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년 NCEA, 허점이 뭐길래

시행 10년 NCEA, 허점이 뭐길래

0 개 6,400 NZ코리아포스트
뉴질랜드의 교육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레가툼(Legatum) 연구소의 ‘번영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특히 교육 시스템을 자체 평가하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교육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뉴질랜드에서는 자체 고등교육 제도인 NCEA(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가 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도 제도의 허점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산고 끝에 탄생한 NCEA

NCEA는 지난 2002년 Year11 학생들에게 Level1으로 첫 도입된 고등학교 학력 평가제도이다. 이전에는 ‘School Certificate’이라는 시험제도가 60년 동안 실시됐었다.

NCEA가 도입되고 확대 시행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노동당 정권 때 시행된 NCEA는 이전 국민당 정권 때부터 준비돼 오랜 작업 끝에 탄생됐으나 시행 초기부터 일선 교사들이 너무 많은 혼란과 문제점들이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NCEA는 고교 교과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재학 중 받는 내신성적을 비롯해 외부시험 성적을 종합해서 평가, 이에 해당하는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NCEA의 가장 큰 특징은 내신이 대폭 강화된 점. 학기 말에 한번 치루는 시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과 진도 과정에 평가가 계속 이루어진다.

또한 특정 과목에 대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읽기, 쓰기, 말하기 등 각 영역에서 어떤 수준의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3년에 걸쳐 NCEA 과정을 공부하게 되고 내신과 기말시험을 통해 학점을 취득하게 된다.

Level1 과정은 80학점(Credit)을 받아야만 수료할 수 있는데, 그 중 수학과 영어에서 각각 8학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Level2와 Level3 과정을 수료하려면 각각 80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고, 그 가운데 일정 부분은 각 Level에 맞은 과목에서 취득해야 한다.

NCEA는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4~6개 과목을 선택하고, 각 과목당 대개 24학점 정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으며, 그 중 5~10학점을 내신으로 취득하고 나머지 학점은 기말시험을 통하여 취득하게 된다.

NCEA의 평가방법은 점수가 아니라 ‘Not Achieved(미달성)’ ‘Achieved(달성)’ ‘Merit(우수)’ ‘Excellence(탁월)’ 등 4단계 등급으로 돼있다. 학점은 성적과 관계없이 변하지 않으며 다만 ‘우수’나 ‘탁월’을 받으면 대학교 진학시 가산점이 부여되는 등 유리하게 작용된다.


평가에 일관성 결여가 가장 큰 지적

NCEA 제도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지적은 성적을 매기는데 학교와 교사에 따라 일관성이 결여되어 평가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교사들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는데 주관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른 중요한 지적은 NCEA가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변별해 내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또 1년 내내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교사들은 본연의 임무인 교육보다 채점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뺏기고 업무가 과중된다는 불평이 많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교육 현장에 있는 많은 교사들이나 학생들, 학부모들이 NCEA 제도를 선호하지 않았고 일부 학교에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과도기적 방편으로 NCEA와 캠브리지(Cambridge) 시험제도를 동시 운영하기도 했다. 전통의 명문 남학교 오클랜드 그래머 스쿨(Auckland Grammer School)이 그 대표적인 학교라 하겠다.

캠브리지 시험제도는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에서 운영하는 150년 역사의 고등교육 시험제도로 스위스에서 운영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디플로마와 함께 세계 2대 사설 시험중 하나이다.

교육부는 시행 초기 교육 현장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03년 Year12 학생들에게 Form6 Certificate를 대신해 NCEA Level2를, 2004년 Year13 학생들에게 Bursary를 대신해 Level3를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했다.

그 후 NCEA 제도는 초기에 돌출된 문제점들이 보완돼 가며 마오리 학생들이나 퍼시픽 아일랜더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CEA는 남학생에 불리하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 오클랜드 그래머가 대부분의 Year11 학생들에게 NCEA 대신 캠브리지를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나서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에 오클랜드 그래머가 NCEA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온 이유는 시행 초기 때와는 약간 바뀌었다.

이 학교가 교육부와의 협의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영어 또는 수학에 약한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 90% 정도의 학생들을 캠브리지에 고수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끊임없는 내신평가를 요구하는 NCEA가 남학생의 학습 스타일과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학생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연중 이뤄지는 내신 보다는 점수로 나타나는 한번의 학기말 시험을 선호한다는 것.

오클랜드 그래머의 뒤를 이어 맥클린스 컬리지(Macleans College)와 세인트 피터스 컬리지(St Peter’s College) 등 일부 학교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 논란은 확산됐다.

오클랜드 그래머가 실질적으로 NCEA를 포기한 것이 엘리트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법적으로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고등교사협의회(PPTA) 케이트 개인스포드(Kate Gainsford) 회장은 교육부가 나서 오클랜드 그래머가 NCEA를 채택하도록 지시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노동당의 교육 담당 켈빈 데이비스(Kelvin Davis) 부대변인은 “이런 중요한 교육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는 앤 톨리(Anne Tolley) 교육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데이비스 부대변인의 주장대로 NCEA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야 할 입장인 톨리 장관은 지난해 많은 초∙중학교의 반대에도 밀어 부쳤던 ‘내셔날 스탠다드(National Standards)’ 제도 시행 때와는 달리 이번 문제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녀는 “오클랜드 그래머는 전국 500여개 고교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캠브리지와 함께 여전히 NCEA를 제공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법에 따르면 학교가 원할 경우 NCEA와 함께 다른 자격제도를 실시하도록 융통성을 주고 있어 오클랜드 그래머의 이번 조치가 법적인 테두리에 근거한다는 입장이다.

