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의 푸른 하늘 아래,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뉴질랜드에서 한국 전통 악기인 가야금의 맑고 청아한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 특별한 선율의 주인공들은 바로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단독 가야금 연주회를 만든 열정적인 학생들이다. 악기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혼신의 힘을 쏟는 연습 과정부터, 무대 뒤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긴장감, 그리고 가야금 선율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섬세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열두 줄의 아름다운 울림의 주인공 ‘모들’가야금 연주단, 이설 학생을 만나 보았다.
뉴질랜드 땅에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을 전하는 가야금 연주단 ‘모들’과 그 중심에 있는 단원 학생들은 스무 번에 달하는 다채로운 무대 경험이 있다. 작게는 이삼십 명의 관객 앞에서 연주했던 소규모 공연부터, 수백 명의 관중을 압도했던 큰 무대까지, 가야금 연주단의 발자취는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문화적 풍경 속에 깊숙이 새겨져 왔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연주 도중 예기치 않게 가야금 줄이 끊어지는 아찔한 순간, 리허설에서는 멀쩡하던 모니터 스피커가 정작 공연 때 먹통이 되어 반주와 홀로 싸워야 했던 당황스러운 기억까지, 무대 뒤편에는 예측 불허의 드라마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들’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올해 2월에 열렸던 첫 정기공연이었다. 그동안 다른 행사의 게스트로 참여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이들에게, 오롯이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친 첫 무대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밤낮없는 연습은 물론, 무대 연출, 홍보 등 연주 외적인 부분까지 직접 준비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또한, 올해 오클랜드시가 주최한 축제(Culture Fest 2025)에서의 공연은 ‘모들’에게 잊지 못할 또 다른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행사였기에 긴장감은 컸지만, ‘모들’의 연주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무대 음향을 담당했던 전문 엔지니어들로부터 “가야금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라는 극찬을 들었다는 후일담은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수많은 무대 경험 속에서 위기와 감동의 순간들을 함께하며 더욱 단단해진 가야금 연주단 ‘모들’과 단원들의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은 앞으로도 뉴질랜드 땅에 더욱 깊고 풍부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남십자성에서 가야금까지, 꿈의 연주단
남십자성예술단에서 6년 동안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합창, K-Pop 댄스, 힙합, 뮤지컬 등 여러 분야를 배우고 무대에 오르는 것도 정말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춤이나 칼춤, 원반춤 같은 한국 전통 무용과 신명나는 사물놀이에 점점 더 마음이 끌렸다. 남십자성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정말 운명처럼 KCS(Korean Cultural Society)의 백효순 원장께서 오클랜드 한국학교에 가야금반을 새로 만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접하면서 신기하고 아름다운 소리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함께 가야금을 배웠던 학생들 중에는 남십자성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이 많았다. 우리는 백효순 원장에게 좀 더 깊이 있게 가야금을 배우고 싶었고, 그렇게 2년 전부터 우리끼리 ‘모들’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양한 예술 경험을 선물해 준 남십자성, 가야금의 아름다움을 처음 알려주고 지금까지 이끌어주는 백효순 선생님의 KCS, 그리고 우리가 함께 연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오클랜드 한국학교까지 이 세 곳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모들’은 존재하지 못했을 같다. 이제 ‘모들’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꿈과 열정으로, 나의 뉴질랜드 아리랑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작가가 되는 꿈을 꾸며 늘 책 속에 파묻혀 살았고, 한국학교를 다니면서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나의 한글 실력은 오클랜드 한국학교에서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친구들과 더 끈끈해지고 한국학교 생활이 정말 재미있었다. 졸업 후, 우리 학년 친구들 대부분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우미 교사를 시작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이 올해까지 2년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함께 도우미를 하는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내년에도 이 특별한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 또한 이러한 한국학교에서의 경험은 내가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주었다.
현재는 Westlake Girls High School에 다니며 코리안나이트에서 3년째 부채춤을 추고 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다. 또한 부채춤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원동력이 되고있다.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선율, ‘모들’과 나의 꿈
‘모들’ 단원으로서 가야금을 계속 연주하고 싶다. 때로는 연습이 힘들지만, 한 곡 한 곡 완성해 무대에 올릴 때의 만족감은 정말 크다. 앞으로 어떤 곡을 연주하게 될지 설레는 마음도 늘 함께한다. 현재 12현 산조 가야금만 연주하는 ‘모들’이지만, 더 다양한 음악을 위해 25현 가야금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비싼 악기와 운송비 때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출연료를 열심히 모아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다. 마지막으로, ‘모들’ 활동에 헌신적으로 지원해주는 학부모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가야금을 지도해주는 김순원 선생님은 단원의 부모님으로, 매주 연습 픽업부터 의상, 공연 음향 장비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챙겨준다. 또한 연주단을 응원 해주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모들’과 함께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며, 더욱 아름다운 한국의 선율을 뉴질랜드에 전하고 싶다.
글, 사진 :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