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한국 알리기에 앞장
지난 달 웰링턴, 초등학교(Khandallah) 에서 한국 문화 수업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다. 한국에 대한 수업 준비를 하던 현지 선생님이 한글학교 페이스 북을 보고 연락이 왔다. 6세부터 8세 아동 45여명과 함께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한국 관광공사에서 재미있게 만든 동영상으로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한자와 일본어 한글 구별해내기, 자기 이름 쓰게 하기, 한복 입어보기, 제기차기, 딱지 치기, 투호 등 체험 수업도 함께 병행해 좋은 반응으로 행사를 마쳤다. 수업이 끝나고 난 뒤 모든 선생님들이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사실은 수업을 준비하면서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서 집중을 못해 수업 진행이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을 선생님들이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현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반응이 나왔다. 대부분 아이들은 걱정과 달리 수업에 집중했으며 조용히 앉아서 질문도 열심히 했다.
한국문화 체험시간에는 자신이 삐뚤삐뚤 한국어로 쓴, 아니 그린 이름표를 잃어버릴까 손에 꼭 쥔 채 챙기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남자 아이들은 한복에 관심이 없을 것 같았지만 여자든 남자든 모든 학생들이 한복을 잠시라도 갈아입기 위해 긴 줄도 마다 않고 기다리다가 기뻐하던 모습은 힘들었던 준비 기간의 노고를 깨끗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지만 모든 선생님들은 정말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 되고 있다. 앞으로 한글 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학교와 한국을 알리고 이런 출장 교육 요청에 대해 알찬 수업 준비로 무료일지라도 더욱 신경 쓸 계획이다. 그밖에 한글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공연은 지난2007년 웰링턴에서 열린 세계 로타리 클럽 회의에서의 축하 공연과 2012년과 2013년 크리스마스 퍼레이드(Johnsonville)에 한국 알리기를 위해 참가했고 2015년 K-Cultural Festival 등 현지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크고 작은 행사에 꼭두각시나 사물놀이 등을 준비하여 보여 주었다. 2014년에는 웰링턴 이스트 칼리지(Wellington East Girls college) 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특별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이 찾아오는 한글 학교를 위해 노력
일주일에 한번, 3시간만으로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려주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매 학기마다 선생님들은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엄마 손에 이끌리지 않고 부모님 손을 이끌고 오고 싶어 하는 한글학교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때로는 탁구나 태권도 등 체육활동으로, 장구 익히기나 탈춤 배우기, 동요 부르기, 만들기 등 한글과 연관된 것은 어떤 것이라도 학교 수업과 연관시켜 교육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학기에는 선생님들의 어린 시절, 게임기나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 흙과 돌, 지나간 달력 등을 이용해서 놀았던 기억을 되살려 투호, 사방놀이, 비석놀이, 고무줄 놀이 등 전통 놀이를 찾아서 한 시간씩 하고 있는데 수업 반, 노는 것 반 이겠지만 내내 밝은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친구들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교실에서는 수줍어서 말도 안 하던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상의하고 격려하며 같이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교육이라는 것이 꼭 교실 책상 위에서 연필과 공책으로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웰링턴 한글학교
웰링턴 한글 학교는 뉴질랜드 협의회에 소속된 한글학교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웰링턴 한글학교 제 8대 교장으로 4년째 봉사하고 있다. 학교의 시작은 지난 1988년 빅토리아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왔던 분들에 의해서 세워졌으며 올해 27주년을 맞았다. 초대 교장으로 김용환 그리고 김건일, 홍의숙, 임정란, 김문자 그리고 오세진 전임 교장선생님들 이하 많은 분들의 헌신으로 오늘의 웰링턴 한글학교가 이어져 올 수 있었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글교육
2012년 웰링턴 한글학교에 뉴질랜드 사람들을 위한 한국어 과정을 시작했다. 등록한 학생은 고등 학생, 직장인, 배우자가 한국인이어서 배우려는 사람 등 다양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수강생은 노부부였다. 개인적인 문제로 정규 수업시간엔 참가할 수 없다고 해서 따로 시간을 마련해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 했다. 그분들은 자신의 며느리를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려던 분이었다. 뉴질랜드로 시집을 와서 한국말을 할 상대가 없는 며느리의 외로운 사정을 생각해서 언젠가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노 부부의 생각에 많이 감동 했다. 한국 사람처럼 완벽한 대화는 아니지만 “생일 축하한다, 아가야. “ 라는 카드와 서투른 말로 한국 며느리를 울렸던 아름다운 노부부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
한글학교는 우리 교민들이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어야 발전 할 수 있는 단체이다. 요즘은 교민 수 가 줄어 들면서 점차 한글 학교 학생 수 역시 줄어들고 있어 많은 걱정이 있다. 언어와 문화의 교육은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외국에서 자라나는 이이들은 더욱더 열심히 한국문화 공부를 해야 한다. 읽을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국문화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어야 한국문화를 이해 하기 시작 하는 순간 이다. 이러한 상황은 부모님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 한다. 한글학교 학생으로 입학해서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학생으로 한글학교를 졸업하면 보조 교사로 또 어른이 되어서는 한글 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하면서 한국문화를 계속 공부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러한 상황을 꿈 꾸고 있다. 그리고 교민들에게 바람은 한글학교에 대상 자녀가 없더라도 한글학교가 준비한 행사에 꼭 참석해주길 바란다. 잘 되어가고 있는지 학교가 갖고 있는 어려움은 없는지 함께 격려하고 걱정해 주면 학생 수가 작은 학교라도 큰 학교 못지 않는 든든함으로 이어져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한국 사람들은 애국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뉴질랜드 언론에 한국에 대한 보도라도 나올라치면 두 눈 부릅뜨고 읽고 귀를 기울인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Korea” 란 단어에 자꾸 눈 이간다. 아마도 나 혼자만의 현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서 우리민족의 문화와 얼을 좀더 많이 알리고자 오늘도 많은 생각에 잠긴다. 한국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일은 특정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 모든 교민들이 작은 일부터 시작 한다면 누구나 한국을 알리는 민간 대사가 될 것으로 생각 한다. 우리 선생님들 역시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뉴질랜드 구석구석에서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뉴질랜드 170여명의 한글학교 교사들, 그리고 가족간의 시간일 수 있는 토요일을 기꺼이 아이들의 한글 교육을 위해서 데려 오는 많은 부모님들이 뉴질랜드 속에서 크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이다.
취재 협찬: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