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Moa), 우리 곁에 정말 돌아오나?

모아(Moa), 우리 곁에 정말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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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뉴질랜드의 드넓은 초원을 누비던 거대한 새 ‘모아(Moa)’는 마오리가 이 땅에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5세기경 멸종했다. 


비행 능력을 포기하고 덩치를 키우며 진화했던 이 독특한 생명체의 멸종은 생태계에 큰 공백을 남기면서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는 가운데, 모아는 지구에서 인간이 가진 환경과 생태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상징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 이하 ‘콜로설’로 호칭)’가 복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뉴질랜드는 물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았다. 


과연 21세기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잃어버린 생명체 ‘모아’를 다시 불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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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모아(상상도)  


<사라진 ‘거인 새’ 모아는 어떤 새였나?> 


모아는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했던 날개가 없는 거대한 조류 종류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약 7,000만 전부터 다른 육지와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했던 뉴질랜드에서는, 별다른 천적이 없어 모아를 비롯한 많은 조류가 날개를 잃고 지상 생활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중 특히 ‘남섬 자이언트 모아(South Island giant moa, Dinornis robustus)’는 목을 쭉 펴면 키가 최대 3.6m에 달하고 몸무게도 250kg이나 나가는 거대한 새인데, 수컷 성체 중에서도 크다고 하는 개체도 키 2.5m에 몸무게 100kg이 조금 넘는 타조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이들은 날개가 완전히 퇴화해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으며 육식 동물의 위협 없이 평화롭게 뉴질랜드의 숲과 관목 지대, 아고산대 생태계를 지배했다. 


곤충이나 씨앗, 풀뿌리를 먹는 초식동물이지만 사슴이나 영양처럼 대형 초식동물이 차지하던 생태적 지위를 맡았으며, 씨앗을 퍼뜨리는 등 식생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성장 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곳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였던 ‘하스트 수리(Haast’s Eagle)’의 먹이가 되기도 했지만, 마오리가 이주해 오기 전까지는 남북섬 전역에 최대 250만 마리는 됐다고 추정하는 등 매우 번성한 조류였다.


모아의 멸종은 인간 활동과 관련이 깊은데, 13세기 초 이곳에 도착한 마오리는 식량 자원으로 모아를 사냥하기 시작했으며 사람을 상대한 적이 없었던 모아는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또한, 화전 농업이 산림을 파괴해 모아 서식지가 급격히 줄었을 뿐만 아니라 모아의 긴 성장 기간도 개체수 회복을 어렵게 했는데, 결국 인간이 도착한 지 겨우 100여 년이 지난 15세기 무렵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모아가 점차 사라지고 이들이 퍼뜨리던 씨앗 운반체 역할도 없어지면서 식물 생태계도 바뀌었고 모아를 주요 먹이로 삼았던 ‘하스트 수리’까지 멸종하는 등, 모아의 멸종은 단일 요인보다는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생태계의 한 축이 사라졌다. 


한편, 모아는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존재였는데, 마오리는 고기와 깃털, 뼈를 생활 자원으로 삼으면서 구술과 속담(whakatauki)을 통해 모아를 힘과 생존, 멸망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오리에게 모아 복원은, 단지 하나의 동물이 아니라 ‘타옹가(taonga, 보물)’이자 조상의 땅과 깊이 연결된 존재를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복원에 나선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모아를 복원하겠다고 나선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기업으로, 지난 2021년 하버드대학교의 유전학자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와 기업가 벤 램(Ben Lamm)이 공동 설립했다.


이 회사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멸종된 동물을 복원함으로써 과거 생태계를 재건하고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다. 


콜로설은 멸종된 종의 DNA를 현대 과학기술로 분석하고 이를 가장 가까운 현존하는 친척 종의 DNA에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기술로 삽입해 멸종된 종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용한다. 


