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0 개 11,165 서현

 

906d04d5365c51629cd6400709516e01_1461889723_6578.jpg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상에 있는 수 많은 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길(road)’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인터넷에서 www.dangerousroads.org 웹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면 어느 정도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웹사이트에서 금년 초 발표했던 ‘most dangerous in the world’ 목록에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스키퍼스 캐년 로드(Skippers Canyon Road)’가 당당히 3위 자리에 그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호에서는 이 길이 도대체 얼마나 험하고 위험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중 하나로 뽑혔는지, 그리고 이 위험한 도로 건설의 계기가 됐던 뉴질랜드 골드러시 이야기를 함께 묶어서 소개해본다.

 

 

906d04d5365c51629cd6400709516e01_1461890040_1112.png

 

<스키퍼스 캐년 로드는 어디?>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스키퍼스 캐년 로드는 남섬 퀸스타운 인근의 쇼트오버(Coronet Peak) 강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나있으며 총 길이는 26.5km(16.5마일)에 이른다.

 

퀸스타운을 한번이라도 방문해 본 독자들이라면 북동쪽 인근에 자리잡은 골드 러시 시대에 형성된 애로우타운(Arrowtown)이라는, 마치 한국의 민속촌 같은 오래된 마을도 함께 방문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방문객들이 퀸스타운에서 애로우타운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퀸스타운의 대표적 스키장인 코로넷 피크(Coronet Peak) 스키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스키퍼스 캐년 로드는 이 스키장 진입로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에 서쪽으로 갈라지게 된다.

 

이곳부터 종착점까지 이어지는 구절양장의 고갯길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도로인데, 보통 사람들은 이곳에서 운전은커녕 도로 사진만 쳐다 봐도 오금이 저려올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차를 렌트하면 운행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보험으로도 보장 받지 못하는 도로가 2곳 있는데 그 중 한 곳은 북섬 북단인 90마일 해변에 난 도로들이며 다른 한 곳이 바로 이 도로이다.

 

 

906d04d5365c51629cd6400709516e01_1461889810_974.jpg
 

 

<퀸스타운 설립자 윌리엄 리스>

 

현재 퀸스타운 중심가에서 와카티푸(Wakatipu) 호수와 접하는 리스(Rees) 스트리트에 있는 조그만 광장에는 한 남자가 양과 함께 서 있는 동상을 발견할 수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윌리엄 길버트 리스(William Gilbert Rees, 1827~1898)로 그는 부인 프란시스(Frances)와 처남인 니콜라스 폰 툰젤만(Nicholas von Tunzelmann)과 함께 퀸스타운 지역에 정착해 이 지역을 개척했던 첫 번째 유럽인으로 기록돼 있다.

 

영국 해군장교 아버지 밑에서 웨일즈에서 태어났던 그는 해군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1852년에 호주의 뉴사우스 웨일즈로 이주해 양 목장을 경영하다가 잠시 영국으로 돌아가 사촌이었던 프란시스와 결혼했다.

 

이후 1860년 뉴질랜드로 온 그는 ‘하이 컨츄리(High Country) 농장’을 와카티푸 호수와 카와라우(Kawaru) 강이 만나는 인근에 만들었는데, 현재 이 자리에는 힐튼 호텔이 들어서 있다.

 

그의 첫 정착지였던 마을이자 오늘날 프랭크톤(Frankton)으로 불리는 퀸스타운의 외곽도시는 그의 부인 이름을 딴 것이며, 또한 국내외 관광객들이 언슬로우(Earnslaw) 증기선을 타고 와카티푸 호수를 횡단해 들리곤 하는 왈터 피크(Walter Peak) 농장은 리스와 프란시스 사이의 첫 아들의 이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6d04d5365c51629cd6400709516e01_1461889851_2301.jpg
 

 

<때맞춰 불어온 골드러시 바람> 

 

