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과 직장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직업인과 직장인

0 개 1,440 명사 칼럼

나는 내 직장 길 건너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지하 1층에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그곳에서 운동을 하던 어느 날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큰 잔에 찻잎 몇 개를 떨어뜨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가져가는데, 운동을 할 때는 벽 한쪽에 있는 테이블 위에다 올려놓는다. 그 날도 그랬다. 운동을 하다가 목이 말라 찻잔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 잔 위에 티슈 한 장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보통 오전 8시 조금 지나면 여성 한 분이 와서 청소를 한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유리창을 닦고 운동기구의 먼지를 닦아낸다. 그 분이 해 놓으셨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큰 감동을 받은 나는 그분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드렸다. 청소할 때 생기는 먼지가 들어갈까 봐 명함 크기만 한 일회용 사각 종이컵을 걸쳐 놓고 거기에 티슈를 올려놓으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마음이 밝고 환해진다.

 

자신이 비록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한 발짝 더 내디뎌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 타인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일이자, 자신에게는 자신을 제한하는 기능적인 한계를 벗어나서 스스로를 확장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좀 과장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이 바로 어떤 한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의 출처다. 모든 창의적인 일이나 사회적인 공헌 등은 우선 자신이 확장되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공적인 역할로 자리 잡은 경우들인데, 그런 일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하는 데서 생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하나의 수고가 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수고가 있어야만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자신은 더 성숙해진다. 자신이 전체 세상으로 확장되는 일이자, 자신을 성숙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개별자로서의 자신과 전체로서의 세상이 서로 섞이고 일치하며 교류한다.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막상 잘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하지만 한 개인의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하나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산다. 세상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직(職)’ 이라고 한다.

 

또 인간은 누구나 행위의 결과에 따라 성숙해 간다. 당연히 모든 행위는 사실 수행이며 거기에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업(業)’ 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특정’ 한 역할(職)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고 완성(業)한다. 

 

이것이 바로 직업이다. 당연한 이치로, 인간은 ‘직업’을 잘 수행함으로써 사회적이고 공적인 존재로 확장한다. 바로 ‘직업인’이다. 

 

여기서 핵심은 ‘업’의 정신에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맡은 역할(職)을 전인격적인 태도로 대하느냐, 아니면 기능적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인격적인 태도는, 마음은 다른 곳에 두고 하도록 정해진 것만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의 궁극적인 의미를 살펴서 거기에 온 마음을 두고 기꺼이 불편함과 수고를 받아들여 조그마한 확장성이나마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자신의 역할을 하나의 수행처로 삼아야 한다. 그 역할을 통해서 자아가 완성되고 실현된다는 지속적인 각성을 하고, 항상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을 기능적으로만 대한다. 

 

‘직’과 ‘업’이 분리된다. 이런 사람은 ‘직업인’이 아니라, 그냥 ‘직장인’이다. 한 사회의 건강성과 진보는 구성원들이 ‘직업인’으로 사느냐, ‘직장인’으로 사느냐가 좌우한다. 결국 ‘시민이냐’, ‘아직 시민이 아니냐’다.

 

누구나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그 다음’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을 살아야만 한다. 자신이 맡은 기능적인 역할 ‘다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알고 있는 것 ‘다음’을 따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넘어가려고 시도한다. 어떤 일을 하고 나서 바로 그 다음에 어떻게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걱정한다. 그것은 청소하시는 그 분이 다른 사람의 찻잔에 먼지가 들어갈까 봐 걱정하고, ‘다음’을 하는 수고를 기꺼이 한 일과 똑같다.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36b5d34e875d6cbed3bf1b602d3be771_1565650414_2609.jpg
 

우울증과 자살

댓글 0 | 조회 1,278 | 2023.09.22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 이후 무기력(無氣力)과 우울감(憂鬱感)이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7천명… 더보기

이상적인 고등학교 성적평가 제도

댓글 0 | 조회 1,479 | 2023.09.20
▲ 자료 R고등학교 프레젠테이션뉴질랜드 일부 고등학교들이 새로이 바뀌는 new NCEA 프로그램을 대신하여 11학년 과정을 대체하는 학교 자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 더보기

정신건강 인식 주간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댓글 0 | 조회 596 | 2023.09.18
정신건강 인식 주간은 뉴질랜드인들이 자신의 웰빙을 증진하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마다 시행되는 캠페인이다. 1993년 많은 사람들이 정… 더보기

지기, 천기, 우주기

댓글 0 | 조회 620 | 2023.09.13
기운은 맑고 탁함에 따라 정기와 탁기로 나눈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디서 오는 기운이냐에 따라서는 지기(地氣), 천기(天氣), 우주기(宇宙氣)로 나눌 수 있습니다.지… 더보기

우리는 왜 이토록 오만해졌을까

댓글 0 | 조회 1,164 | 2023.09.13
‘가난하되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되 교만함이 없다’(貧而無諂, 富而無驕).‘논어’에서 제시된 이상적 인격의 형태다. 사실, 유교를 포함한 세계 모든 종교의 경전에… 더보기

아침 얼굴 붓기와 뱃살 제거에 딱! 15분 모닝 요가

댓글 0 | 조회 842 | 2023.09.13
자기전 야식이나 과식을 하고 자면 아침에 얼굴도 땡땡 붓고 배도 평소보다도 더 볼록 나오는 것 같죠?가장 좋은 건 저녁을 일찍 마치고 가볍게 산책하고 숙면을 취하… 더보기

시인의 시집을 버렸다

댓글 0 | 조회 617 | 2023.09.1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참 좋아하는 시인이었는데첫사랑에게 시인의 시집도 선물 했었는데아직도 오래된 그의 시집을 갖고 있는데그 시인만큼은 시 같이 살 줄 알았는데그를… 더보기

가정 폭력과 임대 명령

댓글 0 | 조회 717 | 2023.09.13
학대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법적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호 명령(Protection Order)은 피해자와 가해자 … 더보기

플러밍, 플러머, 누구를 믿을 수 있나요?