콜로설은 이미 ‘비둘기 원시생식세포(PGC, Primordial Germ Cell)’ 배양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등 복원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모아 외에도 매머드, 다이어 울프(Dire wolf), 도도새(Dodo), 태즈메이니아 호랑이(Tasmanian Tiger), 북부흰코뿔소(Northern White Rhinoceros) 등 다양한 멸종 동물의 복원 사업을 한다. 


cc955d9a4d66c171483cfcfbd79ffa24_1761612966_0694.png ▲ 캔터베리 Pop-up 박물관의 ‘모아’ 모형  


<복원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나?> 


콜로설의 복원 프로젝트는 남섬에 살던 ‘자이언트 모아’가 대상인데, 멸종된 모아를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현존하는 조류의 DNA를 조작하여 외형과 특성이 유사한 새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의 참여가 주목받았는데, 잭슨은 이 프로젝트에 자금과 함께 본인의 수집품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참여는 뉴질랜드의 독특한 생태계와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한 남섬 마오리 부족의 ‘나이 타후(Ngai Tahu) 리서치 센터’와 함께 모아 화석을 가장 많이 가진 캔터베리 박물관도 동참하는데, 이들은 향후 5~8년 이내 복원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번 모아 프로젝트의 복원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고대 DNA 추출 및 분석: 모아의 화석이나 뼈에서 DNA 표본을 추출하고 분석해 유전체 정보를 파악하는데, 이는 모아의 특징 재현에 필요한 유전적 요소를 식별하는 핵심 단계이다. 또한 살아있는 ‘친화종(closest living relative)’의 유전체도 동시에 분석한다. 


2. 유전자 편집: 모아와 가장 가까운 현존하는 친척 조류의 세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호주와 뉴기니(New Guinea)에 사는 ‘에뮤(Emu)’나 중남미에 폭넓게 서식하는 ‘티나무(Tinamou)’와 같은 유사한 조류의 DNA에 모아의 유전자 특성을 주입하는 방식이 논의된다. 이 과정을 통해 모아의 크기, 뼈 구조, 깃털 형태 등 외형적 특징과 생리적 특성을 재현한다. 


3. ‘대리모(Surrogate mother)’ 활용: 유전자 편집한 세포로 배아를 만든 후 이를 대리모 새의 자궁에 이식해 모아를 탄생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대리모 선정은 유전적 유사성, 배아 이식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다. 


또한 멸종종을 복원하려면 단일 개체가 아닌 개체군으로의 회복이 필요하므로 세포 생산과 유전자 편집 작업을 자동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작업 과정을 구축한다.


이처럼 모아 복원에는 도전적이면서도 까다로운 기술이 많고 과정도 복잡한데, 이에 따라 일부 과학계 언론에서는 모아 복원이 첫째, 조상이 먼 친화종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과 둘째, 새의 경우 조작이 더 까다롭다는 점, 그리고 생태계 적응과 복원 이후의 ‘진짜 모아’ 탄생 여부에 대한 의문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콜로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라진 거대 조류를 재현함으로써 뉴질랜드의 고유한 생태계를 회복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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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매머드 골격
 

<매머드에서 다이어 울프까지: 멸종 복원의 거대한 흐름> 


콜로설은 현재 모아 외에도 여러 가지 동물의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이른바 ‘멸종 복원(de-extinction)’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털매머드(Woolly Mammoth)’ 복원이다. 이들은 매머드가 툰드라(tundra)에 살며 얼어붙은 땅을 뒤엎어 메탄 배출을 억제했던 역할을 복원해 시베리아 지역 생태계를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려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역시 코끼리 세포를 기반으로 매머드 유전자를 이식하고, 유전자가 가까운 인도코끼리를 대리모로 활용하는데, 콜로설 연구진은 이미 ‘털북숭이 쥐’라는 매머드 유전자를 이식한 생쥐를 탄생시키며 가능성을 엿보였다.


