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개구리 왕자
옛날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던 시절 한 왕에게 아름다운 딸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에 막내딸은 유독 아름다워서 해조차도 막내공주에게 빛을 뿌릴 때마다 감탄할 정도였다. 왕이 살고 있는 성 부근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고 숲에는 늙은 보리수가 있었으며 그 나무 아래에는 샘이 하나 있었다. 막내공주는 날이 더울 때 그 숲으로 가서 시원한 샘물가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황금공을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가 황금공을 공중에 던졌다가 잡으려 하는데 그만 손에 맞고 튀어나가 샘에 빠지고 말았다. 샘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고, 공을 잃어버린 공주는 울기 시작했다. 공주가 슬피 울고 있을 때 어디선가 왜 울고 있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개구리 한 마리가 물 밖으로 두툼하고 못생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공주가 개구리에게 울고 있는 이유를 말하자 개구리는 자기가 공을 찾아다 줄 수 있다고 말하며 대신 뭘 해줄 거냐고 물었다. 공주는 옷, 진주, 보석, 왕관까지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구리는 그런 것은 원치 않는다며 친구가 되어주고, 사랑해 주고, 식탁 앞에 함께 앉아 공주의 접시와 컵에 담긴 음식과 물을 같이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거기에 공주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해준다면 황금공을 찾아다 주겠다고 말했다. 공주는 말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속으로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 개구리라고 생각했다.
공주의 약속을 받아낸 개구리가 황금공을 찾아다 주었으나 개구리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공주는 공을 받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개구리가 힘을 다해 쫓아가 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공주는 성에 도착하자마자 개구리가 샘으로 돌아갔을 거라 생각하고 아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튿날이 되었다. 공주가 왕과 신하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팔딱거리며 대리석 계단을 올라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공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가 누가 왔나 궁금하여 문을 열고 보니 개구리였다. 놀란 공주는 문을 쾅 닫아버리고 식탁으로 되돌아왔으나 가슴이 마구 뛰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공주의 두려움을 눈치 챈 왕이 거인이 널 잡으러 오기라도 한 거냐고 물었고 공주는 징그러운 개구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왕이 개구리가 왜 온 거냐고 묻자 공주는 왕에게 전 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왕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는 왕의 명령 때문에 할 수 없이 개구리와 함께 식사를 했으나 음식이 목에 걸려 체할 지경이었다. 식사를 다 한 후 개구리는 이제 공주의 침대로 데려다 달라고 했고 공주는 건드리는 것조차 끔찍한, 무섭고 징그러운 개구리와 함께 자야 한다는 말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왕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준 상대를 무시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라며 나무랐다. 할 수 없이 두 손가락으로 간신히 개구리를 집어 방구석에 놓은 공주는 혼자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그러자 개구리는 함께 자지 않으면 왕에게 일러바치겠다고 했고, 그 말에 화가 난 공주는 개구리를 들어 벽에 던졌다.
그러나 개구리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왕자가 되어 있었다. 왕자는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되었고 공주만이 샘에서 자신을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잠을 잘 자고 일어난 후 이튿날 왕자의 나라로 가기 위해 준비했고, 그들을 데리러 왕자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여덟 마리의 하얀 말이 끄는 마차와 함께 나타났다. 신하는 자신의 주인이 개구리가 되었을 때 그 슬픔과 괴로움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가슴을 철로 된 띠로 감았었는데, 이제 구원을 받은 주인으로 인해 기뻐서 가슴이 부풀어 오르자 그 철로 된 띠가 터져 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