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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토), 뉴질랜드 전역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했던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NZAC)을 기리는 추모 열기로 가득 찼다. 안작 데이의 상징인 ‘새벽 예배(Dawn Service)’가 상륙 작전 개시 시간인 새벽 5시에 맞춰 전국 각지의 전쟁 기념비 앞에서 일제히 거행된 가운데, 오클랜드 도메인 전쟁 기념 박물관 앞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운집하여 전몰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이날 오클랜드에서 진행된 정부 공식 퍼레이드 행사에는 멜리사 리 국회의원과 뉴질랜드 해병전우회(회장 문용선) 회원들이 공식 참석했다. 제복과 훈장을 갖춰 입은 해병전우회 회원들은 현역 군인 못지않은 절도와 패기 넘치는 행진을 선보였으며, 가슴에 빨간 꽃 ‘포피’를 단 채 묵념에 참여하는 시민들로부터 깊은 경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어린 자녀의 손을 잡거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나, 안작 정신이 세대를 넘어 계승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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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사 이후 오전 8시에는 오클랜드 로즈가든에서 재향군인회(회장권한대행 양희중), 해병전우회, 그리고 오클랜드 교민들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들과 함께하는 헌화식 행사를 이어갔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약 4,000명의 병력을 파병해 준 형제의 나라 뉴질랜드에 대한 보은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한인 사회가 안작 데이를 단순한 공휴일 이상의 숭고한 기념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한인 전우들의 참여는 현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양국 간의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민간 외교의 장이 되고 있다.
뉴질랜드 해병전우회 문용선 회장은 낯선 타국 땅에서 '해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을 돌이키며 안작 데이 퍼레이드가 갖는 특별한 가치를 강조했다. 문 회장은 "우리 조국을 지켜준 뉴질랜드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존경을 표하는 것은 해병 전우들의 당연한 도리"라고 밝히며, "새벽잠을 설쳐가며 아이들과 함께 모여드는 뉴질랜드 시민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의 힘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해병의 행진이 현지인들에게는 감동을, 한인 후세들에게는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병의 상징인 붉은 명찰과 함께한 이들의 행진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오클랜드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형제의 나라를 향한 감사의 경례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