그런데 리스가 퀸스타운에 정착한 뒤 1년 뒤인 1861년 5월에 오타고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유망한 금맥이 처음 발견되면서 뉴질랜드에서도 본격적인 골드러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원래 뉴질랜드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코로만델 반도에서 고래잡이 선원들에 의해 소량의 금이 발견되고 이후 넬슨에서도 금이 발견됐지만 오히려 뉴질랜드 거주자들이 이보다 앞서 골드러시가 벌어졌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사우스 웨일즈로 떠나는 현상까지도 생기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오타고 지방의 파머스톤에서도 소량의 금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상업성이 있는 금맥은 광산탐사가였던 가브리엘 리드(Gabriel Read)에 의해 더니든 서쪽의 현재의 로렌스(Lawrence) 인근 지역인 ‘가부리엘스 걸리(Gabriel’s Gully)’에서 발견됐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에 퍼졌으며 그 해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오타고 지역으로 금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만 무려 1만 4천여 명에 달했고, 1861~1864년에 오타고 지역 인구가 400%나 증가한 것으로 미루어 당시 골드러시 바람이 얼마나 크게 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리스 역시 금맥 찾기에 나섰으며 그와 동업했던 토마스 아서(Thomas Arthur)와 해리 레드펀(Harry Redfern)이 1862년 11월에 쇼트오버 강에서 대규모 금맥을 발견하면서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골드러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아서와 레드펀은 오늘날 ‘아서스 포인트(Arthur’s point)’로 알려진 지역에서 단 3시간 만에 무려 4온스(113g, 약 30돈)에 달하는 금을 발견하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는데 이들은 이런 사실을 비밀에 부치지 않고 공개했다.

 

그 결과 1864년 2월에는 이 지역의 광부 숫자만 1만 8천 여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시기에 퀸스타운에는 호텔과 식당 등이 들어서고 경찰서를 비롯한 법원 등 치안기관들도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도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906d04d5365c51629cd6400709516e01_1461889919_7744.jpg
  

 

<골드러시 계기로 건설된 도로>

 

주지하다시피 당시 골드러시 바람 속에는 많은 중국인 노동자들도 뒤섞여 있었는데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앞서 소개한 스키퍼스 캐년 로드 건설에도 동원됐다.

 

이 도로는 1883년부터 1890년 사이에 건설됐는데 당시는 이미 골드러시 바람은 한풀 꺾인 상태였지만 채굴은 계속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들 광부들을 위한 필수품 운반뿐만 아니라 덩치가 큰 채굴장비를 날라야 하는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에 도로 건설이 계속됐다.

 

건설에 나선 인부들은 흑색화약과 수제 장비에 의존해 작업해야 했으며 계곡을 끼고 도는 험한 지형에서 펼쳐지는 난공사였던 만큼 당연히 희생도 컸다. 

 

이 도로는 많은 구간이 깎아지르는 절벽 경사면을 따라 좁게 형성돼 있어 노폭이 좁으며 포장도 안된 자갈길인데다가 편암지대의 특성 상 주변 바위도 쉽게 부서지고 파편화돼 비라도 오면 도로가 미끄러운 진흙으로 뒤덮여버린다. 

 

이로 인해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1900년대 들어서도 차량 운행을 금지시키기도 했었는데 도로는 지금도 건설 당시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906d04d5365c51629cd6400709516e01_1461889985_0384.jpg

 

<역사유산으로 보존된 도로> 

 

이 도로는 2006년 12월부터 뉴질랜드 역사유적 7684번으로 지정돼 보존 관리되고 있으며, 현재는 쇼트오버 강에서 이뤄지는 제트스키나 다른 레저 활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투어용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길이 됐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시속 15km 운행이 권장되고 있는데 만약 도중에서 마주 오는 차라도 만나면 둘 중 한 대는 꼼짝 없이 비켜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까지 후진해야 한다.

 

길 한편으로 수십 m 낭떠러지가 펼쳐진 좁은 데다 추락방지용 펜스도 없는 길을 후진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숙달된 운전자라도 식은 땀 꽤나 흘릴 것을 각오해야 할 텐데, 더욱이 이 길에는 곳곳에 구덩이가 파여져 타이어 펑크 사고도 잦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번 기사에서 자동차협회(Automobile Association, AA)의 한 관계자는, 스키퍼스 캐년 로드가 위험한 길 목록의 상위에 올라간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자신이 한 차례 투어 차량으로 가본 적 있지만 자가운전으로는 가지 않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도로 주변의 경치는 정말 대단하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머리털이 곤두서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며 구비를 돌아야 하는 곳에서는 특히 더 공포스럽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 길은 이미 예전에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길 중 하나로 해외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으며 현재 유튜브(YouTube) 등에는 관광객들이 찍어 올린 동영상이 여럿 올려져 있기도 하다. 

