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기도는 진실하다

[376] 기도는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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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적인 예불과 기도, 참회, 수행은 타의적인 강요의 행위가 아니라 종교인으로서의 내면적인 찬탄과 자기관리와 자기 확인의 시간이다. 방일과 무지에서 벗어나 내재해 있는 자신의 참모습을 살피고 근면함과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새벽기도를 지난 20대에 은사 스님을 모시고 10여 년 간 꾸준히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어나면 도량석과 종성, 예불, 정근, 기도, 참회문 읽으며 백팔참회, 축원, 법당청소, 도량청소 등으로 이루어지는 수행생활은 많은 인욕과 절제를 요구하였다. 미래에 대한 자아의 비젼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정진하였다. 백팔 참회문을 넘기는 책장 모서리가 닳아서 헤어지도록 기도하며 신앙적인 신뢰와 힘의 축적을 쌓아 갔다.

  어느 해 늦가을 도반(道伴)과 함께 설악산 봉정암 참배를 위해 오세암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길을 단축 하기위해 지름길을 빨리 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 방향을 잃고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 도반과 함께 서로 등산로를 찾아서 빨리 가자고 두 방향으로 나누어서 길을 찾다가 길도 찾지 못하고 헤어져 버렸다. 야산 같으면 그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면 마을도 보이고 농가나 산사(山寺)도 보이는데 설악산은 깊고 넓은 산이라 산봉우리를 힘들게 7군데나 올라가도 보이는 것은 또 다시 산과 능선 뿐 이었다. 해는 서산에 지려고 하는데 망망한 첩첩 산중에 혼자 탈진한 모습으로 헤매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관세음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었다. 어쩌면 깊은 산속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노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관세음께 봉정암으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생의 한가운데서 그렇게 절박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관세음께 의지하긴 처음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도하며 많은 산봉우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올랐는데, 아! 이게 웬일인가? 산중턱 아래 파란 함석지붕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살았구나 화전민의 집이거니 하고 내려갔더니 그 곳이 꿈에도 그리던 봉정암이 아닌가. 사리탑을 참배하고 바위에 앉아 기적 같은 불보살의 인도에 한없이 감사드리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봉정암은 겨울에 눈이 산처럼 쌓여 지붕 위에까지 눈이 덮여서 일반 토기와(흙으로 만든 기와)는 동파 됨으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때는 함석지붕을 얹었다. 지금은 동파되지 않는 기와를  사용하였다.

  산길에서 헤어진 도반을 걱정하여 미역국에 밥 한술 먹고 밤이 되도록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이튿날 등산객 편으로 신흥사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길 잃고 헤매다가 다른 길로 하산하였다는 것이다. 다음날 우리는 설악동에서 만나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감회를 나누며 수행처로 돌아왔다.

  그 뒤 수행에 열중하며 조그마한 고난이나 좌절은 설악산을 생각하며 극복해 가고 있다. 일상의 기도와 수련생활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어려움과 사경을 헤맬 때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종교적인 세월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마음속에 자리한 관세음은 불멸의 영원한 빛이 되어 구원의 모습으로 감응하였던 것이다. 기도와 수행도 상대적인 관념의 대상에서 내면의 참 모습의 실상으로 자각할 수 있을 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기도와 수행의 힘은 헛되지 않아 자신이 투자한 시간만큼 비례 한다는 황금보다도 소중한 종교적 체험과 교훈을 얻었다. 그 뒤 선원 안거와 강원 대학원에서 학문을 쌓고 종단의 부름에 잠시 봉사하고 지금은 무한한 기쁨과 보람으로 불교 교세가 약한 머나먼 뉴질랜드에서 이웃과 교민 사회에 불법을 전하고 봉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환경 국가라는 뉴질랜드 그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은 오클랜드 시티에 한국 교회가 120여 곳이 되고 한국 절은 두 곳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 이 곳 불자들의 열망에 쉽게 떠나지 못하고 불법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면서 부끄럽게 머물러 있다.

  삶이 고달프고 어려울 때 신앙과 기도, 봉사, 학문과 선(禪)수행에 게으르지 말고 성실하면 종교적 가피가 함께 하여 고난을 극복하고 일생을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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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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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Han 0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