 또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등장했던 거대 늑대인 ‘다이어 울프(Dire Wolf)’의 복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다이어 울프는 1만 3,000년 전에 사라졌다. 


회사 측은 올해 4월에, 멸종된 다이어 울프의 치아 화석에서 추출한 DNA를 현존하는 ‘회색 늑대(gray wolf)’를 이용해 유전자를 편집해 다이어 울프의 외형과 특성을 가진 새끼 3마리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멸종 동물을 되살린 최초 성공 사례’로 세계 학계와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이들은 다이어 울프가 생태계 육식동물로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섬에서 모아처럼 인간 활동으로 멸종한 ‘도도새(Dodo)’ 복원 작업도 진행 중인데, 도도새의 복원은 모리셔스섬의 숲 생태계 복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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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다이어 울프’


<복원 성공할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은 아닐까?> 


현재까지는 완전한 의미의 ‘유전자 조작’으로 멸종한 동물을 성공적으로 되살린 사례는 없으며 부분적 성공이나 유사체, 그리고 식물이나 파충류 등에서의 재도입 성공 사례만 있다. 


2000년 1월에는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아종 중에서 한 아종의 마지막 개체가 죽었는데, 그러자 스페인 연구팀이 아종 세포를 복제해 2003년에 새끼 한 마리를 태어나게 하면서 멸종한 아종도 복제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처음 보여줬지만, 새끼가 몇 분 만에 죽어 해당 아종은 또 다시 멸종되는 신세가 됐다. 


또한 갈라파고스에서 한 거북 집단에서 원형(멸종한 아종과 유사한 유전자 구성)을 가진 개체를 골라 번식시켜 원래 아종에 상당히 가까운 계통을 복구해 섬에 재도입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유전자 편집이 아닌 ‘역교배(back-breeding)’ 방식으로 복원한 경우였다. 


한편, 동물과 달리 씨앗이 보관됐거나 비교적 최근에 사라졌던 식물은 복원이 쉬운 편인데, 그 한 예로 2000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York groundsel’은 종자은행과 재도입을 통해 2023년에 야생에서 다시 복원하면서 완전 복원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모아를 비롯한 멸종 동물의 복원 프로젝트는 그 성공 여부에 대한 기대감도 크고 사람들을 흥분시키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윤리와 생태적인 면에서 치열한 논쟁도 등장한다. 


우선 일부 과학자들은 ‘멸종은 끝이며 500년 넘게 조상종이 살아남지 못했으면 유전자만으로 완전한 모아를 재현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모아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알려진 ‘티나무’조차도 수천만 년 전부터 모아와 종이 갈라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멸종 위기종 보전’보다는 미디어 기술쇼로 보인다고 비판한다. 


또한 멸종 동물 복원이 자연 생태계 복원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거꾸로 복원된 종이 기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걱정도 많다. 


새 종의 등장이 오히려 기존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인데, 특히 모아와 같은 거대 동물의 복원은 식물상, 다른 초식 동물, 그리고 포식자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동물복지 측면에서 인공 생산한 개체의 삶은 과연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질문도 나온다. 


또한 복원 프로젝트에는 막대한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이보다는 현재 위기에 처한 생물종 보호에 집중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비판도 있다. 즉 ‘멸종 복원’에 쏟는 자원과 정성은 현재 멸종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종의 보호에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인간의 과학 기술이 생명의 시작과 끝에 개입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되면서, 복원이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이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오만함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여기에 더해, 나이 타후가 협조하고 나섰지만 다른 마오리 부족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유전자 표본의 소유권, DNA의 국내 보관 여부 등이 쟁점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로설과 같은 기업은 멸종 복원 기술이 기후 변화 해결, 생물 다양성 회복, 그리고 잃어버린 생태계 기능 복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아 복원 프로젝트는 이처럼 한편으로는 거대한 과학적 도전이면서도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는데, 과연 멸종된 거인 새가 조만간 다시 뉴질랜드 숲과 들판을 활보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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