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최대 은행 ANZ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집값 급등 흐름이 앞으로는 반복되기 어렵다며, 향후 30년 동안은 연간 약 2~4% 수준의 완만한 상승이 더 현실적이라고 전망했다.
ANZ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5년까지 뉴질랜드 주택 가격은 연평균 약 6%씩 상승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빠른 성장률이며, 호주(7.5%)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고속 성장은 1990년대부터 2021년까지 장기적인 금리 하락, 인구 1인당 소득 증가, 그리고 주택 공급이 느리게 늘어난 영향이었다.
하지만 은행은 앞으로 같은 조건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금리는 2021년 이후 다시 상승했고, 코로나 이후 저점은 회복된 상태에서 2000년대 평균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1인당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인구 증가도 둔화했으며, 주택 공급도 과거보다는 개선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 6% 수준의 고속 성장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ANZ의 분석이다.
ANZ는 국제적으로는 연 4% 내외의 상승세가 더 일반적이며, 뉴질랜드도 향후 ‘장기 추세’로 연 4% 전후가 더 그럴듯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처럼 직선적인 상승이 아니라 큰 상·하락이 반복되는 파동 속에서 이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6년에는 연료비 충격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약 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2027~2028년에는 연 3~4% 정도 상승하는 경로를 가정했다.
이 같은 완만한 상승세는 기존 집주인에게는 과거 30년만큼의 높은 자본이익이 아니지만,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집값 부담이 완화되고, 주택 소유 접근성이 높아져 가계 재무 안정과 경제 구조의 균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은 또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1992년 이후 일본 집값은 30년 동안 연평균 0.6%씩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1991년 버블 정점 이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인구 감소·물가 하락이 겹쳤기 때문으로, ANZ는 뉴질랜드가 일본식 장기 하락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집값이 장기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금리가 다시 오르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부진하거나 건축비가 낮아지거나, 주택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들 경우 연 4% 미만의 상승세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금리가 다시 크게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거나 공급 제약이 재부상하면,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