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와 태평양계 의대·보건계 학생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건강 정보를 전달하며 지역사회 건강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우마누 하우오라(Haumanu Hauor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10명의 학생들로, 오타고 대학교에서 의학 및 보건 관련 학위를 공부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임상 실습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임상적 전문성과 문화적 기반을 함께 갖춘 팀”을 표방하며, 자신들이 배우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립자 마이아 록이어는 2년 전 더니든 폴리페스트 행사에서 무료 혈압 측정을 진행하던 중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조차 질병이나 약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목격했다며,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와 치료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충분한 설명에 기반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2025년 9월 SNS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들은 고혈압, 당뇨병, 병원 방문 시 유의사항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영상과 그래픽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환경에서 촬영하고 평이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중심으로 약 8,000명의 팔로워를 확보했으며, 팀에는 치의학, 약학, 물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추가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건강 교육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공중보건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의대 5학년 타마푸레투 포 미타에라는 “마오리와 태평양 공동체는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 수준에서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활동의 배경에는 기존 의료 시스템이 이들 공동체의 기대와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미타에라는 “우리 공동체를 위해 설계되지 않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소통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개인적 경험도 중요한 동기가 됐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의료 시스템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며, 편견과 구조적 인종차별이 의료 접근을 저해하는 현실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최종학년 의대생 테 히레아 도허티 역시 “마오리와 태평양계 가정에서는 의료 경험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성장 과정에서 건강 격차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Te Whatu Ora Health NZ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이후 이들 집단은 다른 인종 그룹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건강 수준을 보여왔다.
이들은 건강 문해력을 단순히 개인의 이해 능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 역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록이어는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단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허티는 특히 의료 정보가 마치 다른 언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쉽게 번역해 전달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에게 다시 주도권을 돌려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건강을 이해하는 것을 일상화(normalise)”하는 데 있다. 미타에라는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위험 신호를 인지하며,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에는 ‘어리석은 질문’이 없고, 접근 장벽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사람이 배운 건강 정보가 가족 전체로 확산되는 ‘파급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건강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도허티는 “우리 방식으로 설명한 내용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며 활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향후 이들은 팀 규모를 확대하고, 보건 교육 과정 자체에서 건강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교육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록이어는 “지금 많은 가정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건강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지금 자신의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 가족과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Source: 1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