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뉴질랜드-저렴한 생활비'는 옛말

[364]'뉴질랜드-저렴한 생활비'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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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하면 저렴한 생활비가 이민 동기 가운데 하나가 되곤 했다. 많은 돈을 벌기는 힘들지만 생활비도 적게 들어 가기 때문에 적게 벌고 적게 쓸 수 있다는 선입견이 깊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인식이 딱 들어맞지 않다는 사실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뉴질랜드 물가지수 한국보다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구매력을 기준으로 미국의 물가를 100이라고 할 때 뉴질랜드의 물가가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의 물가는 113으로 한국의 물가 95보다 높았다.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리는 물건이 한국에서는 95달러, 뉴질랜드에서는 113달러라는 뜻이다. 이 조사에서 이웃 호주는 118이었고 캐나다가 114, 영국 132, 일본 129 등으로 물가가 비쌌다.

OECD의 비교물가수준(CPL) 측정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한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멕시코 등과 함께 중위그룹으로 분류됐다. OECD가 제시한 물가수준별 그룹은 4개인데 CPL이 110 이상인 상위그룹에는 미국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속했다.

물론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높은 뉴질랜드달러 가치로 인해 물가수준의 국가간 비교에 이용되는 공통화폐인 미달러 기준으로 뉴질랜드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낄 수 있는 착시현상에 따른 요인도 있겠으나 생필품 가격 상승과 금리인상이 뉴질랜드 가구의 생활비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은 묵과할 수 없다.


잇달은 금리인상으로 가계금융비용 급증

중앙은행은 올해만 금리를 네 차례 올려 사상 최고 수준인 8.25%로 조정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아져 가계의 체감 생활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의 금리 인상으로 평균 수준의 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당 평균 100달러 정도를 추가 지급해야 하게 됐다.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분기 대비 1% 상승, 중앙은행 예상치 0.7%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의 주범은 휘발유로 전분기 대비 8% 급등했으며 그 여파로 교통비가 2.4% 상승했다. 집값과 전기요금을 포함한 주택 및 공과금 항목은 1.3% 올랐다.

올들어 6월까지 닭고기 가격이 25.6% 상승했고 바나나 가격은 38% 급등했다. 이로써 6월말 기준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 상승했다. 지난 8년동안 물가상승률은 22%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곤란 중산층으로 확대

크리스쳔어시스트버드제팅(Christian Assist Budgeting)의 켄 오젠(Ken Ogden)은“시중의 돈이 모기지 대출이자와 다른 부채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경제적 어려움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작년에 비해 210% 늘었다”고 밝혔다.

오젠은“‘워킹포패밀리(Working for Families)’정책이 처음 시행됐을 때 문의전화가 뚝 끊겼으나 지금은 작년보다 더욱 바쁘다”며“현재 곤란을 당하는 계층은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주택소유자들도 높은 모기지 이자를 갚기 위해 음식비와 전기요금 등을 지급하는데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팩의 경제학자 도우그 스틸(Doug Steel)은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사람들은 먼저 사치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틸은“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먹어야 하고 살 집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이고 사치품들이 먼저 구매 품목에서 제외될 것이다. 플라스마 TV 구입은 보류되고 신형 자동차 구입도 미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고정된 임금을 받는 저소득 가구가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지적했으나 모두 나쁜 소식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의류와 가구 비용은 떨어지고 있고 노동시장도 활성화돼 임금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섞인 소식이라는 것이다.

키위달러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도 상승 우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뉴질랜드는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이민 인구까지 제한, 지난해 보다 약 2,000명 가량 줄어든 4만5,000~5만명에 대해서만 올해 이민을 허가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데이비드 컨리프(David Cunliffe) 이민장관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지 않기 위해 기술력이 높은 이민자 중심으로 이민을 허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수입품 가격의 안전판 노릇을 했던 뉴질랜드 달러 가치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유가를 비롯한 각종 공산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집값을 비롯해 물가가 크게 올라 힘들었던 시민들은 앞으로 기름과 전자제품 등 각종 수입품 가격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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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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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홍 0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