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CAB 다국어 정보서비스, 정택일氏

[357]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CAB 다국어 정보서비스, 정택일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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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단체인 CAB (Citizens Advice Bureau)가 이민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 상담 채널 - 다국어 정보 서비스 (Multi-lingual Information Service)를 아시는지? 아마, 아직 못 들어보신 분이 많을 줄로 안다. 2003년 4월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언어와 제도의 차이로 뉴질랜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 졌으며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뿐만이 아닌, 관광객, 워크비자 소지자, 유학생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저희 기관 이름에 Citizens 란 단어가 들어가서 시민권자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 보다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답니다. 하지만, 이민이나 유학을 앞두고 한국에서 전화를 걸어 이것 저것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서비스 센터에서 한국인 상담을 맡고 있는 정택일씨의 말이다.

동료들 사이에 Daniel로 불리는 그는 뉴질랜드에 온지 채 3년이 안 된 이민 초년생이다. 평소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는데 관심이 많았던 정씨는 이민 온지 몇 달만에 현지 기관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는 등 뉴질랜드인이 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 왔다. "한국에서도 하느라고 했는데, 막상 이 곳에 오니까 영어가 잘 안 들리더라고요. 양로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빠르지 않고, 비 영어권 사람과 대화할 때 배려를 많이 해 주시죠."

물론, 영어 실력 향상만을 위해 봉사를 시작한 건 아니다. <자원봉사는 이민자들에게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지역 사회에 이바지함으로서 우리 자신을 이방인이 아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꼭 영어를 잘 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고... 찾아보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다양한 분야에 널려 있죠."

그가 CAB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뉴질랜드에 온 지 이틀째 되던 날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조언을 듣고 싶어서 CAB에 갔고, 이렇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한국말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6주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CAB 퀸스트리트 지점의 한국인 상담을 맡게 된 그는, 지난 2005년 7월, 현재 근무하는 다국어 정보 지원 서비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일이 주업이 된 셈이다.


이민 서류부터, 렌트 분쟁까지...
  
뉴질랜드 거주자나 거주예정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CAB 다국어 정보 서비스는 노동당 정착서비스 국(Settlement Service Division of Labour)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소수 민족 이민자들을 위해 25개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어 상담은 주 4일 (월,수,목,금) 오전 9시부터 4시까지 가능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홍보활동을 해 왔찌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주변 분들에게 듣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올해 초부터 지난 4개월간 이 서비스를 이용한 한국인은 총 523명, 상담 건수는 948건에 달한다. 그가 도움을 주는 분야 또한 실로 광범위하다. 이민관련 서류 작성부터, 정착하는데 필요한 주택 임대, 공과금, 영어, 취업, 교육 문제, 복지 혜택, 의료 상담 등 사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 대해 도움을 제공한다. "보통 무료서비스라고 하면 정보의 질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의 직원들 모두 CAB에서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은 숙련된 상담원들 이예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관련 기관과 접촉하면서 해결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시켜 드립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내용은 '이민관련 비자 문제'와, '렌트 분쟁에 관한 건' 이라고  한다. 한국과는 다른 임대/계약 문화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는 분쟁의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면 <입주할 때 인스펙션을 꼼꼼히 할 것>과 <집주인에게 전하는 모든 내용은 반드시 서면으로 전달하고 서면답변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서나 관련 서류 작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집에 구멍이 있다거나, 알람이 고장났다거나 하는 자잘한 문제도 하나하나 꼭 임대차 계약서(Tenancy Agreement)에 기록을 남기거나 별지에 기록 후 서명을 받아 두어야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없습니다. 계약이 끝날 때 본인의 책임이 없는 집에 대한 손상에 대해 보상을 요구받아  본드 비를 다 뺏기거나 그 이상의 수리비 청구를 받고 억울해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복지 혜택, 마음껏 누리세요.

"문제가 닥쳤을 때 직접 부딪치며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으시면, 저희가 옆에서 최대한 도와 드립니다. 언어 문제로 중요한 의사전달이 어려운 경우 3자 통화 기능을 이용해서 통역 서비스도 해 드리죠. 간단한 편지나 신청서 작성도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최근 들어 뉴질랜드 정부가 다양한 민족을 배려하고 흡수하는 데에 부쩍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 언어인 영어와 마오리어 외에도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언어를 사용한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살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각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 바로 복지국가에 사는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그 사회 복지 사업의 일선에 서 있는 정택일 씨는, '우리 자신과 2세들이 넉넉하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 살아가기 위해선, 이런 복지 서비스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참여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좋은 의견을 제안하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 등... 이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에서 한국인들이 소외되지 않으려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CAB다국어 정보 서비스의 정택일씨를 비롯, 각 기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서비스 요원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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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연희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