새 나무늘보가 되어버린 걸까.
친절한 트레이너와 함께 내게 필요한 운동들을 알아보고, 기구들을 쓰는 법과 운동 요령을 배운 후 혼자서 운동을 시작했다. 사이클링, 로잉 (탄력성 좋은 쇠줄에 연결된 손잡이를 있는 힘껏 당기는 운동이다), 달리기, 런지 등. 열심히 운동한 덕분인지 근육은 기분 좋게 당기고 온몸이 뜨거웠다. 근육이 욱씬거리는 게 기분 좋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다만 수건을 개별적으로 가지고 오게 되어 있는 건 몰랐기에, 운동 기구를 쓰고 나면 한 번씩 닦아낼 수가 없어 일일이 휴지를 뽑아 써야 해서 조금은 민망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신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운동 도구를 쓰고 나면, 소독제(스프레이 물통에 든 보라색 액체, 매우 화학적이고 자극적인 냄새가 났다)를 뿌리고 휴지나 수건으로 닦아주는 것. 아니, 휴지로 닦고 수건으론 땀을 닦는 걸까?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장소라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내일부터도, 모레도, 쭉 가게 될 것이다. 최대한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