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불나방(Ⅰ)

[370] 불나방(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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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나방은 불을 보면 날아가서 동심원을 그리며 불꽃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크게 원을 그리며 돌지만 차츰차츰 작은 원을 그리며 돌면서 점점 불꽃으로 다가간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불꽃에 타 죽고 만다. 나무 위에 있는 매미는 불나방이 불꽃 주위를 도는 모습을 보고 '저러다가 불에 타 죽지'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정작 불나방은 모르고 있다.

  노루는 멀리 제 갈 곳만 쳐다보고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사람 사는 집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집 앞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가기도 한다. 멀리 있는 목적지만 보고 달리니 목적지 아닌 것은 보지 못한다.

  아직 일어 서서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낭떠러지 건너편 언덕에 있는 예쁜 꽃을 꺾으려고 낭떠러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만 쳐다보고 엉금엉금 기어 간다. 키 큰 어른이 보면 낭떠러지도 잘 보이고 꽃을 꺾을 수 없다는 것도 대번에 알 수 있고 꽃을 꺾으려고 가는 아기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리라는 것도 알지만 아기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고 또 알지도 못한다.

  꿩이 사냥개를 갑자기 만나 날아오르지도 못할 정도로 다급해 지면 풀섶에 머리를 처박고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다고 한다. 머리를 처박는 대신에 한 걸음이라도 더 멀리 달아나면 될 터인데 꿩은 그러지 않는다. 머리를 처박고 있으면 위험한 상황을 보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참새가 그 모습을 보면 머리를 처박고 있는 꿩이 금방 사냥개에게 잡히리라는 것을 알지만 꿩은 알지 못한다.

  경험도 돈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어려운 여건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이를 악물고 고군분투(孤軍奮鬪)하여 사업을 크게 일구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건강도 친구도 친지도 모두 관심 밖이었고 오로지 사업에만 몰두하였다. 사업이 성공한 뒤 어느 날 친구를 찾았으나 반기는 친구도 없고 친인척은 반겨 주겠거니 생각하고 친인척에게 다가가지만 친인척마저 고개를 돌린다. 평소 소화가 잘 되지 않았으나 사업에 전념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넘겨 오다가 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아 건강진단을 받아 보았더니 위암에 대장암이 겹쳐 있다고 한다.

  무지(無智)는 귀를 막아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한다. 고집(固執)은 스스로를 자기 속에 가두어 귀를 틀어막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욕심은 눈을 멀게 하여 욕심 내는 것만 보이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어리석은 것은 무지하고 고집스럽고 욕심을 가져서이지만 더 어리석은 것은 스스로 무지하고 고집스럽고 욕심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자신을 알고 무지와 고집과 욕심 그 자체를 벗어나는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다.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는 사람에게는 길이 드러나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