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 환율, 왜 떨어지지 않나

[352] 환율, 왜 떨어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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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금융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뉴질랜드달러의 약세를 예상했고 이에 따라 환율도 5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로 한국으로부터 돈을 송금받아야 하는 교민들은 송금을 미뤘다. 그러나 환율은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반등을 했고 환율하락을 기다렸던 교민들은 낭패를 보았다.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뉴질랜드달러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3년전인 2004년 이맘때쯤 매매기준율이 800원 이 넘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뉴질랜드달러-미국달러는 현재와 비슷한 68~70센트대였고 미국달러-원화는 물론 1000원이 넘었다. 뉴질랜드달러-원화 환율 은 잘 알다시피 미국달러화를 중간 매개로 해서 움직인다. 대미환율 1000원은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했고 해가 거듭될수록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1000원 밑으로 내려갈 경우 뉴질랜드 달러-원도 500원 이하로 급격히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도 고조됐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대미환율은 940~950원대로 1000원을 하향 돌파했으나 뉴질랜드 달러-원은 640~650원대로 당시 예상에 비하면 하락 폭이 미미하다.

표면적인 원인은 뉴질랜드 달러-미국 달러가 그 때나 지금이나 68~ 70센트를 유지하고 있다는데 있다.

뉴질랜드달러화 가치는 지 난 2000년 10월 1달러당 38.95센트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여 당시보다 80% 정도 상승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작년에는 뉴질랜드 경기침체와 대규모 경상적자, 원자재 가격 안정화, 뉴질랜드와 일본, 미국 등 과의 금리 격차 축소 등의 요인으로 키위달러 약세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뱅크어브 뉴질랜드는 작년말 대미환율 전망을 59센트로, 웨스트팩은 56센트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뉴질랜드 경제는 작년 9월말 기준 1년동안 1.4%로 5년내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저성장 국면이다. 경기침체를 우려한 중앙은행은 작년 한해동안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연히 떨어져야 할 것 같았던 환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드라마틱한 상승을 연출했다. 키위달러화는 지난달 27일 외환시장에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미국의 금리인하 우려로 71.08센트로 마감,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위달러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 뉴질랜드 수출업체 뿐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비를 송금 받아야 하는 교민들의 근심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일방적인 하락 전망에도 아랑곳 없이 키위달러가 꿋꿋하게(?) 강세를 지켜 온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저금리 국가의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를 주범으로 꼽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엔 캐리 트레 이드'로, 이는 보통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대형 국제 투기자본이 일본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뉴질랜드의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수익을 좇아 뉴질랜드 뿐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등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무차별적으로 투자되는 엔 캐리 자금은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자산거품이 생기는 데 일조했고 글로벌 불균형을 확대 재생산시켜 세계경제 전체를 왜곡시킨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뉴질랜드에 유입되는 캐리트레이드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저금리 국가의 투자자들이 뉴질랜드달러화로 표시된 1년 이상의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것으로 우리다시(Uridashi)채권이 대표적이다. 이는 뉴질랜드 중앙은행에서 발행액과 만기일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문제는 헤지펀드와 같이 초단기로 거래되는 캐리트레이드로, 이는 쉽게 파악되지 않아 환율 변동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헤지펀드에 의한 캐리트레이드로 뉴질랜드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다음의 표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 4년동안 뉴질랜드와 일본의 금리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뉴질랜드 채권의 판매액은 증가했고 환율은 높아지는 뚜렷한 추세를 보였다.

투자전문가 브라이언 게이노(Brian Gaynor)는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우리다시 채권액의 규모가 크지만 뉴질랜드달러에 투자되는 자금은 1조~1조5000억 달러로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뉴질랜드 금리가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뉴질랜드는 특이하게 단기 이자율이 장기 이자율보다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헤지펀드에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금리는 지난 8일 7.25%에서 7.5%로 인상됐다. 중앙은행 알란 볼라드(Alan Bollard)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 지 부동산지장을 비롯한 경제활동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필요하다면 추가 인상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볼라드 총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키위달러 강세에 미치는 영향도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기 때문에 환율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고 엔 캐리 청산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월 21일 일본은행이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0.5%로 올리면서 3월 5일 외환 시장에서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뉴질랜드 달러가 3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캐리트레이드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속히 청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다른 나라와의 금리 차이가 워낙 커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히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없어지려면 일본의 금리가 지금보다 추가로 2%포인트는 더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급속한 청산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