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최고의 의사와 의료 전문가들이 해외로 떠나는 주된 이유가 급여가 아닌 현대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가 불필요하게 사망하는 현실 때문이라는 경고가 총리에게 전달됐다. 호주·북미 등에서 세계적 연구와 치료를 펼치는 35명의 뉴질랜드 출신 혈액암 전문의(혈액학자)들이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드니 기반 혈액학자 주디스 트로트먼(Judith Trotman) 교수가 주도한 이 서한은 "현대 의약품·기술 접근성 부족과 임상시험 제한이 고급 인재 이탈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혈액학자, 간호사, 약사, 과학자, 연구 코디네이터 등이 가속화된 유출을 겪었으며, 호주 등에서 생명구호 연구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혈액암 전문의들은 뉴질랜드 의료진이 "하위 수준 치료를 강요받아 도덕적 상처(moral injury)"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가 호주(2020년), 미국(2015년), 영국(2018년)에서 이미 보험 적용된 면역항암제 다라투무맙(daratumumab)에 접근하지 못해 호주 환자보다 최소 15개월 일찍 사망하는 사례를 꼽았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도 1차 치료로 구강 억제제를 10년 늦게 받으며 독성 화학요법을 감내하고 있다.
CAR-T 세포 요법 등 혁신 치료 도입 지연도 문제로, 자력으로 해외 치료나 수입 약물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상시험 참여도 표준 치료제 미보급으로 제약사들이 뉴질랜드를 외면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GDP 대비 의약품 지출(0.4%)을 OECD 평균(1.4%)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태스크포스 구성 및 연구 지원을 촉구했다.
오클랜드 병원 혈액학자 로저 티드만(Rodger Tiedemann) 박사는 귀국 후 "혈액암 치료 혁신에서 뉴질랜드가 크게 뒤처진 것에 경악했다"고 밝혔고, 멜버른 출신 로리 베넷(Rory Bennett) 박사는 "환자들이 호주에 살면 당연히 받는 치료를 받지 못해 절망적"이라고 했다. 호주 플린더스 메디컬센터 혈액학과장 휘펭 리(Hui-Peng Lee) 부교수는 "뉴질랜드 환자들이 세계 표준 치료를 수년 기다리는 격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팜악(Pharmac) 예산을 4년간 사상 최대 62억 9400만 NZ달러로 확대하고 암 치료 43종을 신규 승인했다고 반박했다. 보건장관 시메온 브라운(Simeon Brown)은 혈액암 전문의 모집 중이며, 연간 2500명 신규 환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부보건장관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는 "올해 예산이 타이트하지만 혈액암 접근성 확대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CAR-T 요법 등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Source: St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