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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백군
한 시간 반이면 되는 산책길
다이아몬드 헤드를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 걸렸다
길가 오푼마켓에서 곁눈질하고
오다가다 스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일일이 간섭하고
쉼터에서 잠시 머물면서 새들이랑 새우깡 나눠 먹고
이제는,
빨리 간다고 남은 시간을 요긴하게 쓸 나이도 아니어서
길바닥을 한담으로 낙서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슬며시 바닷가 부자동네로 잡아끄는 아내의 손
집들이 궁전이다. 시쳇말로 로망이다
“하, 그 집들 참 멋지다.”하다가
그만 내 입의 발음이 헛나간 것을 알고“머저리다.”하는데도
아내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무 반응 없이
이 집 저 집 눈요기하기에 바쁘다
밉다, 저 집들
아무나 못 들어가게 담을 쳐 놓고 사는 사람들
아무나가 되어서 아내도 자식들도 아무나로 만들어버린
내가 더 밉고 미안해서
“그만 갑시다. 해 넘어가요.”하는데, 아내는 꼼작 않는다.
살짝 뽀뽀하는데도
귀찮다고 역시 밀어내며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내
느닷없이 달려들어 진하게 키스를 하였더니 그때야
놀라서 앞뒤 돌아볼 새도 없이 줄행랑을 친다.
40년 동안 못한 사랑 고백
“사랑합니다”란 말 대신에
길거리에서 키스 한 번 진하게 하였더니
그 고백 멋지다며
서녘 해가 산마루 넘다가 멈춰 서서 돌아보고
고개 숙인 집들이 처마를 버쩍 들고
지나가던 바람이 40년 열기 식히느라
부채질하다 보니 시간 반이나 더 걸리더란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 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