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면?

당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면?

0 개 7,310 NZ코리아포스트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의 기억을 남길 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힘겨운 선택을 강요한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가족 모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며 심지어 뉴질랜드를 떠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모든 학교에 안티 불링(anti-bullying) 방침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여고생 폭력 동영상 ‘충격’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뉴질랜드의 사회적 이슈가 된 직접적인 발단은 3월 25일 공중파 뉴스를 통해 보도된 한 편의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에는 15세의 왕가누이 걸스 컬리지(Wanganui Girls College) 학생 로빈 드종(Robin de Jong)이 다른 여학생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끔찍한 장면을 담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의 휴대폰 비디오로 찍힌 이 사건은 3월 8일 발생했고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가해학생은 로빈이 학교 당국에 자신을 고자질한 사실에 앙심을 품고 야만적인 폭행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은 교내 누군가가 자신을 칼로 찌를 것이라는 가해학생의 협박 내용을 담임 교사에 알렸고, 담임 교사와 함께 교감을 만났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보아 로빈은 이번 사건 이전부터 가해학생의 폭력에 시달려 온 것으로 보인다.

교감은 로빈과 가해학생을 따로 불러 얘기했고, 그날 방과후 5~6명의 여학생들이 하교하는 로빈을 불러 세운 것. 가해학생은 로빈의 머리채를 잡아 무릎으로 두 차례 머리를 가격했고 쓰러진 로빈의 얼굴과 머리에 24차례나 주먹을 날렸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로빈에 분이 안 풀렸던지 가해학생은 떠나면서 로빈의 등을 발로 힘껏 내려 차기까지 했다.

의식을 잃은 로빈의 귀에서 피가 흘렀고 턱은 부어 올랐으며 다리에는 찰과상을 입었다.

연령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가해학생은 심각한 신체 상해 혐의로 왕가레이 청소년 법정에 섰고 다음달 12일 재출두할 예정이며 학교에서도 퇴학 조치를 당했다.

로빈 가족은 이번 일로 왕가누이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행당했던 일이 항상 떠오르고 밤에 잠들기가 정말 힘들다. 혼자서 외출하는 것이 무섭고 길을 걷고 있어도 누군가 있을까 해서 항상 뒤를 돌아 보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

이웃의 연락으로 로빈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현장을 발견했던 어머니 마렐 드종(Marelle de Jong)은 “살면서 가장 끔찍한 경험이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내 딸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입니다. 학교는 물론 거리에서도 이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험악한 폭력은 일어나고 있고 처벌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또한 “가해학생 부모의 태도가 실망스러웠다”면서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학교폭력 세계평균보다 50% 많아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폭력 학생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뉴질랜드헤럴드지의 온라인 조사에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약 1만9,000명이 응답했는가 하면 존 키(John Key) 총리는 “교내폭력을 줄이기 위한 전국적인 토론을 원한다”면서 “모든 학교에 교내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재검토하도록 교육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고교교장협회의 패트릭 왈쉬(Patrick Walsh) 회장은 “심각한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발표된 ‘학교 안전 : 학교에서 학생의 안전에 대한 조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학교폭력은 세계 평균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젊음 ’07 : 뉴질랜드 고등학생의 건강과 웰빙’이라는 보고서에는 6% 이상의 학생들이 1주일에 적어도 한번 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에는 호익 컬리지(Howick College)에 다녔던 여학생 미카엘라 블라우(Michaela blaauw)가 몇 달 동안 받은 언어 및 신체 폭력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지금 오클랜드에 돌아와 맥클린스 컬리지(Macleans College)에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익 컬리지를 지나가야 할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고 말했다. “나를 폭행했던 사람들과 마주칠까봐 정말 두렵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꾸고 있고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은 우리 집에 불을 지를 거라고 위협했습니다.”

교내폭력 ‘맞서 싸우라’ 응답이 많아

온라인조사 결과 ‘맞서 싸운다’는 응답이 ‘부모나 교사에게 알린다’는 응답보다 55.1% 대43.7%로 우세했다. ‘아무런 대응 없이 괴롭힘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뉴질랜드헤럴드지는 사설을 통해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으로는 폭력배를 처리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맞서 싸우면 폭력배는 대개 좀더 쉬운 목표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특히 최근 호주에서 3년여 동안의 왕따를 참지 못하고 반격을 가한 16세의학생 케이시 헤인즈(Casey Heynes)가 인터넷 영웅이 되면서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됐다.

헤럴드지의 칼럼니스트 가스 조지(Garth George)도 빠르고 강하게 반격하는 방법이 초기 단계에서 왕따를 막는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학교폭력에 부모나 교사가 관여하는 일이 없었고 본인이 알아서 처리했다. 우리는 자녀들이 나중에 사회생활에서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사람이 되도록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눈에는 눈’ 해결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오클랜드 가족 치료전문가 다이앤 레비(Diane Levy)는 온라인 조사 결과에 깜짝 놀라며 “보복은 위험할 뿐아니라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뉴질랜드는 고자질을 나쁘게 보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가해학생을 방어하고 피해학생을 오히려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부모와 교사, 또는 폭력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대학 임상심리학 이안 람비(Ian Lambie) 박사는 “과거에 학교폭력이라는 개념이 없고 교육부가 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세우지 않았을 때에는 맞서 싸우는 일이 많았다”며 “하지만 보복은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교에 교내폭력 대책 지시

뉴질랜드교육협회(NZEI)는 학교에 안티 불링 방침을 재검토하라는 문서를 보내는 것만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정부가 ‘순진’하다고 비판했다.

