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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톨릭대학교 외래교수로 활동했던 안현 치과의사. 그러나 뉴질랜드에서 치과의사 자격을 인정받는 데는 꼬박 4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먼저 뉴질랜드와 상호 인정 시스템이 있는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미국 치과의사(Board 1 자격)까지 취득한 후에야 뉴질랜드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할 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뉴질랜드 아내를 맞으면서 줄곧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을 꿈꾸며 노력했던 그는 지난 10월 중순 드디어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4년간의 도전과 열정 끝에 뉴질랜드에 정착한 안현 치과의사(JJ Dental Care)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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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온화함에서 시작된 나라에 대한 동경
뉴질랜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아내에 대해,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해 늘 궁금했다. 나도 한국에서 그랬지만, 이곳에서 보니 한국은 정말 치열한 경쟁의 사회다. 치과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온화한 성격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는 다른 모습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런 성향을 만들어주는 데 뉴질랜드가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궁금증이 이민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합격보다 어려운 시험 접수
한국에서 2007년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이 면허만으로는 뉴질랜드 치과의사가 될 수 없었다. 이는 최근 외국 출신 의사들이 시험 없이 로 인정받는 과정(General Practitioner)과 완전히 다른 점이다. 한국 치과의사가 뉴질랜드 자격을 얻으려면 캐나다의 NDEB(The National Dental Examining Board of Canada)가 주관하는 Equivalence process(NZDREX)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이 과정은 마치 ‘도장 깨기’처럼 총 4단계의 시험(NZDREX)을 순서대로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첫 두 개 시험은 기회가 단 세 번으로 제한되어 있어 실패 시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된다. 문제는 합격보다 시험 접수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인기 콘서트 티켓팅처럼 접수하기가 힘들어 접수에 실패하면 6개월을 허비하게 된다. 마지막 2개 시험은 임상 실습 및 구술 필기 시험으로 구성되는데, 시험 자체 비용만 NZD 10,000달러가 넘는다. 이 마지막 단계는 5년 동안 무제한으로 응시할 수 있지만, 역시 등록비가 고액이며 접수 난이도는 이전 단계보다 더 높다.
눈물과 땀으로 이룬 주경야독과 해외 수련
한국에서 낮에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주경야독의 시간을 수년간 보냈다. 새벽에는 캐나다 현지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며 영어로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갔다. 정보 부족으로 몇 번의 실패도 겪었다. 특히 마지막 2개 시험은 한국에서 정보나 평가자를 만나기 어려워, 가족을 한국에 두고 캐나다 토론토로 직접 가서 6개월간 학원에서 공부하고 수련했다. “집에 두고 온 애들과 아내를 생각하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고, 의자에 닿는 피부에 욕창이 생길 정도로 했다. 눈물로 밤을 보낸 적도 여러 번이다.” 시험은 오타와의 NDEB 본부에서 이틀간 진행됐다. 10주 뒤 이메일로 통보되는 결과를 기다리며 매일 밤 이메일함을 체크했고,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너무 떨렸다. 그래도 결과 모두 “PASS”로 나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관문, O.E.T 영어 시험
이후 뉴질랜드 치과위원회(Dental Council of New Zealand)가 요구하는 O.E.T(Occupational English Test) 영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4개분야(Listening, Writing, Reading, Speaking)에 모든 카테고리를 한 번에 B 이상으로 취득해야 하는 조건이었지만, 캐나다 수련 기간 동안 영어 실력이 향상된 덕분에 이 과정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마무리되어 뉴질랜드 치과의사 자격 조건을 최종 만족시키게 되었다.
공중보건의 복무 시절, 지방관사에서 만나
치과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은 한국에서 면허를 받은 후 공중보건의로 지방에서 3년간 병역 대체복무를 한다. 당시 각 관할 보건소에서 관사를 제공했는데, 나는 그 관사에서 살던 의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아내는 그 당시 혼자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와서 대학 졸업 후 힘들게 일을 하던 중이었다. 그때 내가 아내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아내가 그때 많이 감동했다고 한다.
오클랜드 JJ Dental Care, 의료진의 친절함
현재 한국 임플란트 제조사의 소개를 통해 오클랜드 알바니에 위치한 치과병원(JJ Dental Care)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과 스탭들 모두 한국인이어서 처음에는 여기가 한국인지 착각을 했다. 현지 적응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많은 환자분들이 내원을 하는 바쁜 병원인 만큼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균형 잡힌 삶 속, 다가가는 치과의사로
뉴질랜드 생활이 아직은 많이 낯설지만, 교민들께서 느끼기에, 여러 모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환자들과 잘 소통하는 치과의사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한 뉴질랜드에서의 일상은 매우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게 해 줄 걸로 보인다. 직장 내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평온하고, 개인적인 시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걸로 생각된다. 이민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것이었고, 뉴질랜드에서 그런 삶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