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가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물가가 높은 국가로 평가되며, 생활비 부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제기됐다. 중앙은행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생산성 문제 등 근본적인 경제 구조가 생활비 위기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의 폴 콘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5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뉴질랜드는 여러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고비용 국가”라고 밝혔다. 특히 건설 서비스와 주거 비용, 공공요금, 일부 식료품 가격은 OECD 최고 수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건설 비용은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며, 설비와 건설을 포함한 자본 형성 비용도 평균보다 약 70% 높은 수준이다. 우유, 치즈, 계란, 과일과 같은 기본 식품 가격 역시 평균보다 높은 반면, 담배는 OECD에서 가장 비싼 수준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이 단기간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뉴질랜드의 전체 물가는 약 26% 상승했으며, 일부 필수 품목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방세와 보험료, 가스비, 식료품 등 일상적으로 피할 수 없는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임금 역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임금은 약 32% 증가했지만, 그 효과는 모든 계층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직장을 옮긴 일부 근로자에게 더 큰 상승이 집중되면서, 실제 체감 구매력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은 금리 정책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콘웨이는 “통화정책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뿐, 뉴질랜드를 더 저렴한 나라로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물가상승률은 목표 범위를 다소 웃돌고 있으며, 중동 분쟁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단기적인 상승 압력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뉴질랜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OECD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약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이후 호주와의 소득 격차도 확대되며 경제적 상대적 위치가 약화된 모습이다.
콘웨이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낮은 생산성을 지목했다. 그는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은 오르고 가격은 낮아진다”며, 장기적인 생활수준 개선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생산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둔화됐고, 팬데믹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과 무역 구조 변화는 뉴질랜드처럼 외부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직면한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물가 대응을 넘어, 경제 구조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 그리고 유연한 경제 시스템 구축이 장기적인 해법으로 제시된다.
이번 분석은 뉴질랜드 경제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비용이 높은 구조’를 가진 상태에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