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 루트번 트랙(Ⅰ)

[353] 루트번 트랙(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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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와 폭포와 눈의 서사시 -

  '반지의 제왕'의 가장 화려한 부분을 장식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과 함께 있는 와카티푸 호수의 끝에 있는 글레노키(Glenorchy) 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 자체의 규모로 볼 때에는 아주 보잘 것 없지만, 그 마을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감동 그 자체다. 글레노키는 이 감동에 이끌린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마을이다.

  도로의 막다른 곳에서 생겨난 이 조용한 마을은 '반지의 제왕' 덕에 제법 사람이 다니는 곳이 됐지만, 거대한 피요르드 국립공원의 산들과 비밀스런 마운트 아스파이어링 국립공원 사이로 나 있는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은 아직도 아는 사람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감동'이다. 트랙이 루프 트랙이 아닌 편도 트랙이어서 약간 불편한 점도 있지만, 여러 회사들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케줄만 맞추면 편리하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트랙의 다른 끝점은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94번 도로의 한 부분이다. 이 도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열정적인 주변환경을 보여 주는 도로 중 하나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거친 산 위에서 수백m 높이의 폭포들이 웅장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누구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기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루트번 트랙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94번 도로변의 디바이드에서 시작해서 글레노키로 가기로 했다. 출발 전날 테아나우에 가서 하룻밤 머물렀다. 테아나우는 테아나우 호수를 끼고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이 호수는 얼음같이 차고 맑은 물이 항상 가득 차 있고, 호안선이 워낙 복잡하고 심하게 굽이져서 호안선을 이으면 서울~부산간 거리와 비슷한 500km에 이르는 아주 커다란 호수다. 이 테아나우 호숫가에서 그 유명한 밀포드 트랙, 케플러 트랙, 루트번 트랙이 시작되기에 한층 더 명성을 떨치고 있다.

  테아나우는 밀포드 사운드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이 유명하다. 시내의 해산물 공판장에 가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저렴한 가격으로 사서 먹을 수 있다. 호수 바로 옆에 있는 테아나우 레이크뷰 홀리데이 파크의 백패커에서 오늘을 지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