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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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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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11. 09:15
NZ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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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 뚜껑을 열고 살얼음 속에서 동치미를 퍼다 먹던 기억은 시골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슴속까지 찌르르하고 시원한 그 느낌이 마치 폭탄주를 마시는 그 기분이다.
우리 집 텃밭에는 무가 잔뜩 자라고 있건만 아내는 동치미 담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내가 워낙 바쁘기 때문에 말하기도 그렇다. 딸이 양주를 한 병 사와서 맥주에 섞어 마시니 속이 찌르르하고 마치 동치밋국 마시는 그 기분이다.
어머니가 텃밭에서 고춧잎을 따서 삶아 놓으시며 말씀하신다.
“어멈이 오면 무쳐먹든지 아니면 버리던지 뭐...”
내가 어렸을 때에는 고춧잎무침, 호박무침 이런 걸 참 많이 먹었었다. 여름한철 반찬이 그것 밖에 더 있었는가, 겨울엔 김치, 동치미뿐이고... 겨우내 고구마를 삶아 동치밋국 마시며 많이도 먹었었지,
아내는 고춧잎을 따서 무쳐먹자고 해도 고춧잎을 따면 고추가 안자란다고 못 따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삶아놓은 고춧잎을 본 아내가 깜짝 놀란다.
“아직도 고추 꽃이 한참 피고 있고 고추도 자라고 있는데 고춧잎을 따면 어찌해~ 당신 어머니 보고 절대 고춧잎 따지 말라고 말해~”
한국에서는 서리가 내릴 때 고춧잎을 딴다는데 왕가레이 우리 집은 겨울에도 서리가 안 내리기 때문에 고춧잎을 못 먹는다. 아내의 이야기는 잎이 많아야 열매가 잘 여문다는 것이다.
며칠 후 어머니가 또 고추나무를 잔뜩 꺾어다가 고춧잎을 따고 계셨다. 꽃도 피어있고 작은 고추도 달려있는데... 아이고, 이거 정말 큰일 났군,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이제 날이 추워서 고추 안 자라지 뭐.”
“이따가 어멈 오면 바람에 꺾어진 것 갖다 땄다고 하세요.” 내 말에 눈치가 빠르신 어머니 표정이 금방 달라지시면서 갖다 버린다고 하시어 내가 말 할 테니 걱정 마시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소파에 앉아 우시는 것이 아닌가, 고춧잎도 마음대로 못 따고 또 게다가
“내가 동치미 먹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얼른 죽던지 해야지 안 죽고 살아서 동치미도 먹고 싶고... 아범, 당체 어멈보고 동치미 담으라고 말하지 마.~”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시며 문을 콱 닫으셨다.
지난 주말, 아내가 김장을 할 때에 어머니가 동치미 좀 담으라했는데 아내는 못 담는다고 하였다. 그게 서운하셨던지 고춧잎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동치미로 이어져 한없이 서글프신 모양이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 나는 앙상한 고추나무가지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고추나무가 많이 꺾어졌네, 그래서 내가 어머니보고 고춧잎 따라고 갖다 드렸어.”
“어련 하시려고...”
“그리고 텃밭에 무가 제법 자랐는데 그거 다 뭐해? 내가 뽑아다 줄 테니 시원한 동치미나 담지 그래~”
눈치가 빠른 아내가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 말한다.
“아니, 내가 놀면서 안 하는 거야? 지난번에 김장하는데 어머니가 동치미도 담그라고 말씀하시는 거야~ 배추가 30포기나 되는데 언제 또 동치미를 하냐고,”
아내는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텃밭에 가서 무를 뽑고 있었다.
“나도 한 때는 무 뽑기 도사였지... 붕어 산란기에 수초치기를 하면 말이야. 외 바늘로 수초 속에서 참붕어를 무 뽑듯이 쏙쏙 뽑아내곤 했었지, 한때는 인형 뽑기도 참 잘했었지.”
아내는 사과며 배, 양파를 넣고 동치미를 담으면서 재차 강조하였다.
“당신은 동치미 절대 먹지 마.~ 어머니만 두고두고 오랫동안 드시게,”
어머니 저녁상에 동치미가 올라오자 흐뭇해 하시면서 우리들 밥상을 둘러 보시고는 우리도 동치미를 퍼다 먹으라고 말씀하신다.
“아범은 동치미 먹으면 안돼요~”
“엄마, 왜 아빠는 동치미 먹으면 안 돼?”
“네 아빠가 동치미 먹기 시작하면 저거 한통 이틀도 못가~”
지난밤 하도 갈증이 나서 동치미 국물 좀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꺼내기 힘들게 맨 밑에다 넣어놓았다. 귀찮아서 안 먹으려다가 한 사발 퍼서 마셨더니 찌르르 하며 뱃속까지 시원했다. 완전 폭탄주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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