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충격 “국내 도착도 하기 전에 다 팔리는 전기차”

중동 전쟁 충격 “국내 도착도 하기 전에 다 팔리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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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이 맞붙은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세계 경제가 40일 넘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2주간의 잠정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이 곧바로 레바논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이란은 잠시 제한적으로 열었던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를 풀지 않는 등, 전쟁은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물론 중동의 사우디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석유와 가스 시설이 공격받으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최소한 10%가 차질을 빚는 등, 세계 에너지 공급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덩달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조건부 휴전과 이란 및 미국의 직접 대화 소식에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15% 떨어지고 증권시장이 반등하기도 했지만, 유가는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항공유 가격 급등과 공급 제한으로 Air NZ를 비롯한 항공사들이 무더기로 운항 일정을 취소하거나 대폭 줄이는 등 하늘길에도 이번 사태는 엄청난 여파를 끼치면서, 국제 무역이나 관광 산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와 경제,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로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지금 당장 종전이 된다고 해도 유가를 비롯한 경제가 다시 안정화되는 것은 2026년 말까지도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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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연료 재고와 가격은?> 


이런 가운데 휘발유 등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뉴질랜드 역시 다른 나라들과 다름없이 이번 사태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4월 초순 옥탄가 91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3달러 50센트까지 상승했으며, 앞으로도 더 오르거나 이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휘발유보다도 트럭을 비롯한 중대형 차량과 농업, 산업용 차량과 각종 기계의 연료로 많이 사용하는 경유(디젤)의 오름세가 더 가팔라 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실정이다. 


지난 4월 8일 기준금리를 2.25%로 연속 동결한 중앙은행도, 지난해 12월 분기에 3.1%로 목표 범위를 살짝 벗어났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올해 6월 분기에는 4.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료 공급 물량 자체는 아직은 안정적이라는 점인데, 기업혁신고용부(Ministry of Business, Innovation and Employment, MBIE)가 밝힌 자료를 보면, 4월 5일(일) 밤 11시 59분 기준으로 뉴질랜드는 휘발유 61.9일, 디젤 51.5일, 그리고 항공유는 50.1일 치를 각각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 주 전보다 조금 늘어난 것인데, 총보유량 계산에는 국내에 있는 연료와 함께 현재 뉴질랜드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운송 중인 연료(국내 도착까지 최대 2일), 그리고 경제수역 밖(국내 도착까지 최대 3주)에 있는 연료를 모두 포함한다. 


그중 순수하게 국내에 있는 재고도 이전 주보다 조금 늘어 당일 기준 휘발유는 28.3일, 경유는 23.7일, 항공유는 27.9일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MBIE 관계자는, 연료 재고는 안정적인 수준이며 변동 폭은 예상 범위 내에 있다면서, 현재 연료 공급 차질 징후는 없고 국내로의 도입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에너지 수급 비상사태를 대비해 만든 ‘국가 연료 계획(national fuel plan)’은 현재 평소처럼 정상 공급이 이뤄지는 1단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단계는 여전히 1단계이지만 중동 분쟁의 여파가 광범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휴전이 이뤄져도 뉴질랜드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 기간 이어질 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료 재고 수준과 국제 공급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는 한편, 물량 부족보다는 ‘가격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에게 사재기 자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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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착도 하기 전에 다 팔리는 전기차>  


이와 같은 연료비 급등은 국내 전기차(EV) 판매 시장에 즉각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2026년 3월 말 이후 뉴질랜드에서는 전기차가 국내에 도착도 하기 전에 이미 판매가 완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은 예약 대기 기간이 수개월에 달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신규 전기차 등록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3월 22일까지 한 주 동안에 등록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1,033대에 달했는데,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225대에 불과했다. 


또한 이는 지난 2024년 초에 저탄소 차에 대한 할인 제도가 끝난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등록 건수인데, 현재 신규 등록 차량 5대 중 1대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일 정도로 자동차 판매 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NZTA 자료를 보면 지난 3월의 월간 전기차 등록은 3,100대였는데, 이는 지난 2년간 월평균 800대에서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3배나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판매상들은, 이달 들어서는 차를 하루라도 더 빨리 받기를 바라는 구매자들이 많아져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는 추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전시장에 있던 차까지 모두 나갈 정도로 공급이 달리자 한 수입차 회사에서는 일본에 부랴부랴 직원들을 파견해 수입 물량 확보에 나섰는데, 한 딜러는 전기차에 대한 문의가 전보다 최소한 5배는 늘어났다고 전했다.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이처럼 전기차로 대량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연료비 절감이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달러를 넘으면서 내연기관 차량 유지비 부담이 급격히 늘었는데, 여기에 더해 정비와 오일 등 차량 유지비를 절감한다는 점과 함께, 앞으로 전기차에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환경 의식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는, 출퇴근 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직장인이 연간 수천 달러의 연료비 절감을 기대하면서 전기차로 급하게 바꾸거나, 경유 가격이 폭등하자 자영업자가 전기 밴을 구매하는 등의 사례가 많다. 


