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가 안 보인다” 나비가 울리는 생태계 경보

“제왕나비가 안 보인다” 나비가 울리는 생태계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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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정원과 숲,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가 최근 급격히 줄었다. 


지난 몇 년 사이 남북섬 곳곳에서 “예전보다 나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라는 주민들의 관찰 보고가 이어졌으며, 관련 단체와 연구 기관들도 감소세를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뉴질랜드 나비재단(Moths and Butterflies of NZ Trust)’과 자연보전부(DOC), 그리고 대학 연구진들은 외래 침입종인 ‘종이말벌(paper wasp)’의 증가와 서식지 감소, 기후 변화, 농약 사용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나비 한 종류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의 건강한 토종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졌다. 


3a6c0aacf5498adcbd9124356224a3d5_1778565901_9465.JPG ▲ 수선화와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 


<뉴질랜드 나비 생태계의 특징과 현황>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 뉴질랜드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 나라다. 오랜 기간 대륙과 분리돼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진화 양상이 나타났고, 토종 생물의 비율이 높으며 특히 조류와 곤충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종이 많다.


뉴질랜드에는 약 2,000종이 넘는 ‘나방과 나비류(Lepidoptera, 나비목)’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주행성의 나비는 20여 종에 불과해 다른 나라보다 아주 적은데, 이에 비해 야행성인 나방은 약 2,000종이나 알려져 있고 그중 상당수가 뉴질랜드 고유종이다. 


뉴질랜드는 수천만 년 동안 다른 대륙과 떨어져 고립되는 바람에 곤충의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웠는데, 이에 따라 화려한 나비보다는 주행성의 나방이 더 안정적으로 살아남았다는 분석이 많다(땅이 넓고 식생이 다양한 호주는 나비 종류가 400종 이상에 달한다).  


또한 뉴질랜드에는 원래 박쥐를 제외하면 토착 포식성 육상 포유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 곤충처럼 강한 방어 능력을 진화시킬 필요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이유로 뉴질랜드 곤충들은 전체적으로 색상이 비교적 수수한 편이고, 비행 속도가 느리며 특정 식물에 강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토종 나비로는 ‘카후쿠라 붉은제독나비(Kahukura Red Admiral)’, ‘숲고리나비(Forest Ringlet)’, ‘구리나비(Copper Butterfly)’ 등이 있으며, 특히 ‘붉은제독나비’는 최근 ‘올해의 곤충(Bug of the Year)’에 선정될 정도로 상징성이 큰 종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나비 생태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특히, 외래 포식종이 유입될 경우 그 피해가 크며, 또한 일부 나비는 특정 식물에만 알을 낳고 애벌레가 성장하기 때문에 먹이 식물이 줄면 개체 수도 급격히 감소한다.


최근에는 도시 개발과 농업용지의 확대, 외래 잡초 증가, 소나무 조림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나비 서식지가 크게 줄었는데, 남섬 동부에서는 외래종 잔디와 야생 소나무가 토종 식생을 빠르게 밀어낸다는 분석이 있었다.  


DOC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60년간 뉴질랜드 남섬 동부의 나방 개체 수가 최대 82% 감소했다”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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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나비 애벌레


<뉴질랜드인이 사랑하는 제왕나비>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나비는 단연코 ‘제왕나비’이다.

 

제왕나비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과학자들은 이 나비 종이 태평양 폭풍이나 강풍을 타고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와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까지 자연적으로 유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뉴질랜드에서는 19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공식 기록됐으며, 인간이 직접 들여온 종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정착한 ‘자생 유입종(self-introduced species)’으로 분류한다.


제왕나비는 선명한 주황과 검은색 무늬 덕분에 다른 나비와 쉽게 구별되는데, 날개 길이는 약 10cm 정도로 나비치고는 꽤 큰 편이며, 수컷은 뒷날개에 ‘향선(scent gland)’이 있어 암컷과 구분된다.


암컷은 흔히 ‘스완플랜트(swan plant)’라고 불리는 ‘밀크위드(milkweed, 박주가리과)’ 계열의 식물에 알을 낳는다. 밀크위드라고 불리는 이유는 줄기나 잎을 꺾으면 독성이 있는 하얀 유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마리 암컷이 300~400개의 알을 낳고, 5일만에 부화한 애벌레는 검은•노랑•흰색의 눈에 잘 띄는 선명한 줄무늬와 앞뒤에 길게 뻗은 촉수 같은 돌기가 특징인데, 실제 촉수는 아니며 감각과 위장 효과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제왕나비 애벌레는 거의 박주가리과 식물만 먹고 자라며 뉴질랜드에서는 스완플랜트가 대표적인 먹이식물인데, 애벌레는 잎을 엄청난 속도로 갉아먹으며 성장하고, 성장 과정에서 5번 정도 탈피한다.


