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이민부 장관 에리카 스탠퍼드(Erica Stanford) 가 불법체류자(overstayer) 규모를 과장해 발언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정치권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태평양계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발언이 과거 인종차별적 단속을 떠올리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스탠퍼드 장관은 지난달 기자들에게 뉴질랜드에 “예상보다 수만 명(tens of thousands) 더 많은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말하며 불법체류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발언을 하면서 이민 단속 권한 강화를 추진 중인 정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이민 단속관에게 주거지나 직장에서 비자 위반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RNZ 확인 결과, 뉴질랜드의 실제 불법체류자 규모는 장관의 발언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이민성(Immigration New Zealand)에 따르면 2025년 7월 1일 기준 불법체류자 약 20,980명, 2017년 약 14,000명으로 약 8년 동안 증가한 수치는 약 7000명 수준이다.
이후 스탠퍼드 장관은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며 사과했다.
그는 “당시 기자들 앞에서 ‘수천 명(thousands)’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수만 명’이라고 잘못 말했다”며 “예상했던 수치가 낮은 1만 명대였는데 실제가 약 2만 명 수준이라 예상보다 많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 말을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가계 커뮤니티 지도자인 파킬라우 마나세 루아(Pakilau Manase Lua) 는 장관의 발언이 과거 ‘던 레이드(Dawn Raids)’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던 레이드는 1970년대 뉴질랜드 정부가 태평양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불법체류 단속으로, 당시 많은 가정이 새벽에 경찰 단속을 받으며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루아는 “이 발언은 1970년대 정치권이 태평양계 이민자를 과장된 숫자로 묘사해 공포를 조성했던 방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에도 실제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태평양계가 아니었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며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취약한 커뮤니티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녹색당(Green Party) 역시 장관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민 담당 대변인 리카르도 메넨데스 마치(Ricardo Menéndez March) 는 “이민장관이 사실과 다른 숫자를 사용해 사회에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미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방식과 비슷한 공포 조장 정치”라며 “이민 단속 권한을 확대하려는 법안을 정당화하기 위해 숫자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탠퍼드 장관은 발언이 단순한 실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말실수였고 이미 사과했다”며 “녹색당이 작은 실수를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불법체류자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며 특히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추방 조치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이민성은 불법체류자 수치는 전체 입국자 규모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5년 발표된 수치는 새로운 분석 방식으로 산출된 추정치이기 때문에 과거 수치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