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 강 건너 백만장자

[362] 강 건너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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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재벌이 된 사람의 경험담 중에 '청개구리 전략'이 있다. 정책과 반대로 하니까 어느덧 부호의 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엇박자 노래가 더 흥겹다'는 말도 노래방에서 흘러나온 얘기가 아니다. 고수들의 '부동산 투자 전략'이다.

  "집값이 내린다, 내린다 하면서 계속 올랐잖아요.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하나 잡으려고요." 뉴스는 '참(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한국의 순진한 아줌마가 후회 막급한 심정으로 방송에서 말했다. 뉴질랜드도 한국을 꼭 빼 닮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뉴스가 2, 3년 전부터 흘러 나왔지만 사정은 정반대였다.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종자돈을 쥐고 있던 이들은 거미줄같은 희망도 미련도 놓아 버렸다.  

  반면, 한국에서부터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감각이 '청개구리'와 '엇박자'로 발달되어 있는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특히, 하버브리지 북쪽이 한국의 강남이라는 공식까지 대입시키며 확실한 투자의 믿음을 갖게 된 이들 중에는 백만장자의 대열에 올라선 이들도 부지기수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격언대로 어느 동네에는 한국 사람이 유난히 많다. 백만장자라는 말이 화폐가치가 낮을 때 부자를 일컫는 말로 사용돼 왔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그 말이 아직 유효하다. 하지만 뒤돌아봐야 할 때이다. 이민와서 몇 년 동안 혹은 그 이후의 긴 세월 동안 무얼하고 살았는가? 한국의 연장선상에서 부동산 투자에 발품을 팔며 쫓아다니고,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전전긍긍, 노심초사 하다가 봄날이 다 가 버리지 않았는지.

  지난 해 개발 예정지 농장을 구입한 지인은 요즘 입이 귀에 걸렸다. 나는 의아했다. '전 농장 주인은 개발 소식을 몰랐을까? 왜 금싸라기 같은 땅을 냉큼 팔았을까?' 대부분의 키위들은 개발을 반대한다. 호젓하고 안락한 보금자리가 번잡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땅값이 오르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무엇'은 그 '무엇'일까?

  한국이나 뉴질랜드나 집은 더 이상 행복의 보금자리가 아니다. 가장 좋은 재테크수단으로 전락했고 빈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치기 소년 같은 뉴스는 아예 화제도 되지 않는다. 삼삼오오 모이면 앞으로의 집값 동향이나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의견을 교환한다. 금리 인상에도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은 분명 믿음을 주지 못하는 함량미달의 정책 때문이다. 피곤하게도 중앙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8.25%로 또 다시 인상했다. 올 들어 네 번째, 목표를 알 수 없는 총알처럼 발사되었다. OECD국가 중 최고치다. 이 때문에 모기지 이자율이 10.55%로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4년 전 6%대에 모기지를 얻었던 지인은 얼마 전 감당할 수 없는 이자 때문에 집을 팔아야 했다. 그 집을 산 사람은 이미 집을 네 채나 가지고 있는 투자자였다. 결국 렌트비 정도로 모기지를 얻어 내 집을 마련하고자 했던 서민들은 집을 팔고 결코 싸지 않은 렌트집을 구하러 고단한 발품을 팔고 있다. 고금리에 죽어나는 것은 서민들 뿐이다. 뉴질랜드 재무장관인 Michael Cullen도 집이 여러 채이고 얼마 전 도둑이 들었던 국민당 John Key 당수도 뉴질랜드 내에 6채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뉴질랜드 뿐 아니다. 지난 해 말 통계를 보면 남아공35.1%, 홍콩 31.2%, 뉴질랜드 16.4%, 프랑스 14.7%, 영국 미국이 13%대로 상승했으며, 중국은 9.9%였다. 나라마다 과열된 부동산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 택지개발, 공급확대, 인구 분산, 위성도시 건설 등 다양한 정책을 병행한다. 뉴질랜드는 중앙은행 Allan Bollard 총재만이 살아 있는 정책입안자 같다. 다른 정치인들은 다 무얼 하고 있는지. 이번 금리 인상에 재무부 장관이 반기를 들었지만, 중앙은행 고유의 권한이라 어쩌지 못한다고. 금리 인상의 빌미는 대부분 아시안들이 제공했는가?

  '아시안들 때문에 집 값이 너무 올라서, 아시안들 때문에 인플레가 심해서--- ’
  고금리로 인한 외국 자본의 유입은 왜 말 안 하는가.
  집 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새로운 택지개발과 건축법 완화, 허가비용 인하 등을 통해 주택난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리 인상은 정부의 대응책 가운데서 가장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80년 대 후반 부동산 가격이 30% 급등했다. 정부는 1년 3개월 만에 금리를 2.5%에서 6%로 올렸다. 부동산 거품이 순식간에 꺼졌지만 일본은 10년 간 장기 불황에 빠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강 건너 백만장자는 더 많이 가지려고 안달을 하고, 배 아픈 이들은 백만장자를 가랑이 찢어지게 쫓아가고 있다. 잘못된 정책과 가치있는 삶에 대한 비전 부족으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떠밀려 가고 있다. 왜 이민을 왔을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