댓글 0 | 조회 1,227 | 2023.09.13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코리아 포스트 ‘알고 싶어요’ 게시판에서 가끔 좋은 플러머를 구한다는 글을 볼 때마다, ‘좋은 플러머란 누구인가?’라는… 더보기

전두엽에 저항!

댓글 0 | 조회 510 | 2023.09.13
며칠전 모바일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 낭패를 겪을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필 아침 일찍 공항에 나가야 하는 날이… 더보기

동두천 1

댓글 0 | 조회 550 | 2023.09.12
시인 김명인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그래 어둠 속에서번쩍이는 신호등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내 급한 생각으로는 대체로 우리들도 어디론가가고 있는 중이… 더보기

피어나라, 우리들의 봄!

댓글 0 | 조회 379 | 2023.09.12
유영빈 씨 삼부자의 서울 석불사 템플스테이 체험기사진을 찍는 아버지는 어린 두 아들을 프레임에 담는다.작은 나무 같은 소년들이 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 때 바람을… 더보기

궁금해서 알아본 비자 심사기간

댓글 0 | 조회 1,421 | 2023.09.12
뉴질랜드에서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Visa(이하, 비자)가 필요합니다. 영주권자도 “영주권 비자”를 소지한 자이기에 비영주권자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더보기

리커넥트에서 진행한 Mangere 쓰레기 줍기 프로그램

댓글 0 | 조회 610 | 2023.09.12
지난 8월 26일 토요일, 리커넥트에서 따뜻함 나누기 (Share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Mangere 쓰레기 줍기를 2시간 동안 진행하였다. 7명의 … 더보기

오르막(Uphill)과 내리막(Downhill) 칩샷

댓글 0 | 조회 597 | 2023.09.12
오르막(Uphill) 칩샷1. 경사도를 우선 점검한다.오르막 경사도가 가파른 경우는 일반적인 샷처럼 어깨의 위치를 지면과 수평으로 이루어야 하며 체중도 오른쪽으로… 더보기

갯벌의 저주(詛呪)

댓글 0 | 조회 859 | 2023.09.12
갯벌은 살아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해서 바다가… 더보기

도박장에서도 도박자를 보호해야 한다

댓글 0 | 조회 751 | 2023.09.12
9월 4일자 뉴스에서 스카이 시티가 카지노 라이센스를 특정 기간동안 사용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많은 분들이 카지노에 Host responsibil… 더보기

야뇨증

댓글 0 | 조회 649 | 2023.09.12
야뇨증이란 잠잘 때 꿈을 꾸는 것 같은 상태에서 소변을 보는 증세를 말한다. 낮에도 소변이 저절로 배설되는 증세를 ‘주간 유뇨증’ 이라고 하는데, 이것과 비교해서… 더보기

쌀의 날

댓글 0 | 조회 550 | 2023.09.08
가수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는 우리의 가난했던 과거를 회상케 한다.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더보기

이래저래 다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1,176 | 2023.08.23
유은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아기.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아빠를 꼭 빼다 박은 모습이다. 사위의 꿈… 더보기

어떠한 비즈니스 비용을 세금 공제로 청구할 수 있을까요?

댓글 0 | 조회 1,285 | 2023.08.23
비용 발생은 사업 운영의 불가피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비용을 세금 공제로 청구할 수 있고 어떤 비용이 세금 변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 더보기

Waste Disposal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댓글 0 | 조회 1,090 | 2023.08.23
분쇄기(Food Waste Disposal 또는 Garbage Waste Disposal)에 관해 소개하려 합니다.제가 뉴질랜드로 이민온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습… 더보기

학생들에게 좋은 수면의 중요성 및 수면 향상 방법(2)

댓글 0 | 조회 605 | 2023.08.23
이번 호에서는 지난호에 이어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취해야 할 몇 가지 단계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규칙적인 수면 및 기상 스케줄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 더보기

40대, 50대여 운동하라!

댓글 0 | 조회 1,070 | 2023.08.23
나잇살 빼주는 10분 복근 운동전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느꼈던 건데요, 하루 이틀 좀 많이 먹고 운동을 게을리해도 아랫배가 볼록 나오더라구요. 그만큼 예전보다 … 더보기

발 동동 4시간....

댓글 0 | 조회 1,698 | 2023.08.23
맹_꽁이 멍_청이.내가 스스로에게 붙여 마땅한 조롱이고 별명이다.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망서리다가 햇볕이 반짝 보이길래 산책 나갈 채비를 서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