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시인 주 영국
큰집 뒤안의 오래된 우물
벼락 맞은 대추나무 옆
밤에는 두런두런 도깨비들이 살았다
할머니가 우물을 떠난 뒤에도
유월 유두만 되면 도깨비들이
머리를 풀고 머리를 감으며
사람들의 흉을 보았다
툭,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대추알이 굵어지면
두레박의 물 긷는 소리도 깊어지는데,
대문을 열고 뒤안으로 돌아가면
대추를 따던 유년이 돌아 나온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유년도 따라 나온다
대추 한 알이 우물 안 구름 속으로
툭, 떨어질 때마다
마른 우물의 물씨가 터지며
허방세상을 구경하고 돌아온
도깨비들의 이야기가 밤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