NZEI의 이안 렉키(Ian Leckie) 회장은 “대부분의 학교는 교내폭력을 매우 심각하게 간주하고 무관용 방침을 가지고 있다”면서 “학교폭력의 원인은 복잡하고 종종 사회 전체적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책임이 있고, 이는 조건부가 아니다.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 2,100명이 재학하고 있는 마운트 로스킬 그래머(Mt Roskill Grammar)는 지난 1995년부터 ‘쿨 스클(Cool Schools)’ 친구 중재 프로그램을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다.

11학년과 12학년으로 구성된 200명의 ‘중재 학생’들은 후배나 동급 학생들에게 “폭력에는 어떠한 변명이 없다. 반격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것”이라고 지도한다.

한편 교육부의 학교폭력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하거나 글을 남긴다 △그 사람이 돕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찾는다 △혼자 있지 말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는다 △자신감은 왕따 행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강한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한다 △아니라고 말하고 걸어 나온다 △휴대폰이나 웹사이트가 있으면 저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폭력배를 피하고 위험한 장소는 가지 않는다 △안전한 장소를 찾는다.

또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은 △키즈라인(14세 이하, 0800 KIDSLINE, www.kidsline.org.nz) △왓츠업(5~18세, 0800 WHATSUP, www.whatsup.co.nz) △유스라인(13~24세, 0800 37 66 33, www.youthline.co.nz) △경찰 (0800 NO BULLY, www.nobully.org.nz) △넷세이프(0508 NETSAFE, www.netsafe.org.nz) △유스로(09 309 6967, www.youthlaw.co.nz) 등이 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소년들의 새로운 인생 숙제, 운전면허시험

댓글 0 | 조회 6,134 | 2016.11.22
최근 들어 국내 언론에 심심치 않게 … 더보기

총선 대비용 이민 규제

댓글 0 | 조회 9,718 | 2016.11.09
국민당 정부가 이민자 수용 인원을 축… 더보기

주유 한번 잘못으로 폐차된 승용차

댓글 0 | 조회 12,476 | 2016.11.09
지난 8월경 남섬 북부의 작은 도시인… 더보기

자신의 성공에 희생양이 된 클라크 전 총리

댓글 0 | 조회 6,589 | 2016.10.27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반기문… 더보기

부자동네 가난한 동네

댓글 0 | 조회 10,931 | 2016.10.26
▲ NZ 최고 부자 동네인 웰링턴 전… 더보기

올 여름, 벼룩들이 몰려온다

댓글 1 | 조회 10,428 | 2016.10.13
겨울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 9월말, … 더보기

교육계에 부는 개혁 바람

댓글 0 | 조회 6,237 | 2016.10.12
뉴질랜드 교육계가 30년 만에 가장 … 더보기

평균 집값 100만달러 시대의 명암

댓글 0 | 조회 10,345 | 2016.09.28
이제 오클랜드에서 웬만한 주택을 구입… 더보기

사기 결혼의 덫에 걸렸던 키위 남성

댓글 0 | 조회 9,834 | 2016.09.28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를 찾던 중년의 … 더보기

새로운 도시로 오클랜드 탈바꿈되나?

댓글 0 | 조회 11,287 | 2016.09.15
오클랜드 유니태리 플랜(Aucklan… 더보기

실종 한 달 만에 구조된 등반객

댓글 0 | 조회 6,543 | 2016.09.14
▲ 출동한 구조 헬리콥 ​8월 24일… 더보기

42년 만에 기록된 높은 인구증가율

댓글 0 | 조회 10,325 | 2016.08.25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뉴질랜드 … 더보기

주식처럼 사고 파는 주택들

댓글 0 | 조회 9,544 | 2016.08.24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점점 주식시장과 … 더보기

NZ의 억만장자들은 누군가?

댓글 0 | 조회 12,261 | 2016.08.11
최근 국내 경제 전문지인 ‘The N… 더보기

뉴질랜드 대졸 2년 후의 자화상

댓글 0 | 조회 9,899 | 2016.08.10
대학 교육이 졸업자의 생활에 미치는 … 더보기

[부동산 플러스] 2016년4월 이후 처음으로 전국 주택 가격 하락

댓글 0 | 조회 6,526 | 2016.08.10
■ 오클랜드 수요둔화 전국적으로 중요… 더보기

소수만의 낙원

댓글 0 | 조회 7,652 | 2016.07.28
뉴질랜드의 국부는 증가했지만 상위 1… 더보기

왜 사람들이 오클랜드를 피할까?

댓글 0 | 조회 11,676 | 2016.07.27
최근 국내의 한 언론에, “왜 사람들… 더보기

오클랜드는 공사중

댓글 0 | 조회 7,810 | 2016.07.14
요즘 오클랜드 어디를 가든지 건물을 … 더보기

돈 빌려서라도 내 차 바꾼다

댓글 0 | 조회 8,438 | 2016.07.13
뉴질랜드인들 중 1/3 가량은, 자신… 더보기

학교 등급 폐지될 듯

댓글 0 | 조회 8,933 | 2016.06.23
‘데실(Decile)’로 잘 알려진 … 더보기

범죄를 당할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댓글 0 | 조회 11,564 | 2016.06.22
▲ 크라이스트처치 경찰청의 상황실 모…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의 투자

댓글 0 | 조회 12,399 | 2016.06.09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바닥을 보이… 더보기

겨울은 ‘불조심’의 계절

댓글 0 | 조회 6,289 | 2016.06.08
매일 뉴스를 접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더보기

‘학비대출금 난민’ 등장하나?

댓글 1 | 조회 9,075 | 2016.05.26
지난 1월 18일(월) 오클랜드 공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