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 엔더비 아일랜드(Ⅱ) -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346] 엔더비 아일랜드(Ⅱ) -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0 개 1,744 KoreaTimes
숲 오른쪽에서 작은 소리가 나서 보니 뭔가 작은 생물체가 눈에 띈다. 몸에 비해 부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작은 새인데 나를 보더니 뛰기 시작한다. 뛰는 모습을 보니 뉴질랜드 조류도감에서 본 희귀한 새임을 단박에 알게 되었다. 바로 서던 스나이프(Southern Snipe)라는 새다.

큰 머리와 몸길이만큼 긴 부리, 작은 몸, 짧은 다리, 작은 날개로 뒤뚱거리며 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작은 고양이라도 한 마리 섬에 들어온다면 이런 작은 새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 틀림없다. 날개도, 빠른 다리도, 몸을 숨기는 간특함도 없이 사는 이 귀여운 새는 사람의 손길이 없는 자연 그대로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섬을 가로질러 수풀을 지나가자 비릿한 냄새와 함께 이후푸쿠 베이가 나왔다.

*****  이후푸쿠 베이~노스이스트 케이프  *****

이후푸쿠 베이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가마우지(shag)가 잔뜩 떼를 지어 사는 곳임을 의미한다. 상한 어묵 냄새는 가마우지의 배설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다. 이 새의 작은 둥지들이 바다로 연결되는 완만한 비탈에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잔뜩 박혀 있다. 옆에는 아름다운 벌비넬라 꽃이 군집을 이루었다.

허리까지 오는 벌비넬라 군집 가운데로 무심코 걸어 들어가는데 바로 앞에 30~40m는 족히 될 만한 벼랑 끝이 나타난다. 엎드려 아래를 보니 오랜 기간동안 파도로 인해 벼랑이 깎여 오버행을 이루고 있는데, 긴 해초 사이로 한가롭게 노는 바다사자 몇 마리가 보인다.

등에 따듯한 햇살이 쬐며 엎드린 채 여유를 즐기는데 옆에 누군가 와서 함께 내려다본다. 미국에서 온 갈색 머리 아가씨인 에이미가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웃는다. 미국 친구들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는다며 함께 찍자고 한다. 도시에서 온 아가씨답게 활발하고 밝은데, 희귀조류와 식물을 좋아해 섬에 도착하면 늘 땅만 바라보고 다니는 아가씨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쌓인 나무가 토탄이 되어 섬에서 흐르는 물은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짙은 색이다. 작은 시내의 중간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오클랜드 섬의 날지 못하는 오리(Auckland Island Flightless Teal) 한 쌍이 조용히 앉아 있다. 이 오리 역시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준남극지대의 몇몇 고립된 무인도가 아니면 찾아볼 수 없다. 보통 오리의 1/3 정도의 작은 몸집에 전혀 날지 못하기 때문에 일생동안 이 작은 섬을 우주로 여기며 붙박이로 살아가는 작은 새다.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해 주었다.

아름다운 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져온 물과 초콜릿 몇 개 먹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초콜릿 봉지를 여는 순간, 저 멀리서 뒤뚱거리며 오는 물체가 보인다. 숨을 멈추고 엎드려 자세히 보니 바로 노란 눈 펭귄(Yellow Eyed Penguin)이 아닌가.

바로 앞을 지나면서 내 검은 눈과 두 마리 펭귄의 노란 눈이 마주쳤는데도 바로 내 코앞으로 지나간다. 전 세계에 불과 2,000쌍 밖에 살지 않는 멸종위기에 놓인 세계적인 보호종으로, 이름 그대로 노란 눈을 가진 펭귄이다. 이 엔더비 섬은 전세계의 옐로 아이드 펭귄의 1/3이 살고 있는 섬이라 그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매우 독립적이고도 까다로운 습성을 가지고 있어, 옆에 다른 펭귄이 둥지를 틀면 교미를 하지 않고 한 해를 지나도 새끼를 치지 않을 정도로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놈이다. 그런 이유로 바닷가의 돌 위에 사는 대부분의 펭귄과는 달리, 뒤뚱거리는 걸음이지만 1~2km 내륙으로 들어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독특한 종류다.

Hot
2007.01.10

여행 후

박신영 0    1,954
Hot
2007.01.10

여행

박신영 0    1,617
Hot
2006.12.22

[347] 피부 건강

KoreaTimes 0    2,026
Hot
2006.12.22

[347] GOLFING GOD

KoreaTimes 0    1,999
Hot
2006.12.22

[347] 나는 바다로 갔다

KoreaTimes 0    2,549
Hot
2006.12.22

[347] 잘되고 못되는 것

KoreaTimes 0    1,685
Hot
2006.12.22

[347] 나 홀로 밥상

KoreaTimes 0    2,685
Hot
2006.12.22

[347] ASB 주요 경제동향

KoreaTimes 0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