흥미로운 점은 애벌레가 먹는 식물 속 ‘독성 성분(cardenolides)’을 몸속에 축적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새나 포식자가 애벌레를 먹으면 맛이 매우 써 공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제왕나비 특유의 강렬한 주황과 검은색 무늬도 ‘나는 먹으면 좋지 않다’는 경고색 역할을 한다.


애벌레 단계는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주 정도 지속하며, 충분히 자라면 잎이나 줄기에 거꾸로 매달린 뒤 몸을 변화시켜 초록색 번데기가 되는데, 번데기 표면에는 금색 점무늬가 나타나 매우 아름답고 평균 14일 뒤 성충 나비가 나온다.


한편, 북미에서는 수천 km를 나는 대규모 이동 현상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가을철에 캐나다와 미국 북부에서 남쪽의 멕시코 월동지까지 수억 마리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장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제왕나비는 비교적 지역 중심의 생활 방식을 보이는데, 나비재단의 장기 ‘태깅(tagging)’ 연구 결과에서도 상당수 개체가 자신이 태어난 곳 근처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이 되면 제왕나비는 큰 나무에 무리를 지어 매달려 월동하는데, 특히 침엽수 숲이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원 지역이 중요한 월동 장소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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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시 워드(Chrissie Ward)의 나비 숫자 조사표  


<뉴질랜드에서 나비가 줄어드는 이유>


최근 뉴질랜드 곳곳에서 제왕나비 개체 감소 현상이 실제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노스 캔터베리 주민들은, “예년에는 정원마다 애벌레와 번데기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거의 사라졌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넬슨 주민이자 나비재단 회원인 크리시 워드(Chrissie Ward)는 2009년부터 매년 10월부터 3월까지 매주 같은 경로를 걸으며 나비 숫자를 기록했는데, 데이터를 보면 제왕나비를 비롯한 나비 개체 수가 감소했다. 


이 자료는 한때 나비가 많았던 자연 경관을 가로지르는 통로가 ‘장기적으로 뚜렷하게 감소했고 일부 연도에만 부분적으로 회복됐음을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의 변동은 예상되지만 모든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나비재단 설립자인 재키 나이트(Jacqui Knight)는, 나비 개체 수 감소의 가장 유력한 원인은 환경적 압력, 특히 외래종인 말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지역 커뮤니티 그룹 대상의 페이스북 설문조사에서도 말벌이 주요 원인이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는데, 그에게 연락했던 사람 중 90%가 특히 제왕나비 감소를 걱정했다. 


그는 다른 종도 감소한다는 점이 걱정스럽지만, 제왕나비는 훨씬 크고 매년 여름 우리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해 왔기 때문에 그 부재가 훨씬 더 눈에 띈다면서, 말벌이 주요 문제이지만 서식지 상실과 살충제 사용, 그리고 이에 대한 인식 부족 또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말벌은 나비 애벌레를 잡아 자기 유충의 먹이로 사용하는데, 특히 제왕나비 애벌레는 몸집이 크고 단백질이 풍부해 말벌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된다.


말벌은 여름 초반 둥지를 만들고 유충을 키우기 위해 대량의 단백질 먹이가 필요하다. 이 시기 수많은 제왕나비 알과 애벌레, 심지어 번데기까지 공격당한다. 


여기에 또한 기후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상 고온과 폭우, 늦서리 현상이 증가하면서 알과 애벌레의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계절 변화가 불규칙해지면서 번식 시기와 먹이 식물 성장 시기가 어긋나는 현상도 보고되는데, 실제로 한겨울인데도 날이 따뜻해지면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제왕나비가 목격되기도 한다. 


또한 농약과 제초제 사용 역시 문제다. 도시 정원과 농경지에서 살충제 사용이 늘면서 나비뿐 아니라 수분 곤충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우려스러운데, 북미에서는 제왕나비 감소 원인으로 오래전부터 제초제 사용 확대가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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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나비 애벌레를 공격하는 말벌


<천적 말벌의 위협과 뉴질랜드 생태계> 


뉴질랜드에는 2,000종이 되는 말벌이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둥지를 짓지 않고 단독으로 생활하는 비사회적인 벌이다. 


