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가계가 지출을 대폭 줄이고 있는 가운데, 2026년 하반기 경기 전망 역시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압박과 추가 금리 인상 예고가 맞물리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웨스트팩 뉴질랜드(Westpac NZ)의 새티시 랜초드(Satish Ranchhod) 선임 경제학자가 분석한 최신 '소매 지출 펄스(Retail Spending Pulse)'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계절 조정치를 반영한 Westpac 데빗·신용카드의 1인당 소매 지출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올해 1월 이후 전체적인 소매 지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소비 침체의 배경에는 거시 경제적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 재무부의 '예산 2026(Budget 2026)' 전망에 따르면, 중동 지역(이란) 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의 여파로 6월 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의 목표 밴드인 1~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품목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가계가 고물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가가 고점 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연료비 지출은 다소 줄었으나, 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가계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이다. 식료품 지출 역시 감소세를 보였는데, 마트 운영자들은 소비자들이 필수 식재료 외의 비필수 품목 구매를 크게 줄였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달 급감했던 여행 관련 지출이 5월 들어 반등했고, 유가 하락으로 생긴 아주 미미한 여유 자금이 외식 및 배달 음식 지출로 유입되며 유흥·호스피탈리티 업계에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줬다. 그러나 대다수 업주들은 여전히 심각한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활성화를 위한 지출은 지속적으로 둔화하는 추세다.
가장 큰 가계 위협 요인은 금융 비용 부담이다. 랜초드 경제학자는 과거 높은 고정 금리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만기 후 낮은 금리로 갈아타며 누렸던 '이자 절감 혜택' 기간이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경고했다. 현재 재고정(Re-fixing)을 통한 이자 절감 폭은 1년 전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작아졌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시중 은행의 모기지 금리는 오히려 다시 오르고 있다.
실제로 RBNZ B20 데이터에 따르면 시중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5월 기준 1년 고정 금리는 5.22%(4월)에서 5.26%로 올랐고, 2년 고정은 5.69%, 5년 고정은 6.24%를 기록하며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RBNZ)은 올해 9월 전 한 차례, 그리고 12월 전에 추가로 한 차례 더 기준금리(OCR)를 각각 25bp(0.25%p)씩 인상해 연말까지 OCR을 2.75%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각화했다. 반면 웨스트팩은 자체 전망을 통해 RBNZ보다 더 공격적인 긴축을 예상하며, 연말까지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어 기준금리가 3% 안팎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웨스트팩은 첫 인상 시점을 9월로 점치고 있으나, 경제 데이터 추이에 따라 이르면 7월에 조기 인상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역별 편차는 존재했다. 켄터베리(Canterbury), 오타고(Otago), 사우스랜드(Southland) 지역은 낙농업을 필두로 한 원자재 수출 가격 호조 덕분에 상대적으로 경기 불황의 타격을 덜 받고 있다.
반면, 기스번(Gisborne)과 호크스베이(Hawke's Bay)는 과거 심각한 기상 악화 피해의 여파로 여전히 추가적인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대도시인 오클랜드(Auckland)와 웰링턴(Wellington)은 고용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웨스트팩은 다음 주 뉴질랜드 전역의 체감 경기를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소비자 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Report)를 발표할 예정이다.
Source: 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