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숨어든다.
따뜻한 담요를 덮고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몰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겨울은 생각보다 밖에서 더 아름답다.
비가 내리는 숲길, 안개가 걸린 해안선, 젖은 나무에서 풍겨오는 향기, 그리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산책길은 여름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선물한다.
이번 겨울, 두꺼운 점퍼 하나 걸치고 오클랜드의 숨은 산책길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1. 비 오는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기
스미스 부시(Smiths Bush Reserve)
비가 내린 뒤 숲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안다.
비 냄새가 얼마나 특별한지.
과학자들은 이 향기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부른다. 흙과 식물에서 올라오는 천연 향수 같은 냄새다.
노스코트에 위치한 스미스 부시는 겨울철 산책 명소로 손꼽힌다.
약 25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짧은 코스지만 울창한 원시림과 높은 보드워크 덕분에 도심 속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비에 젖은 뉴질랜드 토종 숲의 향기가 가득하다.
마치 자연이 준비한 향수 가게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2. 흐린 날이 더 아름다운 풍경
쉐익스피어 리저널 파크
맑은 하늘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겨울의 흐린 날씨는 익숙한 풍경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오클랜드 북부의 쉐익스피어 리저널 파크는 그런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멀리 오클랜드 시내 스카이라인이 구름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푸른 초원과 바다, 그리고 회색빛 겨울 하늘이 어우러지며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걷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들도 조금씩 정리된다.
3. 겨울 산책이 몸에 좋은 이유
비 오는 날 산책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있다.
폭포나 파도 근처에서 많이 발생하는 '음이온'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음이온은 스트레스 감소와 기분 개선, 수면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숲길을 걸은 후 유난히 상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철 우울감이 찾아올 때 집에만 머무르지 말고 가까운 산책길을 걸어보자.
몸뿐 아니라 마음도 훨씬 가벼워진다.

4. 바람에 고민을 날려 보내는 곳
뮤직 포인트(Musick Point)
네덜란드에는 'Uitwaaien'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바람에 날려 보내기"라는 뜻이다.
강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클랜드 동부의 뮤직 포인트는 이를 실천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Rangitoto Island,
Waiheke Island,
그리고 하우라키 만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울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마음속 답답함도 함께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5. 겨울에 더욱 빛나는 보드워크 명소들
카우리 글렌 리저브(Kauri Glen Reserve)
오클랜드 시내에서 불과 20분 거리.
이곳에서는 300~400년 된 거대한 카우리 나무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높이 18m의 캐노피 보드워크는 숲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새가 되어 숲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오라케이 베이슨(Ōrākei Basin)
오클랜드 중심부에서 가까운 이 산책길은 약 45분 정도 소요된다.
화산 분화구가 형성한 석호를 따라 걷다 보면 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다.
특히 물 위를 따라 이어지는 긴 보드워크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겨울은 집 안에만 있기엔 아깝다
많은 사람들이 오클랜드의 겨울을 춥고 우울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겨울은 가장 감성적인 계절이 된다.
비에 젖은 숲길의 향기.
안개 낀 해안의 풍경.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
그리고 사람 없는 조용한 산책길.
이번 겨울에는 소파에서 일어나 가까운 보드워크 하나만 걸어보자.
어쩌면 우리가 찾고 있던 작은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숲길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Source: ourAuck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