문제가 되는 말벌은 5종으로 이들은 모두 외래종인데, 대표적으로 ‘독일말벌(German wasp)’, ‘유럽말벌(European wasp)’, 그리고 ‘아시안 종이말벌(Asian paper wasp)’ 등이 있다.


이들은 검고 노란색 줄무늬를 가진 사회성 곤충으로 숲과 초지, 해안, 습지, 도시 등 거의 모든 환경에 적응하는데, 특히 뉴질랜드는 곰이나 오소리, 새와 기생 곤충 등 말벌의 천적이 많고 다양한 유럽이나 아시아와 달리 별 천적이 없다 보니 번식 속도도 아주 빠르다. 


또한 먹이도 풍부한데, 특히 남섬의 ‘너도밤나무(beech)’ 숲은 말벌 천국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허니듀(honeydew)’를 배출하는 작은 곤충이 많고 말벌은 이를 대량 섭취하면서 엄청난 밀도로 번식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헥타르당 수천 마리 수준까지 관찰되면서 생물량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연구도 있는데, 결국 이들이 숲 생태계를 지배할 정도가 되면서 토종 곤충과 새, 나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허니듀를 먹이로 하는 ‘카카(kaka)’나 ‘투이(tui)’ 등 작은 새는 말벌을 제거하면 숫자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처럼 뉴질랜드의 말벌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외래종 생태계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연구진은 말벌이 뉴질랜드 토종 곤충을 광범위하게 포식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 DNA 분석 연구에서는 말벌 먹이 가운데 상당수가 토종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나비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비와 나방은 꽃가루 매개 역할을 하고, 새와 다른 곤충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꿀벌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나비 감소는 식물 번식과 조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DOC는 최근 보고서에서 “나비와 나방 감소는 뉴질랜드 생태계 건강 악화의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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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나비의 ‘태깅(tagging)’


<제왕나비 보호 운동은 생태계 보전 운동>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나비 보호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참여 방법은 스완플랜트와 꿀이 풍부한 꽃을 정원에 심는 것이다. 제왕나비는 밀크위드 계열의 식물에서만 애벌레가 성장하기 때문에 먹이 식물 확보가 핵심이다.


또 하나 중요한 활동은 말벌 통제다. 전문가들은 정원 주변 말벌 둥지를 제거하고 외래 해충을 줄이는 것이 제왕나비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제왕나비 애벌레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말벌은 아시안 종이말벌로, 비행할 때 다리를 늘어뜨리는 특징이 있는 이 말벌은 씹은 나무를 뱉어 둥지를 만들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집 처마 밑이나 나무에 우산 모양의 둥지를 짓는 이 말벌이 여름이면 정원에서 제왕나비 애벌레를 공격하는 모습은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만약 사람도 쏘이면 위험할 수 있다. 


둥지를 발견하면 이들이 활동하지 않는 저물녘에 살충제를 뿌리거나 비닐봉투로 묶어 바로 냉동실에 넣으면, 24시간 후면 말벌이 죽고 봉투는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       


한편, 최근 나비재단은 시민 과학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스마트폰 앱인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 NZ)’를 통해 나비와 월동 군집 위치를 기록할 수 있다. 


이런 자료는 연구자가 개체 분포와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하는데, 특히, 그중 유명한 활동이 ‘나비 태깅(tagging)’ 캠페인으로 연구자와 주민이 제왕나비 날개에 작은 표식을 부착해 방사하는 방식이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면 이동 거리와 생존 기간 등을 분석할 수 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2007년부터 대규모 태깅 프로그램을 13년 동안 진행한 바 있으며 일시 중단했다가 2025년 2월에 재개했다.  


태깅은 성충 날개가 충분히 마른 뒤 작은 스티커 형태의 번호표를 붙이는 방식인데, 연구진은 올바른 방법으로 부착하면 나비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태그의 유효 기간은 9개월 정도이며, 매년 2월에 나비재단 웹사이트를 통해 10달러 정도에 25장을 구매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또한 방사 위치와 날씨, 성별, 행동 등을 함께 기록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이바지한다.


최근 들어서는 제왕나비를 비롯한 이와 같은 나비 보호 활동이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적극적인 생태계 보전 운동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왕나비 감소 현상이 자연환경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작은 곤충 한 종의 감소가 결국은 숲과 정원, 새와 식물, 인간의 삶까지 직접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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