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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이가 4살정도였던 때인가 같다. 제법 자기 취향이 생기고 고집도 생기고 자기만의 원칙같은 것이 생길무렵이다.
방은 온통 레고로 (난 얘가 레고 신이 될 줄 알았다. 거짓말아니고 단 한번도 매뉴얼보고 맞춘 적 없고 그냥 아무리 큰 팩키지도 케이스 사진보고 똑같이 조립해 냈었다. 맞다 모든 평범한 엄마들처럼 나도 얘가 천재인줄 알았다 ㅎㅎ) 난장판이어도 침대만큼은 무슨 군대처럼 각맞춰서 정돈이 되야하는 아이였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30분이 넘게 혼자 낑낑거리며 각맞추다 운 적도 많다. 맘대로 안되니까 ㅋㅋ 그래도 절대 엄마 아빠 깨울지 모르던 아이.
그런 아이가 스파이더맨에 푹 빠졌다. 옷이고 신발이고 가방이고 뭐든 다 스파이더맨만 원했다. 그땐 나도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뭐든 다 사줄 수 있었지만 나는 언제고 아이들이 뭘 원할때 그냥 덜컥 사 준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 아빠랑 다툰적도 많다. ‘장난감 & 초콜렛 = 사랑’ 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의 논리가 내 교육관에서는 가당치 않았기 때문에.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스파이더맨이 나이스하게 그려진 그것도 리모트로 조종이 가능한 레이싱카를 사다 줬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아니었고 엄마처럼 심부름해서 스티커받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나는 그 날의 그 이벤트가 아들이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네살의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얼마전 주말에 저녁을 먹고 홈오피스에서 이것저것 살림살이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으니 아들아이가 턱하니 와인한잔을 건넨다. 이놈이..... 타이밍 죽이는데 하는 생각으로 쳐다보니 갈치를 올려놓아주던 그 때의 눈빛처럼 씨익하고 웃는다. 마음이 헤엄치다보면 심해생물이 나올만큼 깊은놈 ㅋㅋ
랩탑뚜껑을 덮어버리고 와인 한잔 마시는 동안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학교가기 전에 아빠와의 기억 중에 어떤게 제일 행복했냐니까 어느날 아빠가 ‘이게 니가 다닐 킨더가든이야’ 하고 데려가서 유치원 놀이터에서 축구하던 날이란다. 우와, 정말? 스파이더맨 차 받던날 아니고?
그렇다. 이 아이를 감동하게 하고 그 단순한 기억을 추억으로 마음에 각인한 것은 선물이 아니고 ‘학교에 가보고 싶어’ 하고 조그맣게 조잘대던 자기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기억하고 심지어 학교에 데려다 준 아빠의 관심어린 사랑이었다.
사랑은 물건처럼 손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받는 선물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전해지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종종 이런 준비 안된 마음에 던지는 사랑은 그냥 반품되면 그만인 택배랑은 다르게 관계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섣불리 부족하다 싶은 부분을 장난감과 초콜렛으로 아이들의 사랑지수를 높이겠다 생각하는 철없는 부모들의 행동처럼 물질적인것으로 사랑을 대신 ‘지불’ 했다 하는 자기 자만이 관계에 어이없는 삐걱거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족, 직장동료, 연인, 친구 이 모든관계에서 우리는 준비되지 않는 마음의 주소로 진심필터를 장착하지 않은 사랑의 택배를 전하고 잘 전달됐겠지 이만하면 됐겠지 하는 스스로의 위안을 삼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사랑을 꼭 닮은 쌍둥이가 있는데 바로 사과다. 사과는 사랑보다 고집이 더 세고 똑똑해서 가끔은 물질적인 것에 눈이 가려 헷갈리는 사랑과는 달리 진심을 입히지 않은 사과는 마음으로 가는 길에 1인치도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
그럼 누가 사랑과 사과의 진정성을 제일 잘 알까? 바로 아가들과 반려동물이다. 이들은 귀신같이 누가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지 싫어하는지 진심으로 미안해하는지 입으로만 미안하다 하는지 콕콕 잘도 집어낸다. 사회성이 배제된 마음의 눈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억과 추억은 달라서 마음에 저장되지 않은 기억들은 평생가지 않는다. 기억이 아닌 추억을 많이 만드는, 관계를 위해 겉치레가 많은 사랑이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살자. 훗날 돌이켜 보면 울고 웃을 추억들은 누구도 대신 만들수도 사줄수도 없으니까.
이번 한인회 선거도 좋은 추억이 될 행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코끼리 아줌마 제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