한편, 전기차와 함께 전기 자전거 수요도 늘었는데, 한 오클랜드 시민은 시내까지 출퇴근하는 데 하루 25달러를 아낄 수 있고, 이 비용을 한 달이나 한 해 단위로 계산하면 엄청난 돈이라고 전기 자전거를 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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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설치 수요도 증가>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와 함께 ‘태양광(Solar Power)’을 설치하려는 수요도 급증했는데, 이는 당연히 에너지 자립을 통해 전기 요금을 아끼고자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전기차 충전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심리도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전기차와 태양광을 함께 잘 사용하면 결국 연료비가 제로에 가까운 차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주택에 대한 장기 투자와 함께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려면 주택 구조와 일조량을 평가하고, 설치 업체 선정과 견적을 받고 전력회사와 계통 연결 협의를 마친 뒤 패널과 인버터를 달고 검사 후 사용하면 된다. 


이때 ‘전력망 연결(grid connection)’이 중요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때는 방향과 설치 각도가 중요한데, 통상 북향에 20~30도가 가장 이상적이고 나무나 건물 그림자가 발전량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지붕이 낡았으면 보강 또는 교체가 필수적이며, 설치비가 수천~수만 달러 수준이고 회수 기간은 보통 5~10년이 걸린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에 배터리를 함께 설치하면 야간에도 자가소비가 가능한데, 하지만 당연히 설치 비용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설치가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없고 주택 가치를 확실하게 올려주지도 않는다면서, 태양광 설치의 진정한 가치는 집값 상승이 아닌 수년간 절감되는 전기 요금에서 나오므로, 자가이면서 상당 기간 거주할 계획이면 생각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통상 25년 동안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태양광 설치 기간과 그동안 절약할 수 있는 요금, 그리고 낮과 밤의 사용량 등 자신의 전기 이용 패턴을 세심하게 비교해 따져보도록 당부했다. 


한편, 태양광 설치 시 금융기관 이용도 가능한데, 실제로 최근 은행권에서는 전기차 구매나 태양광 설치와 관련된 대출과 이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은행이 태양광 및 전기차 구매용 ‘친환경 대출(green loans)’을 제공하고 종종 0~1%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도 하는데, 대출 기간은 대개 3~5년으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기존에 부담하던 전기 요금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갚는다면 상당히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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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공 충전기 확대하는 정부>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3월 말에 전기차 공공 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해 2곳의 민간 회사에 5,270만 달러를 무이자로 대출한다고 발표했다. 


 대출은 충전소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차지넷(ChargeNet)’과 ‘메리디언 에너지(Meridian Energy)’에 주는데, 이를 통해 2,574개의 새로운 충전소(DC 고속 충전기 1,374개, AC 충전기 1,200개)를 설치한다.


이 작업으로 전국의 충전기 수를 현재의 약 1,800개에서 4,550개로 2배 이상 늘릴 계획인데, 현재 뉴질랜드는 OECD 국가 중 충전소와 전기차 대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금처럼 전기차가 급증하면 비율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전국 국도변 충전망을 확대하고 도심에서는 급속 충전소를 늘리는데, 특히 장거리 이동이 많은 뉴질랜드의 특성상 ‘충전 접근성’은 전기차 확산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번 대출에는 도시와 농촌의 분할 투자 같은 몇 가지 조건이 붙었지만 어디에 투자할지는 업체에서 상업적으로 결정하는데, 새 충전기 중 절반은 크라이스트처치와 오클랜드, 해밀턴, 타우랑가, 웰링턴과 더니든에 분산 설치하고, 나머지 절반은 지방 곳곳에 설치한다.


또한 정부는 ‘환경자원관리법(RMA)’ 규정을 손봐, 충전기 대부분의 설치 허가를 받지 않도록 해 업체의 사업 추진 속도도 높이겠다는 뜻이다. 


국민당은 2023년 집권 당시, 오는 2030년까지 충전기 1만 대 설치를 공약한 바 있는데, 크리스 비숍 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출 발표는 중동 분쟁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과 적절하게 맞물렸다고 밝혔다.


그는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일부 전기차 충전 업체는 전기차가 더 많이 보급될 때까지 충전소 설치를 꺼리지만, 그동안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와 공공 충전소 부족이 잠재적 구매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때 가장 큰 단점으로 인식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기차 로비 단체에서는 무이자 대출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몇 년 전 충전기 설치에 2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5,200만 달러만 투자해 2030년 이전에 충전기 1만 대 설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의 변화 가능성도 엿보이는데, 이번에는 시대 흐름을 예견한 앞선 정책이 아니라 국제적 상황 변화 속에서 뒷북을 치듯이 떠밀려 정책을 준비하고 시행해야 하는 꼴이 됐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연료 가격 상승을 넘어, 뉴질랜드의 에너지 체계가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중동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는 뉴질랜드 국민의 소비 패턴을, 전기차 구매나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등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공공 부문, 산업계와 가정이 모두 구조적으로 체질을 바꾸는, 또한 바꿔야만 하는 계기가 됐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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