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 타마레이크 트랙(Ⅲ)

[383] 타마레이크 트랙(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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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구름 내려와 신비경 연출

  타마 레이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그만 시내가 불어서 건너기 어려워 보인다. 날씨가 워낙 차서 시냇물에 발을 적시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상류로 걸어 올라갔지만 건널 곳이 마땅치 않다. 가까스로 한 군데를 찾아 뛰어넘는 데 성공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수위가 더 올라갈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이 곳에서부터는 트랙이 침수되어 걷기가 수월하지 않다. 워낙 물 빠짐이 좋은 화산암으로 되어 있기 망정이지, 일반 토양에 이 정도의 강수량이면 군데군데 물이 고인 진흙탕으로 변해 훨씬 더 걷기 힘들었을 것이다.

  날씨는 점입가경으로 더 사나와 지는데 드디어 '하부 타마 레이크 10분, 상부 타마레이크 30분' 안내판에 다다랐다. 이 곳부터가 어렵다. 상부 호수로 가는 능선길은 산 아래에서부터 쳐 올라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항상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하부 호수는 한눈에 화산에 의해 생긴 호수임을 알 수 있다. 호수 주위의 수천 평에 해당하는 분지에는 새까만 흙만 덮여 있을 뿐, 몇 가닥의 시내를 제외하고는 풀 한 포기 없다. 아마도 화산분출 시 이 곳에 쌓인 독한 화학 성분 때문일 것이다. 호수의 색은 이렇게 구름이 가득한 날씨에도 파란 색을 띄고 있다.

  상부 호수로 올라가는 길은 굵고 푸석한 화산암 모래로 되어 있어 자꾸 미끄러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빗방울은 진눈깨비로 바뀌더니 뺨을 세차게 때린다. 트랙 좌측으로 있는 경사 급한 벼랑을 타고 올라오는 강한 바람은 턱 밑으로부터 야멸차게 불어와 고개를 숙이거나 돌려도 피할 수가 없다.

  정상부가 가까워졌을 즈음에 분화구와 상부 호수가 보인다. 고도는 더 높지만 주변에 잔 풀들과 관목들이 자라서 한결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분화구를 내려가 호숫물을 기어코 만져 보기로 했다. 흙이 무너져 내려 모래언덕을 뛰어 내려가는 느낌이다. 보기와는 달리 멀어서 한참을 내려간다.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파릇한 풀들이 많아지고, 호수에는 구름이 내려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가까이에서 물을 보니 당연히 수정같이 맑다. 물맛을 보니 화산에 생긴 칼데라 호수 치고는 제법 물맛이 좋다. 구름이 걷히자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에 흰 눈이 덮여 있다. 시사회에서 커튼을 열듯 구름이 걷히며 보이는 자연의 명작은 대단했다. 맑은 물과 주위의 기암들, 그리고 봉우리의 눈이 어우러져 보인다. 재빨리 카메라를 꺼냈지만, 금방 구름에 가려져 찍을 수가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날씨가 더욱 사나워져 눈송이가 우박으로 변하더니 오른쪽 뺨을 찔러 온다. 다행히 시냇물의 수위가 높아지지 않아 편안히 건너올 수 있었다. 비오는 날의 산행의 맛은 조금 더 진한 고생에 있다. 그러므로, 날씨에 따라 적당한 난이도의 코스를 잡아 산행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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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85) 아들의 눈물

박신영 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