국제적 인정 캠브리지 vs 학점받기 쉬운 NCEA(?)

오클랜드 그래머 존 모리스(John Morris) 교장은 개인스포드 회장에 “PPTA가 모든 학교에 어떤 제도를 사용해야 하는지 간섭하는 것은 단체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우리 학교는 지난 10년간 NCEA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나 그 동안의 실시 결과 많은 남학생들이 캠브리지에서 성적이 더욱 좋게 나왔기 때문에 캠브리지 채택률을 60%에서 90% 정도로 늘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양쪽 시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클랜드 그래머는 우수 학생들이 캠브리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NCEA 성적에서 더 이상 상위 학교가 아니다.

모리스 교장은 또 “이 논쟁의 핵심은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하는 것이다. 졸업을 위한 학점을 받기 위해서 어려운 과목을 포기하고 학점받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교육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세계적 수준의 지식과 목적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이어야 하는가? 공정하고 일관되며 믿을 수 있고 투명하며 정확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평가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캠브리지 채택을 옹호했다.

캠브리지나 IB 디플로마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된 평가제도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NCEA도 점점 알려져 이웃 호주는 물론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는 한인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시행 10년을 맞는 NCEA 제도가 손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각 나라는 그 나라 실정에 맞은 국가고시 제도가 필요하고, NCEA는 완벽하진 않지만 꾸준히 보완돼 가며 뉴질랜드 고등학교에 정착해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것만은 알고 투표하러 가자

댓글 0 | 조회 3,540 | 2011.11.22
선거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제50… 더보기

뉴질랜드 주식시장 “저평가 지나쳐”

댓글 0 | 조회 5,310 | 2011.11.09
흔히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 더보기

경제변동 가져올 3가지 ‘하락’

댓글 0 | 조회 5,350 | 2011.10.27
한달 여간 뉴질랜드를 들뜨게 했던 럭… 더보기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산업

댓글 0 | 조회 5,139 | 2011.10.11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의 프랜… 더보기

주택시장에 부는 봄바람

댓글 0 | 조회 5,820 | 2011.09.27
주택시장에서 봄은 전통적으로 매매가 … 더보기

은퇴연령 맞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댓글 0 | 조회 4,082 | 2011.09.13
나라마다 출생이 많은 이른바 ‘베이비… 더보기

럭비 월드컵 맞아 기대 부푼 관광업계

댓글 0 | 조회 4,786 | 2011.08.23
뉴질랜드가 주최하는 사상 최대의 스포… 더보기

‘1키위달러=1미국달러’ 시대 오나?

댓글 0 | 조회 7,074 | 2011.08.09
뉴질랜드 달러의 상승 곡선이 가파르게… 더보기

노동당의 마지막 승부수 ‘양도소득세’

댓글 0 | 조회 5,940 | 2011.07.26
총선이 11월 26일에 실시되니까 이… 더보기

흔들리는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댓글 0 | 조회 7,137 | 2011.07.12
뉴질랜드 제2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더보기

低임금의 노예들

댓글 0 | 조회 8,008 | 2011.06.28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더보기

‘제로예산’ 가져온 어려운 나라살림

댓글 0 | 조회 6,056 | 2011.06.14
총선이 열리는 해에는 보통 정부 예산… 더보기

전자제품업계의 ‘가격인하’ 전쟁

댓글 0 | 조회 8,612 | 2011.05.24
요즘 오르기만 하는 물가 가운데 그나… 더보기

고등학생 절반은 제 학년 과정 수료 못한다

댓글 0 | 조회 7,132 | 2011.05.10
뉴질랜드 고등학교 학력 평가제도인 N… 더보기

갈수록 벌어지는 호주와의 격차

댓글 0 | 조회 8,159 | 2011.04.27
국민당 정부는 집권하면서 오는 202… 더보기

[INSIDE] 제11대 오클랜드 한인회장 입후보자 인터뷰

댓글 0 | 조회 6,711 | 2011.04.13
지난 4월6일 오클랜드 한인회장 입후… 더보기

당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면?

댓글 0 | 조회 7,314 | 2011.04.12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평생 지울 수… 더보기

복지제도에 관한 10가지 잘못된 믿음

댓글 0 | 조회 7,392 | 2011.03.22
정부가 복지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기… 더보기

현재 시행 10년 NCEA, 허점이 뭐길래

댓글 0 | 조회 6,401 | 2011.03.08
뉴질랜드의 교육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더보기

[INSIDE] 양규준 Whitespace 갤러리 전시회

댓글 0 | 조회 5,097 | 2011.03.08
동양의 서체를 형상화해서 현대미술 작… 더보기

국제상품값 급등, NZ경제에 藥인가 毒인가

댓글 0 | 조회 4,446 | 2011.02.22
뉴질랜드의 농림업수출액은 총 수출액의… 더보기

[INSIDE] 새싹이 움트는 곳, 새움터

댓글 0 | 조회 4,327 | 2011.02.22
"정신 건강의 문제는 숨길 것이 아닙… 더보기

집 살 때인가, 팔 때인가

댓글 0 | 조회 6,265 | 2011.02.08
지난해 주택가격은 0.9% 하락하면서… 더보기

[INSIDE]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으로 나아가는 순간

댓글 0 | 조회 4,587 | 2011.02.08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아줌마들과… 더보기

뉴질랜드의 2011년은 럭비월드컵의 해

댓글 0 | 조회 5,903 | 2011.01.25
올해 뉴질랜드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