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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아지고 잎새들이 더 푸르러짐에 산들산들 바람이 훈풍을 불러와 미니스커트의 계절이야~~ 하고 계절의 바뀜을 알아야하는데 뚜둑 떨어진 전기세 고지서와 딸아이 귀가시간 통금이 7시에서 8시로 늦어지는 걸 통해 여름이 왔군 한다.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ㅎㅎ
같은 패턴의 구조에서 식상해질 무렵 집안 가구배치를 바꾸면서 키친과 한결 가까워진 피아노. 아침부터 영화보다가 급 땡겨서 만든 생크림프렌치크레페와 커피한잔 마시면서 물끄러미 저녀석을 보고있자니 어릴적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나 어릴적만 해도 피아노는 소위 부의 상징물 중 하나였다. 초등학교시절 학년이 바뀌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의례 걷어가던 가정환경조사서에 ‘피아노’를 적어낼 수 있는 아이는 반에 몇 안되었고 전축이라 불리던 오디오 시스템과 함께 피아노가 있는 집 아이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싸장님들 이셨다. ㅎㅎ
그런 피아노를 나는 운좋게 나를 무지 이뻐하시던 동네 피아노학원 할머니께 무료로 배울 수 있었고 중학교때 합창경연대회때 얼떨결에 반주자를 맡은 나는 피아노 칠 줄 아는애 = 좀 사는집 애 라는 공식을 와자작 부숴버린 이단아였다. ㅎㅎ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피아노 뚜껑을 열고 간만에 몇곡 두들겨보다 뭔가에 훅해서 아리랑을 치는데 딸아이가 슬그머니 옆자리에 앉더니 왜 한국사람들은 애국가로 아리랑을 안쓰고 애국가는 애국가대로 따로 있고 무슨 행사있고 할 때 아리랑을 더 많이 쓰냐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긴 한데.... ㅋㅋ 엄마 = 슈퍼우주인 인 딸아이에게 ‘그런 어려운건 엄마한테 묻는게 아니야’ 해버린다 .
대부분의 민요가 그렇듯 검은건반만으로도 칠 수 있는 아리랑 연주가 신기했는지 옆에 앉아 물끄러미 보더니 금새 따라하는 딸아이의 손가락을 보면서 이 아이에게는 아리랑을 들을 때 내게 이는 이 가슴따뜻한 뭉클함이 없겠지 이 노래가 애국가보다 더 진한감동을 주는걸 이 아이는 못느끼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문득 한국인의 정서를 심어주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그렇다. 나는 아리랑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삼성폰좋아 하고 엄지척하는 외국인을 보면 괜히 어깨 으쓱으쓱하고 축구 야구 이런거 생전 안 좋아해도 월드컵이나 메이저리그 경기에 한국팀이나 선수가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키고 보는 난 분명 한국인이다.
너 키위야? 나? 한국인이여~~~ 하고 자부심 가지고 살고 싶은 나를 발목잡는 한국인들의 창피한 치부 중의 하나가 이 갑질병이다. 한국인들의 갑질병은 병이라기보다 암같다. 불. 치. 병.
아파트 관리인이 해외여행을 가는게 주제에 맞냐며 반상회 공론을 연 한 아파트 주민회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하는가 하면 학부모가 자기 아들 반장 안 시켜준다며 폭력배를 고용해 선생을 협박하지를 않나 그 유명한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은 또 어떤가.
Excuse me, Sorry & Thanks 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뉴질랜드에서의 삶에서는 보기는 커녕 듣기도 힘들 뿐더러 이런일이 있대 하고 말하면 돌아오는 말은 “Aren’t they crazy? Unbelievable!” 뿐이다.
그 런 데, 이런 갑질을 일부 한국인들은 뉴질랜드에서도 한다. 고용관계에서 임대관계에서 또 집안에서는 경제권자와 피경제권자의 관계에서.
이런 갑질암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는 딱 한가지 뿐이다. 그들은 동등하고 평등하게 대하고 예외를 둠이없이 차별대우 하지 않는것. 모든 암치료제는 부작용과 고통을 동반한다. 이 갑질암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더 갑질을 해댈 수도 있고 관계가 절단 될 수도 있고 이런 남과 같은 동등한 대우를 해줌으로 인해 심지어 피해를 보게될 수도 있다.
물안에 흙이 잔뜩 들어있는 한잔의 컵이 있다고 치자. 깨끗한 물을 조금 넣어주면 맑아질까? 반쯤 넣어주면?
아니다. 수도꼭지를 틀고 흙탕물이 다 퍼흘러내릴때까지 계속 깨끗한 물을 부어줘야 비로소 깨끗한 물이 담긴 잔이 된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서 깨끗하고 남과 같은 “동등한” 대우를 끊임없이 받아야만 갑질암이 치료된 맑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크레페를 너무 많이 먹어 무거워진 코끼리 아줌마 J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