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서 꺼이 꺼이 우는 엄마가 신기했는지 불쌍했는지, 차츰 울음이 잦아지면서 한참을 빤히 쳐다보더니 냅다 달려와 품에 안긴다.
그렇게 우리 모자는 눈물 콧물이 범벅된 채 부둥켜 안고 한참을 더 울었다.
이제 15개월 난 우리 삼대독자는 지금 며칠 째 잇몸을 뚫고 나오는 작은 어금니와 씨름하느라 미열과 식욕감퇴를 동반한 폭풍 짜증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어린게 얼마나 힘드니까 그러겠냐.’ ‘항상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 ‘그럴 때일수록 더 많이 안아줘야 한다.’
피곤과 스트레스에 쩔은 초보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하기 좋은 남의 말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폭풍 검색으로 이 시기 아이들은 이앓이를 심하게 해 엄마도 아이도 많이 힘들다는 정보를 충분히 숙지했건만. 우허… 애들 이가 28개이기에 망정이지 100개라도 됐으면 그 감당을 어찌하라고…
오잉? 궁여지책으로 발라준 티딩젤이 생각 외로 효과를 보인다. 얼린 샐러리도 먹여보고, 칫솔도 쥐어줘봐도 잠깐 지나면 다시 또 짜증 상태로 복귀해 좌절스럽게 만들더니 티딩젤을 좀 발라줬더니 시원한지 한동안 혼자 즐겁게 놀아주기까지 하는 기특한 상황을 연출해주신다.
마트에서 카트에 얌전히 앉히고 쇼핑하려면 뭐라도 쥐어줘야겠기에 줬는데 포장박스를 쪽쪽 맛나게 다 빨아놔서 어쩔 수 없이 집어왔던 것이 이렇게 효자 상품일 줄이야.
짜식, 지도 효과를 느끼는지 약효가 떨어질만하면 입안에 손가락을 넣고는 “아, 아” 거리면서 티딩젤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그나마 낮에 놀 땐 티딩젤 효과를 좀 봤건만.. 열이 나는 건 또 어쩐대…
며칠째 낮엔 비교적 괜찮다가 밤만 되면 열이 38도를 넘어 39도를 넘길랑 말랑하니.. 왜 꼭 다들 자는 밤에만 이렇게 열이 오르는 거냐고..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끙끙 소리까지 내며 앓는 통에 도대체 잠은커녕, 애 옆자리를 지키고 앉아 아이폰을 손에 쥔 채 ‘아기 미열’ ‘이앓이’ ‘아기 머리열’ ‘아기 열 내리는 법’ 등등의 검색어를 마구마구 찍어대며 폭풍 검색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오늘 밤도 잠 한숨 못 자고 지나간다.
나름 고군 분투하는 모자 옆에서 코는 기본에 이까지 갈며 잘 주무시고 계시는 신랑님을 보면 혼자 너무 잘 자서 얄밉다니 뭐 이런 생각은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이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판단을 나 혼자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밤이 너무 길고 두렵기까지 하다.
끙끙 앓는 소리 없이 자고 있으면 혹시나 열이 너무 나서 혼수상태인건 아닌지, 이거 온도계가 고장 나서 제대로 못 재고 있는 건 아닌지, 큰 병인데 모르고 그냥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별것도 아닌데 혼자 유난 떨고 있는 건 아닌지.. 밤새 혼자 소설을 백 번도 넘게 쓰고 있다.
결국 39도를 찍은 밤, 날이 새기가 무섭게 신랑님을 깨워서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왠 아픈 사람들은 이리도 많은지 아침부터 GP는 예약이 다 차서 근처 White Cross에 가서야 겨우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왈. 편도선이 부었단다. 헐.. 아마 목이 아파서 밥을 넘기기 힘들어 식욕도 없었을 것이란다. 헐.. 항생제 좀만 먹으면 금방 좋아질거란다. 또 헐..
무식한 에미가 애 열난다고 가재수건에 물을 적셔서 목에 감아뒀던 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항생제 하루 분에 눈에 띄게 컨디션을 회복한 아들내미는 식욕이 솟구쳐 오르는지 소고기 국에 말은 밥을 양푼째 들고 흡입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