 

한편 이번 기사에서 나온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Turkey - D915 Bayburt Road 

2. India - Keylong-Kishtwar Road 

3. New Zealand - Skippers Canyon Road 

4. France, Italy border (in the Alps) - La piste de l’Amitie 

5. Bolivia - Death Road 

6. Pakistan - Fairy Meadows Road 

7. Siberia - BAM Road 

8. Northern Peru - Ruta 3N 

9. Iceland - Route 622 

 

남섬지국장 서 현 

공화국 전환, 이번에도 물 건너 가나

댓글 0 | 조회 3,349 | 2022.10.11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이후… 더보기

일상 되찾았다지만... 허무한 한 청년의 죽음

댓글 0 | 조회 5,871 | 2022.09.28
9월 12일(월) 자정부터 뉴질랜드에… 더보기

점점 살기 나빠지는 오클랜드

댓글 0 | 조회 10,191 | 2022.09.28
날로 늘어나는 강력 범죄, 매일 도로… 더보기

NZ “기후변화 속 도로망 관리에 비상”

댓글 0 | 조회 2,410 | 2022.09.14
뉴질랜드 전국은 9만 4000여 km… 더보기

복지국가 뉴질랜드의 빈곤에 관한 부끄러운 민낯

댓글 0 | 조회 8,577 | 2022.09.13
뉴질랜드는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 더보기

이민자가 살기 힘든 나라

댓글 0 | 조회 11,360 | 2022.08.24
뉴질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 더보기

물린 게 잘못, 아니면 개 주인의 책임?

댓글 0 | 조회 3,829 | 2022.08.23
뉴질랜드인은 총인구와 맞먹는 460만… 더보기

물가 비상! 가정도 국가도 전전긍긍

댓글 0 | 조회 6,030 | 2022.08.10
물가상승률이 32년 만에 최고로 치솟… 더보기

마비 직전의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4,476 | 2022.08.09
뉴질랜드가 심각한 의료 위기를 겪고 … 더보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벅찬 내 집 마련의 현실

댓글 0 | 조회 8,575 | 2022.07.27
뉴질랜드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엄… 더보기

펄펄 끓는 지구, 사라지는 NZ 빙하

댓글 0 | 조회 5,310 | 2022.07.26
지구가 펄펄 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 더보기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연어 양식장

댓글 0 | 조회 5,443 | 2022.07.13
지난여름 유례없이 뉴질랜드 주변 바다… 더보기

501조 추방자들

댓글 0 | 조회 5,787 | 2022.07.12
요즘 강력 범죄가 늘면서 그 원인 가… 더보기

사상 최저의 실업률에도 불안정한 고용에 힘든 사람들

댓글 0 | 조회 5,634 | 2022.06.29
뉴질랜드의 공식 실업률은 3.2%로 … 더보기

2043년, 오클랜드 최대 인종은 ‘아시안’

댓글 0 | 조회 6,644 | 2022.06.28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더보기

울타리로 ‘Mt. Cook’을 지킨다

댓글 0 | 조회 2,537 | 2022.06.15
6월 초 국내 언론에는 ‘아오라키/마… 더보기

마이너스 수익의 키위세이버 속출

댓글 0 | 조회 6,167 | 2022.06.14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대부… 더보기

천정부지 물가, 고통받는 가계

댓글 0 | 조회 6,972 | 2022.05.25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30여 년 만… 더보기

스치듯 바다 위 나는 ‘Seaglider’

댓글 0 | 조회 2,736 | 2022.05.24
최근 뉴질랜드 기업인 ‘오션 플라이어… 더보기

국경 개방 후 이민정책

댓글 0 | 조회 8,045 | 2022.05.11
코로나19 규제가 서서히 풀리면서 그… 더보기

집값 폭등이 부추긴 이혼 , 하지만 건수는…

댓글 0 | 조회 6,631 | 2022.05.10
2년이 넘게 지구촌 가족의 삶을 송두… 더보기

집값 급등 우려가 집값 급락 공포로

댓글 0 | 조회 10,552 | 2022.04.28
팬데믹 이후 지난 2년 동안 집값이 … 더보기

금값 오르자 몰려드는 황금 사냥꾼들

댓글 0 | 조회 4,504 | 2022.04.28
귀중한 금속인 금을 숭상했던 인간은 … 더보기

뉴질랜드에도 고용보험이 필요한가

댓글 0 | 조회 3,942 | 2022.04.13
한국에는 있고 뉴질랜드에는 없는 제도… 더보기

올화이츠 “꿈은 다시 이뤄진다”

댓글 0 | 조회 2,924 | 2022.04.12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19 팬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